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단속 급한 北 ‘준전시 상태’ 선포할까

입력 2010-05-22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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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화된 민심 조일 구실 필요
“천안함 날조” 뉴스마다 반복

핵사찰 압력 때 등 4번 선포
美 무력시위 위기감 반영
천안함 침몰사건 조사 결과 발표 뒤 북한이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북한은 남측 정부가 20일 천안함 사건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 시작한 뒤 30분 만에 최고 권력기관인 국방위원회 대변인 명의로 남측 주장을 “날조극”이라고 반박하며 강력 대응 의지를 밝혔다. 또 이 내용을 조선중앙TV를 통해 뉴스시간마다 반복해서 재방송하며 일반주민에게 적극 알렸다.

북한의 대응방식을 보면 과거 준전시상태에 돌입했던 1976년 8월의 판문점 도끼만행사건 때와 1993년 3월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때와 비슷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북한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준전시상태나 그와 맞먹는 비상사태를 선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준전시상태는 북한군 최고사령관 명의로 북한 전역에 하달되는 6단계의 비상사태 대비 작전명령 중 상위 두 번째 단계를 말한다. 북한의 비상사태는 △전시상태 △준전시상태 △전투동원태세 △전투동원준비태세 △전투경계태세 △경계태세로 구분된다.

전시상태는 아직 선포된 적이 없다. 준전시상태는 과거 네 차례 선포됐다. 1968년 푸에블로호 나포사건과 1976년 판문점 도끼만행사건, 1983년 팀스피릿 훈련, 1993년 NPT 탈퇴 때다. 준전시상태가 선포되면 북한 전국은 최고사령부 중심의 전시체계로 전환하며 군 및 준(準)군사조직은 진지에서 24시간 전투태세를 갖추게 된다.

준전시상태는 북한이 외부의 군사공격 가능성, 특히 미군의 개입 위협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고 판단할 때 선포됐다. 푸에블로호 사건과 판문점 도끼만행사건 때 미군은 대규모 육해공 병력을 한반도로 급파하고 공격태세를 취했다. 북한은 이에 준전시상태로 맞대응을 했고 특히 판문점 도끼만행사건 때에는 준전시상태를 무려 1년 반이나 유지했다. 또 팀스피릿훈련 규모가 크게 늘어난 1983년과 미국 빌 클린턴 행정부가 핵 특별사찰 압력을 넣으면서 팀스피릿훈련을 재개했던 1993년에도 북한은 준전시상태를 선포했다.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미군이 개입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러나 과거와는 달리 북한 체제가 그 어느 때보다 취약하다는 것이 변수다. 북한은 지난해 말 화폐개혁 실패로 민심이 악화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김정은 후계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가뜩이나 흐트러진 민심을 조일 구실이 필요한 북한 정권에 천안함 사건은 비상사태를 선포할 구실을 만들어 준 셈이다. 따라서 북한은 어떤 방식으로든 이번 사건을 내부 통제에 활용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천안함 관련 반응은 과거 북한이 저질렀던 다른 테러 및 도발 때와 비교해 봐도 민감하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은 1983년 아웅산 테러나 1987년 김현희의 대한항공기 폭파사건, 1996년 강릉 잠수함 침투사건 때에는 내부 주민에게 관련 내용을 적극적으로 알리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이를 활용하기보다 북한 주민이 이를 화두로 삼는 것을 되레 경계한 것이다.

반면 1968년 북한 특수부대의 청와대 습격 시도나 1999년 및 2002년 1, 2차 연평해전은 사건을 교묘하게 왜곡 조작해 선전하는 태도를 보였다. 청와대 습격 시도는 지리산 빨치산의 무장투쟁으로 왜곡했다. 연평해전은 적의 선제공격을 격퇴하고 승리한 해전으로 둔갑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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