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싱Q 아이폰의 모든 것] “나흘간 지지고 볶다…아이폰, 네게 반했어”

입력 2010-01-2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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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새로운 문물에 대충대충 적응해 살던 김원겸 기자. 스마
트폰을 갖게 되면서 새로운 문화를 체험하고 있다.

‘아이폰을 살까, 아니면 다른 스마트폰을 살까.’ 정말 한참 고민했다. 스마트폰을 쓰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모두 자기가 쓰는 제품이 “좋다”고 한다. 식당도 사람들이 붐비는 곳이 맛있는 법. 결국 요즘 이런저런 화제가 많고 말도 많은 아이폰을 사기로 했다. 그러나 아이폰을 산 후 겪은 나흘의 시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사투’의 연속이었다.


● 첫 날. 아이폰에 말 거는 단계


“아이폰에 대해 알고 오셨습니까?”

“벨소리 다운 받으려면 1시간이 걸리는데도, 정말 사시겠습니까?”

굳은 표정으로 퉁명스럽게 두 개의 질문을 연이어 던지는 매장 점원. 내 돈 주고 사겠다는데 ‘어서옵쇼’는 못할망정 기분 나쁘게 별 이상한 걸 물어본다. 알고 보니 아이폰은 포장을 뜯는 순간 무조건 2년간 사용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단다. 그럼 제품 포장을 뜯었는데, 마음이 바뀌어 안사면? 환불이 안되는 것은 물론. 만약 실수로 포장을 뜯더라도 그냥 사야 한다. 참고로 그래서 아이폰 판매 사원은 아무나 못하고, 일정한 교육을 받은 사람만 가능하다고 한다.

아이폰은 한 달 사용요금을 얼마로 하느냐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가장 비싼 9만5000원짜리(800분 무료통화)면 단말기는 공짜, 6만5000원(400분 무료통화)짜리 요금제는 한달에 5500원씩 할부금을 낸다. 서류를 작성하고 약 1시간 동안 ‘동기화’라는 개통 과정을 거쳐 받은 아이폰. 버튼을 꾹꾹 눌러 쓰는 전화기만 썼던 기자에게 ‘톡’ 건드리면 작동되는 터치패드 방식부터 신기했다. 아이폰을 쓰기 위해 이동통신사도 13년간 쓰던 S사에서 K사로 옮겼다. 가족과 취재원들에게 번호 변경 문자메시지를 보냈더니, 회신의 90%가 ‘아이폰 사셨군요?’다. 정말 귀신같은 사람들이다.


● 둘째 날. 어플 매력에 빠지다.

‘어플’을 깔아보기로 했다. 주변의 아이폰 사용자들이 만났다 하면 화제로 등장하던 그 어플. 어플은 ‘응용프로그램’이란 뜻을 가진 컴퓨터용어 ‘애플리케이션’(application)의 줄임말이다. 이 어플에 따라 아이폰의 기능은 무궁무진, 다양해진다. 어플을 받기 위해선, 파일 공유를 위해 P2P 프로그램을 깔 듯, 아이튠즈를 깔아야 한다. 아이폰을 쓰는 지인을 통해 아이튠즈 이용법을 물어보고 공짜 어플, 필수 어필도 추천받았다. 공짜 어플은 일단 받아놓고 보지만, 유료 어플은 사용 후기를 꼼꼼히 읽어야 헛돈 날리지 않는다.

오호, 그런데 수많은 어플 중에 ‘아시아 큰 가슴’ ‘섹시화보’ 어플에 힐끗힐끗 시선이 간다. ‘여기에 이런 어플…’하면서도 괜히 클릭을 하는 건, 수컷의 본능일까. 그런데 열어보니 ★모양이나 ♥모양으로 ‘결정적인 곳’만 가린 야한 사진이 있는 어플이다. “음, 미끼 사진으로 유혹해 결국 ‘결제’를 클릭하게 만드는 속셈이군.”

밤이 깊어가는 줄 모르고 어플을 탐색하다 무료 어플 14개를 다운받았다. 내 아이폰에 새로운 14개의 기능이 생긴 것이다. 나 이제 아이폰에 제대로 빠져든 것인가.


● 셋째 날. ‘편리한 세상’을 체험하는 단계

그동안 통화, 문자메시지 외에 휴대전화를 요긴하게 쓰는 때는 실시간 교통정보가 반영되는 네비게이션 사용이 전부였다. 하지만 아이폰을 쓰면서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우선 출근 전 일기예보를 확인한다. 전에는 TV를 켜고 일기예보나 뉴스에 채널을 맞춘 뒤 화면에 ‘서울’이 나오기를 기다렸지만, 오늘부터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날씨를 알려주는 어플로 바로 확인이 가능. 집 앞 버스정류장에 내가 탈 버스가 오는 시간도 알 수 있어 추운 날씨에 기다릴 필요도 없다. 내가 걷고 있는 거리의 맛집도 순식간에 알아낸다.

써보니 불편한 점도 꽤 있다. 우선 문자 메시지를 보낼 때 오타 작렬. 정전식 터치 방식이다 보니 내 의도와 다른 키를 치는 오타가 자주 난다. ‘ㅇ’을 치려는데 자꾸 옆의 ‘ㄴ’이 뜬다. 나도 애들처럼 양손으로 문자를 보내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독수리 타법이 된다.

아이폰 속 한글자판은 컴퓨터와 동일하지만, 독수리 타법으로 변하는 순간 완전히 새로운 배열의 자판으로 보인다. 독수리 타법으로 문자를 보내면 아이폰 비사용자들로부터 꼭 이런 소릴 듣는다. “아이폰 불편하지?” 아, 고독하다.


● 넷째 날. 아이폰이 일상이 되는 단계

아이폰 사용자들끼리는 ‘끈끈한’ 동료의식이 생긴다. 친하지 않았던 사람들도 갑자기 친하게 느껴진다. 사용자끼리 무료 채팅이 가능하고, 두 기계를 살짝 충돌시키면 정보가 공유되고, 각자 서로 다른 악기 기능을 선택해 합주도 가능하다. 기자도 아이폰 사용자들과 어울리면서 자연스럽게 커뮤니티가 형성되는 걸 체험했다.

전에는 기자에게 휴대전화는 ‘통화하는 기계’였다. 인터넷을 전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폰의 최대 강점은 인터넷을 아무데서나, 그것도 공짜로 쓸 수 있다는 점이다. 아이폰 동료들은 인터넷을 안쓰는 기자에게 핀잔을 준다. 자장면집에 와서 단무지만 먹는다고. 이들에겐 아이폰이 ‘통화되는 컴퓨터’였던 것이다. 무선 랜이 되는 곳이면 인터넷을 공짜로 쓸 수 있다. 웬만한 커피전문점에서는 초고속 랜을 사용하는 듯 빠르다. 하지만 주의. 여기에 함정이 있다. 3G를 기반으로 한 어플을 자주 사용하면 한 달 후 요금폭탄을 맞을 수 있다.



I am 아이폰

이름: 아이폰
생년월일: 2007년 6월29일
한국생일: 2009년 11월28일
키: 115.5x62.1mm
체중: 135g
허리사이즈(두께): 12.3mm
아이큐(메모리): 16GB/32GB
용모(화면): 8.9cm(대각선), 480x320 픽셀 해상도, 무수은 LCD
시력(카메라): 300만 화소
언어능력(사용가능 언어): 슬로바키아어, 히브리어 등 30개국어
기타 신체특징: PVC 일체 사용 없는 친환경 신체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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