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얼김의 MLB 수다] 성적과 연봉…숫자가 전부는 아니다

입력 2010-01-1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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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연봉이 얼마냐?”는 질문을 받고 웃는 얼굴로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대다수의 사람들은 연봉과 그 숫자에 얽매이고 틀을 깨뜨리기 힘들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그러나 그 숫자가 모든 것은 아니다. 적어도 꿈과 희망을 품고 있다면 말이다. ‘성적과 연봉으로 말한다’는 프로선수들에게도 이는 크게 다를 것이 없다고 본다.

10여년 동안 MLB현장을 뛰어다니며 성적에 웃고 울고 하는 선수들을 곁에서 지켜 보면서 냉정한 현실에 나름대로 익숙해졌다. 친하게 지냈던 선수들이 방출 또는 트레이드가 돼도 아무렇지 않게 느껴질 정도로 감각은 세월따라 무뎌져가고 있던 모양이다. 얼마전 보스턴 레드삭스와 계약을 한 마르코 스쿠타로는 꽤 오랫 동안 알고 지낸 선수다. 그가 1000만 달러를 넘는 대박을 터트렸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정말 기뻤다. 성적만 놓고 평가하면 그는 그리 뛰어난 선수는 아니다. 작년 시즌이 최고의 해였지만 고작 홈런 12개에 타점은 60개 밖에 되지 않았다. 타율도 0.282였으니 평범한 수준으로 보는 게 맞을 것이다.

그렇다면 명문 구단인 보스턴 레드삭스 프런트가 실수를 한 것일까? 전문가마다 의견이 다를 수는 있지만 스쿠타로는 어느팀이건 꼭 필요한 선수임에는 분명하다. 그리고 성적으로 나타나지 않는 팀 공헌도를 인정받은 MLB에서도 보기 드문 케이스다. 8시즌을 활약하면서 그가 맡은 포지션은 7개나 된다. 그중 수비의 핵인 유격수와 2루수를 주로 맡았을 뿐만 아니라 타율과 별개로 유독 찬스에 강한 타격도 인상에 남았다.

굳이 한국프로야구에 비유하자면 스쿠타로는 ‘SK형 선수’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긴 스쿠타로같은 선수가 많은 게 SK의 저력일테지만. 올스타에 뽑히기는 커녕 후보선수에도 오르지 못했던 스쿠타로. 그래서 2010시즌 그의 활약이 솔직히 기대된다. 뉴욕 메츠 시절 단장과 감독에게 인정받지 못해 마이너리그를 전전하던 그가 메이저리그 명문 레드삭스의 일원이 되고 인정받는 과정까지가 꼭 연봉액수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성적과 연봉이 물론 중요하지만 거기에 이르는 과정,꿈과 희망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메츠의 클럽하우스에서 만날 때마다 한국어로 “난 괜찮아”를 흥얼거리던 스쿠타로는 그래서 더 관심을 갖게 된다.

대니얼 김 Special Contributor

OB 베어스 원년 어린이 회원으로 어릴 적부터 야구에 미쳤다.
85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간 뒤 뉴욕 메츠직원을 거쳐
김병현과 서재응의 미디어 에이전트코디네이터로그들과 영욕을 함께 했다. (twitter.com/danielkim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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