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그때 이런 일이] 30년 전 ‘DBS·TBC’ 마지막 전파 신군부정권의 언론통폐합 희생양

입력 2010-11-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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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 1년차 이숙영 아나운서가 선배 송지헌 아나운서와 함께 마이크 앞에 앉았다. 주어진 원고를 읽는 두 사람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치받쳐 오르는 감정을 억누르는 두 사람의 목소리를 듣는 수많은 청취자들도 가슴으로 울고, 손으로 눈물을 훔쳐냈다.

1980년 오늘, DBS(동아방송)가 마지막 방송으로 18년간 만나온 청취자들과 이별했다. 이날 TBC(동양방송)도 고별방송과 함께 종방했다. 보름 전, 신군부 정권의 언론 장악을 위한 언론 통폐합 조치에 따른 것이었다. 신군부는 그해 11월14일 한국신문협회와 한국방송협회의 자율결의 형식을 강요하며 64개 언론사를 18개사로 통합하는 언론 통폐합 조치를 감행했다. 이에 앞서 국군보안사령부는 언론사 대표들을 불러들여 언론사 포기 각서를 강요하고 협박했다. 특히 권력 비판에 날카로운 목소리를 냈던 동아방송 등이 그 핵심 대상이었다.

송지헌 아나운서와 이숙영 아나운서는 이날 오전 5시부터 밤 12시까지 모두 8부에 걸친 고별방송의 마지막 순서를 맡았던 이들. 밤 10시부터 1시간 30분 동안 각국의 이별 노래를 모아 방송한 ‘안녕히 계십시오’의 진행자들이었다.

이후 30분 동안 ‘이별의 노래’가 흐른 뒤 밤 12시, “지금까지 여러분께서는 대한민국 서울에서 방송해드린 DBS 동아방송을 들으셨습니다. 1963년 4월25일 새벽 5시 주파수 1230KHz, 출력 10KW로 첫 전파를 띄운 이래 18년 동안 청취자 여러분과 희로애락을 함께 했던 동아방송이 이제 고별의 장막을 내리게 됐습니다.(중략)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 여기는 동아방송입니다. HLKJ”라는 고별사가 흘렀다.

이에 앞서 CBS(기독교방송)가 11월25일 낮 12시30분 뉴스를 끝으로 종방했고 뉴스 진행자들의 흐느낌이 이어졌다.

이에 놀란 권력은 ▲고별방송은 방송 종료일에만 한하고 그 이전 편성은 일체 불허하며 ▲고별방송은 기존 프로그램에 단순한 고별인사를 삽입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만약 고별 특집 프로를 제작, 방송하고자 할 때는 그 내용은 단순한 고별 인사, 과거 방송된 프로그램의 하이라이트, 감상적 내용을 배제한 연기 또는 분위기로 할 것 등에 관한 ‘지침’을 내리기까지 했다. 물론 사전 원고와 대본 등에 대한 검열은 필수였다. 마지막 방송까지 검열과 감시, 겁박의 칼날을 겨눈 권력에 맞서 동아방송은 18년 동안 ‘뉴스쇼’, ‘여명 80년’, ‘0시의 다이얼’, ‘고운정 미운정’, ‘오늘도 푸른 하늘’, ‘다이얼 1230’,

동아방송이 그 마지막 방송을 한 30년이 지난 오늘부터 12월1일까지 방송통신위원회는 종합편성 및 보도채널 예비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사업계획서를 접수한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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