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그때 이런 일이] “난, 한국인”…차인표 美영주권 포기하고 입대

입력 2010-12-0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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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탤런트 박해진과 가수 MC몽이 ‘병역 기피’ 의혹과 논란에 휩싸였다. 이들은 “억울하다”고 말한다. 실제 불법적인 행위가 있었는지는 당국의 조사와 법정을 통해 가려질 일. 하지만 연예인으로 이런 의혹에 휩싸인 것만으로도 많은 팬들은 실망하는 눈치다. 일부 연예인의 병역 기피 의혹은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1970년대 이후 신문 사회면에 잊을 만하면 등장한 것도 일부 연예인의 병역 기피 의혹 및 처벌 등에 관한 보도다.

1994년 오늘, 한 스타가 미국 영주권을 포기하고 입대했다. 그해 MBC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안에’로 일약 톱스타로 떠오른 차인표(사진)가 그 주인공이다. 지금도 연예인의 병역 문제를 떠올릴 때 차인표는 하나의 모범적인 사례로 회자된다. 차인표는 5년여 동안 미국에 거주하며 영주권을 취득했다. 1993년 2월 귀국한 그는 MBC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뒤 이를 포기했다. 그리고 이듬해 7월 병역을 위한 신체검사를 받았다. ‘사랑을 그대 품안에’의 인기에 힘입어 ‘까레이스키’에 캐스팅된 그는 해외 촬영을 위해 출국하다 병무청으로부터 거부당한 기억을 끄집어내며 “언제든 입대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미국 영주권을 포기하고 입대를 선언했다.

차인표는 28세의 나이로 1994년 12월1일 육군 연무대 제2훈련소에 입소, 116명의 동기생과 함께 신병훈련을 받았다. 신병 기초훈련을 마치면서 연대장상을 받을 정도로 성실한 교육을 받은 그에 대해 당시 군 관계자들은 “늦은 나이에 받는 고된 훈련 속에서도 솔선수범한다”고 언론에 전하기도 했다. 그의 인기는 훈련소 안에서도 식지 않아서 무려 800여명의 부대원들에게 사인을 해줬다는 일화도 있다. 그는 육군 군수관리학교에서 근무한 뒤 1996년 12월19일 제대했다.

이후 차인표는 2002년 3월18일 동아일보 칼럼에서 “사실 그때 고민이 많았다”면서 “어차피 겪어야 할 일. 매도 미리 맞는 게 낫다는, 원칙적인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주변에서 내 결정을 말린 사람도 없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그리고 “생각해 보니 당시 결정은 이후 몇 년 동안 내게 ‘평정심’과 ‘자신감’을 가져다주었다. 꼭 ‘신성한 병역의 의무’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최소한 ‘내가 할 건 했다’는 스스로에 대한 책임감 같은 거였다”고 말했다. 이러한 “책임감”은 2001년 할리우드 영화 ‘007 어나더데이’ 출연 제안을 거절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영화 속 설정이 당시 한반도 상황과는 무관하게 지나친 냉전적 시각을 담고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많은 팬들은 차인표의 그 “책임감”에 박수를 보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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