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인터뷰] 양현종이 이용찬에게 묻다

입력 2010-05-3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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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마무리 이용찬은 2006년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우승 멤버다. 당시 함께 우승을 일군 KIA 선발 양현종의 짓궂은 질문에도 솔직담백한 화법으로 응수하며 마무리 투수다운 강인한 기백을 보여줬다.스포츠동아DB

마무리 투수로 올라와서 역전 만루포 맞은 기분은?
“투수가 홈런 한방 맞은것 같고 뭐…”

Q1. 용찬아, 광주 오면 연락한번 안하더라?
A1. 만날 친구가 한둘이야?…시간 내 볼게

Q2. 삭발을 해도 잘생겨 보이던데, 하하하
A2. 넌 꼭 뿔테 써…나는 생긴대로 살련다




-너한테는 아픈 기억이지만 TV 중계 하이라이트 등에서 네가 페타지니(전 LG)에게 만루홈런 맞는 장면이 자주 나오더라.(이용찬은 2009년 4월 10일 잠실 LG전에서 페타지니에게 프로 통산 3번째 역전 끝내기 만루홈런을 허용했다) 그걸 볼 때 무슨 생각이 드니?


“나이스 배팅이었다고 생각하지. 그때도 홈런 맞고 별로 괜찮았는데…. 그냥 담담하고 아∼무 생각이 안 들었어. 홈런 맞아도 ‘뭐, 다음에 잘 던지면 되지’ 그렇게 생각해. 그때 아쉬웠던 부분이 있었다면 볼 카운트(1-2) 싸움을 제대로 못해서 유리하게 못끌고 갔던 것, 그거 하나. 반성되지.”

-나도 신인 때 꿈이 마무리 투수였어. 결국 마무리 투수가 경기를 끝내고 대미를 장식하는 거잖아. 멋있어 보였거든. 마무리로 나갈 때의 마음가짐이 어떤지, 그게 궁금하다.

“뭐가 따로 있겠냐. ‘무조건 막아야지, 막아야지’ 생각하고 올라가지. 속으로 ‘집중하자’고 계속 주문을 걸어. 그리고 마무리라는 보직이 어느 정도 긴장감이 있어야 되는 것 같아. 그래야 더 집중이 잘 되고. 마운드에 올라가서는 ‘첫 타자만 잡자!’고 생각해. 난 대개 1점차나 2점차의 절체절명의 순간에 올라가니까 첫 타자 잡으면 편하게 갈 수 있거든. 올해 개인적으로 고무적인 거는 볼넷 없어진 거다. 차라리 안타를 맞아도 볼넷은 안 내주는 게 좋은 것 같아.”

-마무리 투수는 세리머니가 있어도 좋지 않을까? 넌 조용한 성격이잖아. 경기를 끝내고도 모자 벗고 머리 숙여 인사하는 게 다야. 좀 밋밋하지 않나?

“현종이가 아직도 날 잘 모르네. 나 그렇게 조용한 성격이 아닌데….(웃음) 세리머니? 뭐 할 게 있나? 상황에 따라 달라지고 흥분된 상태에서 어떤 제스처가 나올지 모르니까. 아! SK 경기 보니까 이승호 선배님이 세이브 하고 박경완 선배님하고 마운드에 올라와서 악수하는 데 좋아 보이더라. 그거 괜찮은 것 같다.”

-넌 마무리인데 혹시라도 (임)태훈이처럼 친한 친구의 승리를 지켜주는 거랑, 용병 투수들의 뒤에서 던질 때 마음가짐이 다른 게 있니? 한 가지 더. 만약 나랑 같은 팀 되면 내 것(승)도 잘 마무리해줄 자신이 있니?

“하하. 이 자식이, 내 보직이 마무린데…. 무조건 다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태훈이라고 해서 더 잘 해주려고 하고 너라고 더 긴장하고 그러는 게 아니라. 마운드에 올라가면 막기 급급해. 내 코가 석자다. 그럴 여유가 어디 있어. 뭐, 아무래도 태훈이가 승리요건 채웠으면 더 신경이 쓰이긴 하지. 근데 기본적으로 내가 못 막으면 우리 팀이 지는 게 더 걸려.”

-나도 신인 때 야구 잘 안되면 삭발을 자주 했어. 한 3∼4번쯤은 한 것 같다. 그 때마다 선배들이 “왜 머리에 화풀이를 하냐?”고 하셨거든. 너도 삭발을 종종 하는 것 같은데 그러면 야구가 잘 되니? 넌 역시 삭발을 해도 잘 생겼더라. 하하하.

“야구도 안 되고 그러니까 마음을 다잡는다는 생각으로 자르지. 개인적으로 충고하는데 현종아, 넌 삭발은 아니다. 안경도 뿔테를 써라. 넌 얼굴을 머리나 안경테로 많이 가려야 좋아. 하하. 난 그냥 나 생긴 대로 살란다.”

-야구말고 사실 다른 게 더 궁금해. 우리가 한창 놀 나이잖아. 나도 신인 때 잠깐 ‘나쁜 길’에 들어섰다가 일찍 나왔거든. 물론 지금은 프로선수답게 몸 관리를 잘 하고 있지. 그런데 요즘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네가 늦바람이 들었다던데…. 일단, 이런 소문에 대해 인정하니? 인정한다면 왜 그러는 거니?(웃음)

“(이 질문에 이용찬은 발끈하며 기자의 핸드폰을 빼앗아 양현종에게 전화를 하겠다는 시늉을 했다)아니, 전화 좀 해보세요. 물어보게. 현종아, 도대체 나쁜 길이 뭐야, 나쁜 길이. 난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내가 더 궁금하다. (부모님이 보시면 오해를 한다며)이 질문은 패스.”

