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 뺨 때린 대통령, 재선 뺨 맞을 판

입력 2009-12-0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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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라이안 바세스쿠 루마니아 대통령(오른쪽)이 2004년 선거 유세 당시 10세 소년의 뺨을 때린 동영상이 공개되며 파문이 일고 있다.

루마니아, 폭행 영상 공개 파문
“다른 후보 뽑겠다” 시민들 분노
대선 1주일 남짓… 재임 적신호
트라이안 바세스쿠 루마니아 대통령의 재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2004년 선거운동 당시 10세 남자아이의 뺨을 때리는 동영상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는 것.

AP 등 외신은 2004년 가을 바세스쿠 당시 대통령 후보가 선거 유세를 하고 있는 모습을 담은 18초 분량의 동영상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고 30일 보도했다.

동영상 속 유세장에는 바세스쿠를 직접 만나려는 군중이 몰려있다. 한 여성이 후보에게 다가가 무언가를 건네며 흥분한 어조로 열변을 토하자 후보도 여성에게 손을 내민다. 여성이 후보의 손을 잡자 여성의 왼쪽에 서 있던 10세 소년 보그단 이스트라투우도 후보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바세스쿠 후보는 손을 잡아주기는커녕 소년의 뺨을 때렸다.

이 영상은 6일 루마니아 대선 결선을 앞두고 공개돼 정치적인 파장이 작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22일 치러진 대선에서 바세스쿠 대통령은 1위를 차지했으나 당선에 필요한 과반을 득표하지 못해 결선을 치르게 됐다.

현지 언론은 이를 앞 다투어 보도했고 영상은 세계적인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까지 올라갔다. 동영상을 접한 한 루마니아 시민은 “이런 분이라면 어떤 일도 다 저지를 것”이라며 “결선 투표에 참여해 꼭 다른 후보를 뽑겠다”고 비꼬았다.

이에 대해 바세스쿠 대통령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2004년 가을에 있었던 일이라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소년이 무례한 말을 해서 때렸을 수는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 시간 후 대통령의 대변인은 이 발언을 부정하며 영상이 조작된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루마니아 신문 ‘옵세르바토룰 프라호베안’은 이제 15살이 된 이스트라투를 인터뷰해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스트라투는 유세장에서 바세스쿠를 직접 보자 긴장한 나머지 다른 후보를 지지한다고 말했고, 그러자 바세스쿠가 뺨을 때렸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보도가 나온 지 하루만에 소년은 발언을 취소한다며 논란에 엮이고 싶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소년의 숙모는 아이와 소년의 엄마가 협박당하고 있다며 5년 전에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지만 꾸며낸 이야기라고 생각했었다고 밝혔다.

누리꾼들은 “동영상이 이제야 공개된 이유에도 뭔가 숨겨져 있을 것 같다”, “결선 결과가 궁금해진다”며 당황스럽다는 분위기다.

에디트|김아연 동아일보 기자·정보검색사 ayki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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