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여레알팬“오,로니!로니!”

입력 2009-07-28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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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후 10시(현지시간), 장내에 울려 퍼지던 장엄한 응원가가 멈추고 흰색 유니폼을 입은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머리를 세워 올리고 한껏 멋을 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4)가 있었다. 전 세계 축구 팬들이 주목한 그 순간, 드디어 호날두의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정벌의 첫 걸음이 시작됐다. 알 이티하드(사우디)와 ‘피스컵 안달루시아 2009’ B조 1차전을 관전하기 위해 마드리드 베르나베우 스타디움 스탠드를 가득 채운 5만여 홈 팬들은 기립 박수를 치며 홈 데뷔전에 나설 ‘완성된 새내기’의 앞날을 축복했다.

경기장 입장에 앞서 선수단을 태운 클럽 버스가 주변 도로에 진입하는 것을 한 걸음이라도 앞서 보기 위해 서로 몸싸움을 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던 그들이었다. 대부분 흰색과 푸른색, 검정색 등 클럽의 3색 저지를 걸친 가운데 몇몇은 자신이 직접 제작한 ‘I ♥ CR9(C.호날두 9번을 사랑해요)’가 새겨진 흰색 티셔츠를 입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레알 일원이 되고 싶었던 호날두가 왔으니 지난 시즌 FC바르셀로나에 당한 수모를 되갚아야죠.”

90분이 흐른 뒤 최종 스코어는 후반 10분과 19분, 라울과 히참(알 이티하드)이 한 골씩 주고받아 1-1 무승부였으나 누구도 실망하는 이가 없었다. 호날두는 당당히 ‘스타 군단’의 빛나는 역사의 한 페이지를 써 내려갔다. 30여 개국에서 몰려든 1000여 명의 기자들도 열띤 취재 경쟁을 벌이며 호날두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봤다. 킥오프에 앞서 장내 아나운서가 그의 이름을 호명하자 가장 많은 함성이 터져 나왔다. “로니! 로니!”(호날두의 애칭) 호날두는 볼을 중앙선에 가져다 놓으며 가볍게 땅을 향해 키스를 하고 툭툭 차올리는 등 투철한 쇼맨십으로 현장을 찾은 모두를 즐겁게 했다.

왼쪽 측면에 포진한 호날두는 30초 만에 역사적인 첫 볼 터치를 했고, 2분에는 특유의 ‘헛다리짚기’를 선보였다. 7분 라울과 함께 최전방 골게터로 나선 카림 벤제마와 2대1 패스를 주고받으며 날카로운 문전 침투를 시도했다. 이후에도 호날두는 반대편 사이드를 맡은 슈나이더와 쉼 없이 포지션 체인지를 했고, 상대 공격이 이뤄질 때는 전방으로 빠져 역습을 노렸다. 전반 41분에는 직접 침투해 들어가다 넘어지며 페널티킥 찬스를 유도하려는 모습도 보였다.

이날 종료 휘슬이 울린 뒤 공식 기록지에 새겨진 호날두의 슈팅 숫자는 2개. 전반 15분 아크 왼쪽에서 시도한 날카로운 중거리 슛은 상대 골문 크로스바를 살짝 벗어났고, 하프타임을 2분 앞두고 라울과 아크 오른쪽에서 볼을 주고받은 뒤 날린 강력한 왼발 슈팅은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호날두는 후반 21분 곤살로 이구아인과 교체돼 벤치로 돌아갔다.

레알 마드리드의 페예그리니 감독은 “풀 트레이닝을 시작한지 한 주 밖에 지나지 않았다. 호날두는 리가 데 퀴토(에콰도르)와 피스컵 2차전 때도 60분 이상은 출전할 예정”이라고 지속적인 컨디션 체크를 시사했고, 호날두는 “어릴 적 꿈을 이루게 돼 기쁘다. 매 순간이 즐겁기만 하다. 첫 걸음을 뗐으니 이젠 잘하는 것만 남았다”는 소감을 털어놓았다.

마드리드(스페인)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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