-(임)태훈이는 광주 오면 항상 나랑 만나고 가. 우리 집에서 밥도 먹고. 그런데 용찬이 너에게 전화하면 항상 바쁘다고 하더라. (약간 서운한 듯) 너 여기 연고도 없는데 대체 왜 이렇게 만나기가 힘든 거니?

“초등학교 친구가 KIA에 있었잖아. 어렸을 때 옆동네 살기도 했고. 걔도 보고 후배도 좀 보고. 네가 그렇게 원하면 다음에 꼭 보러 간다. ㅋㅋ.”

-쿠바에서 열린 2006년 제22회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이었지. 당시 쿠바는 세계 최강이었잖아. 다들 이기려는 욕심도 없고, 사실상 쉬어가는 경기였는데…. 난 네가 자진해서 선발로 나갔던 것으로 기억한다.(당시 한국은 A조 예선리그 2차전에서 쿠바에 4-8로 패배) 대체 무슨 배짱으로 그랬던 거니?

“당시 대표팀 맡고 있었던 광주일고 허세환 감독님이 선수들을 집합시켜 놓고 ‘쿠바전 선발 누가 나갈래?’라고 하셨잖아. 그때 나랑 감독님 눈이 딱 마주쳤어. 그래서 그냥 ‘제가 나가겠습니다’라고 했던 것 같아. 나도 사실 피하려고 그랬는데 한편으로는 ‘최강 쿠바 선수들은 내 생애 언제 다시 상대해보나. 던져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근데 그때 구종 선택이 잘못됐어. 쿠바 선수들이 힘이 좋으니까 직구 말고 변화구 위주로 던졌는데 슬라이더, 체인지업 다 맞아나가더라고. 3회부터 열 받아서 무조건 직구로만 던졌더니 타자들이 못치는 거야. 처음부터 직구 던졌으면 좋았을 텐데. 그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달았던 거지.”

- 원래 어릴 때는 명품 이런 거 모르잖아. 그런데 넌 그때(2006세계청소년선수권) 공항에서 명품 선글라스를 사더라. 멋있게 보이려고 한 거니, 아니면 쇼핑이 취미니? 여전히 쇼핑을 좋아하는 지도 궁금해.

“난 그런 적 없는데…. 너 왜 자꾸 말 지어내고 그래. 운동할 때 쓰는 선글라스 그거 사고, 그런 것밖에 없는데. 그리고 쇼핑은 무슨, 돈이 있어야 쇼핑하지. 벗고만 안 다니면 되는 거 아니야? 내 한 달 용돈으로는 기름값 대는 것도 빡빡하다, 친구야.”

■ 에피타이저

● 양현종이 이용찬에게= 용찬아. 너를 눈여겨본 것은 고3 때였던 것 같다. 2006년 4월 대통령배 결승이었지. 너희 학교(장충고)와 우리 학교(광주 동성고)의 대결이었잖아. 당시 좌완에서는 나와 (김)광현(SK)이가, 우완에서는 너랑 정영일(LA 에인절스)이 유망주로 꼽혔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6회에 구원을 나온 네가 9회까지 무실점으로 막고, 우승 세리머리를 하는 장면을…. 그때는 참 부럽기도 하고 샘나고 그랬단다.(장충고는 2-0으로 승리해 우승을 차지했고, 이용찬은 MVP의 영예를 안았다) 우리가 친해진 계기는 그해 9월 쿠바에서 열린 제22회 세계청소년선수권이었던 것 같아. 지금 봐도 그 때 멤버는 정말 화려한 것 같다. 너랑 나랑 (임)태훈(두산)이, (김)광현이…. 우승하고 좋아했던 것 너도 기억하지? 프로 와서도 난 네가 너무 부러웠다. 한 팀에 동기(임태훈)가 있다는 것이 말이야. 그래서 두산과 경기 할 때면 너희 둘 보러 두산 덕아웃에 가기도 했잖아. 어제(5월 21일) 너랑 통화할 때 너무 심한 질문하지 말라고 했는데, 내가 준비한 질문이 좀 독해서 걱정이다. 재밌게 하려고 그러는 거니까, 다 이해해줄 거지?(5월 22일 광주구장)


● 이용찬이 양현종에게= 네가 쓸쓸하다고 하니까 하는 말이야. 우리 팀으로 와라(웃음). 우리 팀 오면, 네가 질문했던 것 있지? 내가 네 승리 안 날리게 뒷문 다 막아줄게. (김)선우 선배님이랑 가끔 “용찬아, 형 것 말면(블론세이브 하면) 덕아웃 들어오지 마”라고 농담하시는데 그럴 때마다 “네. 옷도 안 갈아입고 외야로 곧장 나가버릴게요”라고 대답하거든? 내가 네 것 말면 바로 외야로 나갈게. 하하. 농담이고. 난 개인적으로 우리 동기들이 프로야구판을 휘어잡았으면 좋겠어. 너도 그렇고, (임)태훈이도 그렇고, (김)광현이, 롯데 (이)재곤이, (이)상화, 한화 (김)강이, 우리 팀 (이)두환이…. 우리 연말 청대(제22회 청소년대표팀) 모임도 계속됐으면 좋겠고. 아무튼 현종이 넌 어제(5월 27일) 8승 땄더라. 씩씩하게 던지는 것 같아 보기 좋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좋아지냐? 나중에 가르쳐주라. 앞으로 광저우아시안게임이 있는데 너나 나나 태훈이나 예비엔트리에 뽑혔잖아. 다 함께 가서 예전처럼 금메달 목에 걸자. (5월 28일 잠실구장) 한편 이용찬은 다음 릴레이인터뷰 상대로 넥센 강윤구를 지목했다.


정리|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정리|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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