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효석의건강칼럼16]비염은코만의문제아니다

입력 2009-07-30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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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염 1 - 나비 효과

필자는 오늘날의 현란한 물질문명 시대를 구가하게 만든 가장 큰 계기를 산업혁명 시대의 기계화는 물론 그에 따른 분업의 발달이었다고 생각한다. 생산과정의 분업을 통해서 생산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은 물론 어느 한 가지만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전문가가 양성되면서 그 분야의 지식과 기술이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시대 변화에 따라 현대는 바야흐로 전문가의 시대가 되었다. 즉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누구나 권장하는 가장 1차적인 해결책은 ‘전문가를 찾아가서 상의해 보라’는 것이다. 전문가는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거의 모르는 것이 없을 정도로 해박한 지식과 기술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자동차, 컴퓨터, 에어컨, 바다, 암석, 공룡 등등 다양한 분야에서 그야말로 그 일만을 평생 연구하고 해결해온 전문가들이 즐비한 것이 오늘날의 세상이다.

그런데 희한한 것은 옛날에 비해서 그렇게 전문가가 많아진 세상인데도 동시에 해결해야할 문제도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러한 문제는 그 여파가 옛날처럼 어느 지역에 국한되거나 피해가 미미한 것이 아니라 아예 인간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근본적 문제들인 것이 많다. 환경오염 문제만 해도 그렇다. 이미 지구 온난화로 인해서 날씨변화가 변화무상해졌기 때문에 올해부터는 아예 ‘장마예보’를 하지 않기로 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지구 온난화 문제라고 하면 사람들은 거창한 테마라고 생각해서 그 문제를 야기한 것이 자신과는 전혀 연관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 자동차를 타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누구나 타는 자동차의 매연도 바로 온난화에 기여하고 있다. 도시의 거리를 돌아다녀 보라. 수많은 빌딩 창문에 줄줄이 달려있는 냉방기의 외부 장치를 볼 수 있다. 그야말로 내부의 더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밖으로 그 원인을 돌려 빼는 것이다.

나비의 작은 날갯짓 하나가 지구 반대편에 태풍을 일으킨다는 기상학의 ‘나비효과’는 이미 상식이 되다시피 한 이론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머리로는 그 이론을 알아도 마음으로는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구두장이는 사람을 만나면 구두부터 먼저 바라보고, 양복장이는 옷부터 먼저 본다고 한다. 전문가라서 그렇다. 자신의 전문분야로 세상이나 사람을 바라보는 것이다. 세상이나 사람은 어느 한 가지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매우 복잡한 유기체다. 겉으로 멀쩡해 보여도 안에 있는 어떤 작은 요인하나가 태풍을 잉태하고 있을 수도 있다. 나비효과처럼 말이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면 가급적 전체를 들여다보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떤 분야의 해결책이 다른 분야에서는 전혀 새로운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건강 칼럼에 웬 ‘나비효과’ 이야기까지 등장할까? 우리 몸의 병이 그렇다는 것이다. 어떤 부분에 병이 있으면 당연히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아야 한다. 그러나 좀 더 현명한 전문가라면 다른 부분에는 원인이 없는가도 함께 들여다보아야 된다. 이런 저런 병들이 다 그렇지만 특히 비염이 그렇다. 비염(鼻炎)은 말 그대로 코(鼻)에 염증(炎)이 생긴 것이다. 한방의 관점에서는 비염을 단순히 코만의 문제로 보지 않는다. 특히 필자는 이 칼럼의 시작부터 주장해왔듯이 호흡기를 주관하는 폐 기능의 관점에서 파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비염으로 인해 고통 받고 있으면서도 재발의 악순환을 벗어나지 못하고 그 완치가 힘든 것은 바로 ‘코’에만 국한시켜 병을 바라보기 때문에 그렇다. 해결책에 대해서는 다음 주에.

편강한의원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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