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이 사랑한 스타디자이너 앙드레 김은 누구?

입력 2010-08-1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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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톱스타가 애틋한 눈빛으로 서로의 이마를 맞댄 뒤 허공을 응시하는 포즈는 앙드레 김 패션쇼 무대의 상징이 됐다. 올해 3월 중국에서 열린 패션쇼 무대 리허설에 선 앙드레 김이 모델로 나선 이수경과 정겨운(맨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한국 패션계의 거장이 떠나가던 날, 어둑한 여름 밤하늘은 비를 흩뿌렸다. 힘겨운 투병의 와중에도 패션 무대에 대한 끊임없는 열정을 드러내온 거장. 75년 세월의 흐름을 무색케하는, 늘 우아하고 화려한 면모를 과시하며 정열의 삶을 살다 간 거장의 자취는 한국 패션계의 커다란 버팀목이었다.

12일 타계한 디자이너 앙드레 김은 1935 년 8월24일 경기도 고양군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영화 속 여배우들의 모습을 보며 패션 디자인에 대한 꿈을 키웠다. 고교 졸업 후 홀로 상경, 1961년 고 최경자가 설립한 서울 명동의 국제복장학원 1기생으로 입학하며 디자인계에 본격 입문했다. 스승 최경자는 자서전에서 30명의 입학생 중 단 세 명에 불과했던 남학생 중 한 명이었던 그에 대해 “재능이 많고 감각이 뛰어났던 제자”로 평가하기도 했다.


그런 감각과 재능으로 앙드레 김은 1962년 서울 반도호텔에서 첫 패션쇼를 열고 한국 최초의 남성 패션 디자이너로 데뷔했다. 이후 서울 소공동에 ‘살롱 앙드레’라는 의상실을 열고 본격적인 패션 디자이너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1964년 당대 최고의 연예인 스타 커플인 신성일·엄앵란 결혼식 당시 엄앵란의 드레스를 디자인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1981년에는 미스유니버스대회 지명 디자이너로 발탁돼 한국 디자인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 큰 공을 세웠다. 이후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 한국 국가대표팀의 선수복을 디자인하며 자타가 인정하는 한국 대표 디자이너로 우뚝 섰다.

앙드레 김은 한국 디자이너로는 처음으로 해외에서 패션쇼 무대를 꾸민 사람이기도 했다. 1962년 프랑스 파리에서 패션쇼를 연 앙드레 김은 당시 ‘선경(仙境)의 마술’(르 피가로) 등 현지 언론의 극찬을 받았다. 이후 캄보디아 앙코르와트와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중국 베이징의 인민대회당, 이집트 피라미드 등 국내외 수많은 곳에서 수백여 차례 크고 작은 패션쇼를 열고 자신의 독창적인 패션을 선보였다.

디자인에 대한 열정을 인정받아 이탈리아와 프랑스로부터 훈장을 받은 그는 1999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앙드레 김의 날’을 선포하는 등 이름을 알렸다. 이후에는 세계평화아동축제 아동평화대사,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친선대사 등 어려운 이웃들을 돕는 데 늘 앞장서며 주변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또한 앙드레 김은 스타들이 가장 사랑하는 한국의 디자이너이기도 했다. 그는 한국의 내로라하는 톱스타들과 손을 잡고 그들을 패션의 무대로 이끌었다. 앙드레 김의 패션쇼에 오른 톱스타들로는 장동건, 김희선, 이영애, 배용준, 최지우, 송혜교, 이병헌, 원빈, 차인표, 송승헌, 김태희 등 끝이 없다. 팝스타 마이클 잭슨과 배우 나스타샤 킨스키, 브룩 실즈도 그가 디자인한 의상을 입었다.

김민정 기자 ricky33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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