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의베이스블로그]새로운길을개척하는SK프런트

입력 2009-07-17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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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 프로야구 LG트윈스 대 SK와이번스 경기가 16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10-4  승리하며 7연패을 끊은 SK 선수들이 경기 종료 후 하이파이브 하고 있다. 잠실 | 김종원기자 won@donga.com

#SK 와이번스 장순일 운영본부장은 지난달 마케팅 팀원들과 함께 6박7일 일정으로 미 서부를 돌았습니다. 프로야구 버전 ‘신사유람단’이라 할까요?

최근 장 본부장을 만나 소감을 물었더니 문학구장에 대한 아쉬움부터 털어놓더군요. ‘한국에서 제일 좋은 구장인데 뭐가 불만이냐’ 했더니 첫마디가 이랬습니다. “뻔히 보이는데 어떡합니까?” 문학의 자랑인 스카이박스부터 지적 대상이었습니다. 설계부터 좌우 폭을 좁히는 대신, 앞뒤로 길게 지었으면 더 많은 공간이 났을 것이고 홈팀 수입 증대로 연결됐을 것이란 얘깁니다.

잘 지을 궁리만 했지 ‘사용자’의 입장은 이해하지 못했단 것이죠. 결국 세상을 진보시키는 동력은 ‘관(官)의 규제’가 아닌 ‘민(民)의 발전욕’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두 차례의 WBC와 올림픽을 통해 한국야구의 실력은 적어도 단기전에선 세계일류란 사실이 입증됐지요. 그러나 아직도 ‘No.3’일 수밖에 없는 것은 비즈니스 사이즈와 인프라의 조악함 때문입니다.

SK의 고민도 유사 각도에서 발견됩니다. SK는 경기력에 관해선 김성근이란 ‘거목’을 믿기에 집중영역을 마케팅에 뒀고, 그 모토가 스포테인먼트였죠. 그 액션 플랜은 ▲팬 데이터베이스 구축 ▲문학구장 인프라 혁신 ▲지역밀착, 세 줄기 방향으로 진행됐습니다.

이 맥락에서 별로 주목받지 못했지만 가장 심혈을 기울인 사업이 ‘W클럽’입니다. 회비 없는 회원을 1만5000명 모았는데 목적은 연간회원과 더불어 팬 데이터 확보에 있지요. ‘어느 회원이 어느 요일, 어느 팀 경기에 야구장에 자주 오는지 그 패턴을 자료로 갖고 있다면 홍보와 마케팅 전략도 효율적으로 되지 않을까’란 생각에서 출발한 전략입니다. 데이터 처리 프로그램에 7000만원을 투자한 장 본부장은 “지금은 힘들고 안 알아줘도 3-4년 후 후임자들은 행복해질 것”이라고 말합니다.

#3년간 지켜봤는데 SK 프런트는 ‘학습하고 실행한다’, 단순명료합니다. 현장 신봉자인 신영철 사장부터가 ‘기적의 재건’을 이룩한 아사히야마 동물원을 견학하러 작년에 홋카이도까지 날아갔죠. 그러나 스포테인먼트의 반향은 아직 제한적입니다. 동종업계는 자극을 주고받기보다 방관, 냉소하는 쪽에 가깝죠. 언론도 ‘딱딱한’ 마케팅 얘기보단 경기 자체에만 시선을 두는 현실이겠고요. ‘프로스포츠는 돈을 벌어야 생존하는 비즈니스’란 평범한 진리가 프로야구에선 경시돼온 나머지 이젠 아예 당연시하는 경향마저 짙습니다.

그러나 루쉰이 말했듯 길은 처음부터 길이 아니었습니다. 걸어가는 사람이 있어야 길이 되는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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