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출신래퍼취랩“너희가갱스터랩을아느냐?

입력 2009-09-28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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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퍼 취랩(김대룡).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조직폭력단에 몸담았던 청춘, 폭력 혐의로 2년3개월 복역….

평범하지 않은 ‘과거’를 보낸 언더그라운드 래퍼가 메이저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주인공은 취랩(본명 김대룡)으로, 최근 ‘증오에서 삶으로 LP’라는 제목의 데뷔 앨범을 내놓았다.

흔히 힙합음악은 클럽문화, 여자, 사랑 등이 단골소재지만 취랩의 앨범엔 밑바닥 인생에서 겪은 아픔과 고통, 친구들에 대한 믿음, 직접 경험한 ‘조직’ 및 수감 생활 등 그간 한국 힙합이 다루지 않은 파격적인 것들이 대부분이다. ‘저수지의 개들’ ‘취랩2930 잇츠 미’ ‘빵에서 곧장’ 등 수록곡 20트랙 모두가 사실적인 상황묘사와 직설적인 표현으로 모두 ‘방송불가’다. 진짜 ‘갱스터’에 의한 진정한 ‘갱스터 힙합’이다.

“갱스터 힙합이요? 어…,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은데…. 전 그냥 민초들의 랩입니다. ‘씨알 랩’이라 불러주세요.”

떡 벌어진 어깨에 근육질 상반신, 목소리까지 거칠어 상대방에게 위압감을 줄 만도 했지만 그는 기자와 제대로 눈도 맞추지 못할 만큼 수줍음이 많았다. “인터뷰가 처음이라 쑥스럽다”는 그에게서 귀여움까지 느껴졌다.

그가 자신의 힙합에 담은 ‘씨알사상’은 사상가이자 문필가였던 함석헌 선생의 철학 사상이다. 비좁은 옥방에서 “마음을 잡지 못하고 있을 때” 함석헌의 ‘씨알의 소리’를 읽고 감명을 받았다. 그리고 ‘씨알’이란 단어가 문신처럼 가슴에 깊이 새겨졌다. 출소 후 ‘씨알레코드란’ 레이블을 설립하고, 자신의 힙합크루의 이름도 ‘씨알’로 지었다.

“그분의 책은 완전 힙합 그 자체더라고요. 씨알은, 힘은 없지만 하루하루를 열심히 사는 민초들을 의미합니다. 민초들에게 ‘씨알의 소리’의 함석헌 선생님처럼, ‘너무 당하고만 살지 말고 힘을 내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어요. ‘똥파리’란 영화도, 거칠지만 마지막엔 눈물나는 이야기잖아요?”

취랩은 중학교 시절부터 힙합에 빠졌고, 고교 2년생 때는 경기도 동두천의 한 미군부대 인근에서 DJ생활도 했다. 음반기획사의 제안도 받았지만, 그는 서울 홍익대 인근 클럽가에서 래퍼로 활동했다.

힙합에 빠져 있을 무렵 조직폭력단에도 잠깐 발을 들여놓게 됐다. ‘취랩’이란 이름은 그가 수감 시절 취사장에서 일하면서 얻은 별칭 ‘취장래퍼’의 줄임말이다. 그는 옥방에서 틈틈이 썼던 약 100곡의 랩 가사에 비트를 넣고 온전한 힙합곡으로 다듬었다. 그리고 수감 생활 이전에 함께 음악을 했던 MC스나이퍼의 도움으로 데뷔 앨범을 발표했다.

원만한 사회생활을 위해 폭력 전과 사실을 숨기고 싶지 않았을까. 더욱이 조직과 수감 생활 등을 적나라한 단어로 표현했기에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

“숨기려면 숨길 수 있었는데 솔직해지고 싶었습니다. 내 과거가 자랑스럽지는 않지만 부끄럽지도 않습니다. 내 앨범 전체를 다 들어보면 청소년에게 악영향을 준다는 생각은 안 하실 겁니다. 그럴 의도도 없을 뿐더러 나를 본받지 말라는 ‘반면교사’의 의미입니다. 나와 같은 사람도 저를 보면서, 계속 어두운 곳에서만 머무는 악순환이 아니라 나처럼 음악으로 인해 새로운 인생을 사는 계기를 가졌으면 합니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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