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면 통한다”…선수가 북어입니까?

입력 2009-12-0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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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체벌 근절 방법은 있다
최근 대한체육회는 폭력과 예방에 관한 보도자료를 냈다. 이달 중 시도별 일선학교를 직접 찾아가 교육, 상담 및 실태조사를 병행하는 ‘찾아가는 교육상담’을 통해 스포츠인권 향상에 기여하겠다는 내용이다. 이처럼 체육회가 선수 폭력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아직도 현장에서 체벌이 근절되지 않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9월 스포츠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던 배구대표팀 박철우에 대한 코치의 폭력 행사는 폭력이 얼마나 뿌리 깊은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신체에 직접적인 체벌을 가하는 폭력을 방지할 수는 없을까. 이번 주 ‘스포츠 & 사이언스’에서는 신체적 체벌의 해악과 방지책, 지도자의 역할 등에 대해 알아본다.

과거 세계반도핑기구(WADA) 등 국제회의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들을 비롯한 체육계 인사들로부터 한국의 탁월한 올림픽 성적에 대해 질문을 받곤 했다. ‘강인한 정신력’이라고 대답했지만, ‘신체적 직접체벌 등이 포함되기도 하는 혹독한 훈련을 통해 만든’이라는 설명을 붙이긴 곤란했다. 선진국 인사들에게 신체적 직접체벌은 도저히 이해될 수 없는 폭력이며 범법행위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물론 거의 없어졌으나 아직도 선수에 대한 신체적 직접체벌이 문제되기도 한다. 우리는 탁월한 올림픽 성적을 원하면서도 ‘직접체벌 절대반대’를 무조건 강조하며 지도자에게 적용하는 위반의 징계 내용만 엄청나게 강화해 놓았다.

현재 대부분의 현장 지도자들은 자신이 선수 시절 혹독한 훈련을 감내해 내면서 강인한 정신력으로 높은 성취를 이루었던 사람들이다. 그들 시각에서 보면 현재 선수들의 정신력으로는 국제무대의 높은 성취가 가당치 않을 수 있다. 이를 강화시키는 방법으로 자신들이 경험한 ‘혹독한 방법’ 외에 아는 바가 너무 빈약한 것이다. 그런데 혹독한 방법을 사용하면 사회적으로 매장 당할 수 있다. 지도자 사이에선 이런 딜레마가 많을 듯 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를 해결하는데 과학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직접체벌을 절대 배제하면서도 과학적으로 강인한 정신을 배양하는 방법’이 현장 지도자들에게 반드시 제공되고 교육되어야 한다.


○체벌의 해악

과학적인 연구를 통해 본 신체적인 직접 체벌의 해악은 어떤 것일까. 첫째, 직접체벌이나 구타를 가하는 사람의 의도와는 달리 당하는 당사자는 이를 폭력이나 학대로 생각하기 쉬우며 종종 돌이킬 수 없는 신체적·정신적 상처를 입게 된다. 둘째, 직접체벌로는 잘못된 행동의 근본 원인 자체를 해결하거나 제거하지 못한다. 셋째, 직접체벌은 체벌을 가하는 자의 감정이 실리기 쉬우며 이 경우 체벌은 교육의 탈을 쓴 범죄행위일 뿐이다. 넷째, 직접체벌은 당사자에게 결국 두려움일 뿐 다른 바람직한 효과는 기대할 수 없다. 다섯째, 직접체벌은 필요악이 결코 아니며 거꾸로 체벌이 없어야 실제 훌륭한 교육적 효과를 이룰 수 있다.


○간접 체벌의 유의점

하지만 현장에서는 신체적 간접 체벌이 꼭 필요할 수도 있다. 간접체벌 및 꾸중·질책을 사용해야 할 때는 어떤 점을 고려해야할까. 첫째, 잘못된 행동이 일어난 그 순간 즉석에서 바로 처벌해야 한다. 둘째, 처벌을 할 땐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만 일관성 있게 처벌하고, 처벌하는 이유를 분명하게 설명해야 한다. 셋째, 처벌을 할 땐 짧고 간명하게 하되 처음부터 강하게 처벌하고, 처벌 후에는 보상을 주지 말아야 한다. 넷째, 잘못된 행동에 대한 올바른 행동을 분명하게 제시해야 한다. 다섯째, 개인적인 감정을 개입시키지 말고 냉정하게 처벌해야 한다.


○지도자가 갖춰야할 덕목

직접체벌이 훈련과정에 개입되지 않기 위해서는 지도자가 선수에 대한 이해와 과학적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선수의 동기 유발을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지도자는 어떤 점을 갖춰야할까. 우선 효과적인 지도기술의 습득에 앞서 지도자는 자기 자신에 대해 철저해야 한다. 지도자는 최소한 선수 앞에서는 도덕적으로 떳떳해야 한다. 강한 지도력은 여기에 기초할 때가 많다. 둘째, 지도자의 솔선수범이 주는 선수의 자발적 동기유발 효과는 아주 크다. 훌륭한 지도자는 흔히 솔선수범으로 통솔한다. 셋째, 선수들은 서로 일체감을 느낄 수 없는 사람에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 의지할 지도자 및 동료가 없는 곳에서 승리에 대한 강한 집념은 생겨날 수가 없다. 넷째, 지도자가 열심히 하면 선수도 열심히 하게 된다. 선수의 의욕과 정신력은 선수 자신의 내부로부터 타올라야 진정으로 강하다. 작은 불꽃을 자꾸 부채질 해 열정의 화염을 만들어야 하며 이 열정이 결국 챔피언을 만들게 된다.

이외에도 성공적인 지도자의 행동 특성으로는 명확한 비전을 제시해 선수와 함께 이 목표를 공유하고, 항상 분석하고 학습하며 선수의 역할을 명확하게 밝혀 줘야한다. 선수 개개인을 사려 깊게 배려해주고, 선수의 신뢰와 존경을 받도록 행동해야한 다.

여러 사람으로 이루어진 어떤 집단을 지도하는 일은 고도의 전문적인 능력이 필요한 부문이다. 스포츠 현장지도자는 그런 일을 직접 수행하는 사람으로서 해당의 능력을 갖추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아울러 사회에서 그에 합당한 대우를 해주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김용승 KISS 책임연구원
정리 |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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