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예선탈락,미국전훈서무슨일이?

입력 2009-07-27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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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 [스포츠동아 DB]

마린보이가 침몰했다.

박태환이 26일(이하 한국시간) 이탈리아 로마 포로 이탈리코 콤플렉스에서 열린 2009로마세계수영선수권 남자 자유형 400m 예선10조에서 3분46초04로 터치패드를 찍어 조 3위(전체 12위)를 기록, 8명이 겨루는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 때 세운 3분41초86(아시아기록)과는 4초 이상의 큰 격차다. 수영계는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정도일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다.

○게으른 천재, 미국에서 무엇을 배웠나

수영은 “물살을 가른 만큼 성적이 나온다”고 할 만큼 정직한 종목. 이미, 수영계에서는 올 초부터 박태환의 세계선수권 자유형 400m 2연패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주를 이뤘다. 마음가짐 자체가 예전과 다르다는 이유였다. 5월, 대표팀 관계자는 “눈빛부터가 작년과는 달리 멍하다”고 했다. 하지만 대놓고 이를 얘기하기란 쉽지 않았다. 박태환이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획득이후 이미 하늘 끝까지 올라간 대스타였기 때문. 수영계에서는 “(박)태환이에게 직언을 할 수 있는 사람은 7세 때부터 그를 지도한 노민상 감독을 포함해 3명 정도 뿐”이라고 한다. 하지만 박태환은 올림픽 이후 사실상 대표팀 노민상 감독의 품안을 떠나있었다. 그는 1월과 4월, 2차례 미국 남가주대(USC)로 전훈을 떠났다. 훈련 기간만 약 3개월. SK텔레콤 전담팀은 세계적인 지도자라는 데이브 살로 감독의 지도를 받으며 베이징올림픽 1500m금메달리스트 우사마 멜룰리(튀지니)와 함께 훈련한다고 요란하게 치장했지만, 결국 결과는 실패였음이 드러났다.

노민상 감독은 강도 높은 훈련으로 유명하다. 그 고난의 물살을 갈랐기에, 박태환이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딸 수 있었다. 이에 비해 미국의 훈련강도는 한국 보다 약하다. 박태환의 전훈 기간, USC를 방문했던 한 선수의 증언도 일치한다. 한 수영관계자는 “박태환이 편하게 훈련하는데 맛이 들려 있다”고 지적했다.

○대 참패 잉태한 SK텔레콤 전담팀

2008년 10월 출범한 SK텔레콤 전담팀은 이런 박태환을 컨트롤 할 능력도, 의지도 없다. 전담팀은 “훈련에 집중해야한다”는 이유로 박태환의 인터뷰를 차단했다. 하지만 박태환은 미국전훈 기간 중 LA현지에서 모 케이블음악방송프로그램을 촬영했다. 녹화 분만 약 한 시간. 이에 대해 전담팀 관계자는 “(박)태환이가 하고 싶어 하면 어쩔 수 없지 않느냐”고 말한다. 전담팀이 박태환의 눈치보기에만 급급하다는 방증이다. 전담팀의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박태환은 베이징올림픽 이후 사실상 태릉선수촌을 나와 있었다. 선수촌 밖에서 생활하면서 SK텔레콤 전담팀과 함께 웨이트트레이닝을 하고, 수중훈련을 할 때만 선수촌에 들어왔다. 파트너 선수인 임남균을 제외하면 수영전문가 한 명 없는 기형적 구조의 전담팀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박태환이 완전 입촌 한 것은 로마출국 불과 19일전. 몇 몇 선수들은 박태환을 가리켜 ‘출 퇴근 선수’라고 부르며 위화감을 표시했다.

이런 특별대우에도 불구하고, SK텔레콤 전담팀은 웨이트트레이닝 등 박태환의 촌외훈련 상황에 대한 보고 의무를 외면했다. 노 감독은 미국1차전훈 기간 중에도 박태환의 훈련 상황과 성과를 알지 못해 답답해했다. 미국전훈과 국내 훈련이 유기적으로 돌아갈리 만무했다. 여러 지적에도 불구하고, 전담팀은 “잘 하고 있으니 지켜보라”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렸다.

노 감독은 로마로 떠나기 전, “(박태환이 대표팀에 돌아왔을 때는 이미) 시간이 부족했다”면서 “앞으로 2010아시안게임과 2012올림픽 등 큰 대회가 많으니 더 큰 자극을 받는 대회가 됐으면 좋겠다”며 참패를 암시했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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