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심 보다 父情' 김광현 애마, 럭셔리 외제차로 바뀐 까닭

입력 2010-01-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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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전자전 김家네 그 아버지에 그아들이다. SK 에이스 김광현이 아버지를 위해 차를 선물했다. 그러나 아버지 김인갑 씨(작은 사진)는 그 차를 아들을 위해 다시 돌려줬다. 부자간의 애틋하고도 따뜻한 사랑 얘기, 한겨울의 추위도 녹일 만큼 훈훈하다. 스포츠동아 DB

당신의 계급이 어디인지, 얼마를 버는지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 없는 세상이다. ‘렉서스 타고 온 그 남자’, 이 한 줄로 소득과 취향을 짐작할 수 있다. 이런 시대에 부와 유명세와 젊음을 갖춘 야구선수들의 차를 향한 욕망은 강렬할 수밖에 없다. 억대 연봉에 진입하면 차부터 최고급 외제차를 사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유지비를 위해, 할부금을 위해 더 잘하려는 동기부여로 삼는 긍정적 효과도 없진 않다.

지난해 포스트시즌 기간 우연히 문학구장 주차장에서 재활 중인 SK 김광현을 봤다. ‘애마’가 바뀌어 있었다. 얼핏 봐도 탄탄한 외국제 SUV였다. 김광현이 운전면허를 딴 시점은 2008년 4월. 그 직후 국산차를 구입했는데 채 2년도 안돼 바뀐 셈이다. ‘그 사이 씀씀이가 커졌나’ 해서 내심 의아했다. 기부를 많이 하고, 부모에게 용돈 받아쓰는 평소 이미지와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광현이 차를 갈아탄 사정은 의외로 아버지 김인갑 씨에 의해 ‘해명’이 됐다. 이야기는 재작년 말 시상식 시즌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수많은 시상식의 MVP를 독식하다시피 했던 김광현은 상금을 어떻게 쓰겠느냐는 질문에 “아버지가 옛날에 구입한 차를 아직도 타고 다니시는데 차부터 바꿔드리고 싶다”라고 답했다. 아버지는 “지금 타는 차가 아직도 잘 굴러 간다”고 만류했지만 아들은 기어코 새 차를 선물했다.

그러나 막상 아들이 사준 차를 탄 아버지의 생각은 곧 바뀌었다. 차가 튼튼하고 좋았던 것이다. 아버지 마음은 ‘이렇게 안전한 차라면 앞날이 창창한 아들이 타는 편이 더 어울리겠다’고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아들에게 ‘지금 네가 타는 차하고 바꾸자’고 먼저 얘기를 꺼내 기어이 관철시켰다. 아버지를 위해 사준 차가 다시 아들에게 돌아온 셈이다. 좋은 것을 얻으면 자식 생각부터 떠올리는 부모 마음이 그렇다.

아들이 억대 연봉자이자 한국프로야구에서 가장 장래가 촉망되는 스타로 성장했지만 아버지의 삶은 바뀌지 않았다. 자식 하나가 뜨면 온갖 친척이 다 생업을 접고 스타 한명에 매달리는 일부 연예인이나 운동선수와 달리 아직도 김 씨는 안산에서 생업인 방앗간을 운영한다. 일 때문에 문학구장 등 수도권을 제외하고 아들이 등판한 지방경기는 현장에 못 따라다니고 TV로 본다.

그 흔한 해외여행도 못 갔다. 김광현이 해외 진출을 먼 훗날의 목표로 설정한 데에는 자기가 외국에서 뛰면 자연히 부모님이 해외여행을 할 수 있을 것이란 속내도 담겨있다.

아들이 벌어오는 연봉과 보너스, 상금은 아들 명의의 통장에 차곡차곡 모아놓고 있다. 아들이 김광현이라고 SK 구단에 티 한번 낸 적 없다. 일례로 문학구장 표도 사서 들어온다. 대신 ‘기부하라’, ‘돈에 집착하지 말라’는 충고를 해준다. 김광현이 구단과 속전속결 재계약을 끝내는 이면에는 아버지의 조언이 숨어있다. ‘대한민국 에이스의 아버지’는 차종으로 예단할 수 없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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