외모?되지,실력?되지…롯데의빅뱅!

입력 2009-07-13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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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DB

롯데‘아이들’급부상김/민/성
부산에서 롯데 야구선수들의 위상은 ‘명사(celebrity)’다. 직접 목격한 일화 하나. 어느 토요일이었는데 아침부터 억수같이 퍼붓는 비로 우천순연이 분명한 날씨였다. 실제 일찌감치 그렇게 발표가 났다. 이 소식을 전해 들었을 터인데도 열혈 롯데 팬들은 야구장 밖에 ‘출현’했다. 개인 훈련을 마친 롯데 선수들이 혹시 자기들 옆을 지나갈까봐 기다리기 위해서였다. 소위 연예계의 ‘사생 팬’을 연상시키는 장면이었다.

실제 외야수 이인구가 훈련 도중 잠깐 커피를 사러 나왔을 때, 이를 발견한 어느 팬은 바로 옆 자이언츠 숍에 가서 이인구 유니폼을 사더니 ‘사인을 해 달라’고 달려왔다.

사직 홈경기가 끝나고 선수들이 야구장을 빠져나가는 장면은 영화제 레드카펫 행사 저리가라다. 일각에선 ‘그래서 롯데 선수들이 야구에 집중 못 한다’란 역설적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연예 기획사에 비유하자면 롯데가 내놓은 ‘2009버전 아이들(idol)’은 고졸 3년차 유틸리티 내야수 김민성(21)이다.

흔히 아이들의 경쟁력은 음악성이나 가창력보다 트렌드 세터의 면모에서 나온다. 실력을 논하기에 앞서 일단 호감도에서 실력파 중견 선배들을 압도한다.

김민성은 외모, 몸매, 언변 등 야구 외적 하드웨어부터 상품성이 출중하다. 홍성흔, 강민호 등 선배들이 “롯데의 빅뱅”이라 놀릴 정도.

그러나 여성 스포츠 스타들의 사례에서 보듯 예쁘다고 전부는 아니다. 그에 필적할 경기력을 보여줄 때 대중은 반응한다.

안나 쿠르니코바보다 마리아 샤라포바에 더 열광하는 것처럼. 결국 김민성도 ‘비주얼’에 어울리는 실력을 갖췄기에 ‘롯데의 아이들’로 급부상할 수 있었을 터다. 그의 육성은 곧 ‘스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관한 보고서일 수 있겠다.

○아이들 스타의 조건 1 : 시대의 요구에 부응한다

아이들이 합숙생 시절을 겪듯 김민성도 기약 없는 2군 시절이 있었다. ‘친구 따라왔는데 오디션 붙었다’는 속된 사연처럼 사실 김민성은 지금도 ‘롯데가 나를 왜 선택했는지’부터가 여전히 의아하다.

김민성은 덕수정보고 3학년 때, 롯데의 2차 2라운드 지명 소식을 들었을 때 “기쁨보다 놀라움이 컸다”고 돌이켰다. 첫째 서울 토박이라 롯데와 어떤 인연도 없었고, 둘째로 스스로 2라운드 지명을 받을 실력은 못 된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드래프트를 받지 못한 동기들도 있었기에 더더욱 드러내놓고 좋아할 수 없었다.

막상 입단해서도 의욕은 뜨거웠지만 상황은 암담했다. 2루수 조성환, 3루수 이대호, 유격수 박기혁이 버티는 내야진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안 보였다. 2007년 유일하게 딱 한번 나섰던 데뷔 타석은 삼진으로 끝났다. 2008년 역시 돋보이는 방망이는 아니었다(25타수 5안타, 타율 0.200). 조성환의 체력 안배용 대수비 출장이 대부분이었다.

‘그저 그랬던’ 김민성이 ‘난세에 영웅 나듯’ 뜬 결정적 계기는 4월말 터졌던 조성환의 갑작스런 안면부상. 어지간한 로이스터 감독조차 “김민성을 쓰겠지만 조성환만큼 기대할 순 없다”고 반신반의했다.

그러나 맡겨보니 2루 수비의 건실함은 물론 방망이도 기대 이상이었다. 5월14일 사직 삼성전에서 프로 1호 홈런을 만루홈런으로 장식했다.

“기적 같은 순간이었다. 초구 직구를 노렸는데 그대로 들어왔다. 맞는 순간 홈런인지 몰라 전력질주를 했는데 앞의 주자들이 천천히 뛰어서 홈런인줄 알았다. 나도 모르게 손까지 흔들었던 것 같다”고 또렷이 기억했다.

이제 롯데 구단은 “역대 롯데 출신 신인왕은 염종석 한 명뿐이었다. 타자로선 첫 도전”이라고 김민성을 띄우고 있다. 2루-3루-유격수 수비가 두루 가능하고, 인기까지 겸비해 경쟁력이 있다. 그러나 날씨가 더워지면서 슬럼프를 맞고 있다. 타율이 0.253(225타수 57안타)까지 내려갔다. 스스로도 “첫 번째 고비”라 느끼고 있다. 7월 들어 무엇보다 타격에서 “유격수 땅볼 안 치기”에 주력하고 있다. 김무관 타격코치는 그를 “숏 땅볼”이라고 부르면서 자극하고 있다.

○아이들 스타의 조건 2 : 자기만의 이미지를 만들고 강화한다

외모도 시원스럽지만 김민성의 언변이나 태도 역시 당돌함이 느껴질 만큼 거칠 것이 없었다. 묘하게도 ‘88둥이’인 김광현-임태훈 등 그 또래의 화술과 닮았다.

“솔직히 신인왕 욕심난다”란 각오엔 그 세대의 솔직함이 그대로 담겨있다. “고교 시절 임태훈이나 양현종 상대로 다 쳐봤다”란 말속엔 자신감이 묻어난다. “김광현이나 임태훈이 먼저 떴어도 ‘나는 나니까’ 조급함은 없었다”고도 했다.

요즘 사직구장에서 워밍업을 마치고 덕아웃에 들어오는 김민성의 손엔 여성 팬들로부터 받은 선물 꾸러미가 늘 쥐어져 있다. 합숙소까지 쫓아오는 팬들도 있단다.

그러나 “여자친구보다 야구”란 자기 일에 대한 확고한 소신 역시 ‘88둥이 세대’의 전형이다.

롯데에서 확실히 자리를 잡기까지 적어도 내년까진 상동 숙소에 머물기로 자청했다.

김민성에게 그만의 경쟁력을 물었더니 기술적 요소가 아닌 “성격”이란 답이 돌아왔다.

속으론 고민을 많이 하지만 내색하지 않고, 빨리 털어버리려 단련한다는 얘기. 로이스터가 들으면 좋아할 사고법이다.

사직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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