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그때 이런 일이] 배삼룡 납치소동… 30명 몸싸움에 배삼룡 졸도

입력 2010-12-0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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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코미디계 ‘대부’ 故 배삼룡

올해 2월23일 8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코미디계의 큰 별. 힘없이 출렁이며 다리를 흔들어대는 ‘개다리춤’은 지금도 쉽게 볼 수 있는 ‘바보춤’의 원전이다. ‘비실이’ 배삼룡. 1960년대부터 30여 년 동안 한국 코미디를 대표하는 별로 그의 이름을 빼놓을 수 없다.

그런 배삼룡이 당대 최고의 코미디언이었음을 입증한 일대 사건, ‘소동’이라고 이름 붙일 수밖에 없는 일이 1973년 오늘 벌어졌다.

MBC와 당시 민방인 TBC 사이에 벌어진 ‘배삼룡 납치 소동’이 그것이다. ‘007영화를 방불케 한 배삼룡 주연 액션 스릴러’ 혹은 ‘동업자끼리 납치 쟁탈전’ ‘백주의 추격전, 배삼룡을 잡아라’ 등 이 소동은 언론에 대서특필되기도 했다.(1998년 9월8일자 경향신문)

TBC는 당시 MBC ‘웃으면 복이 와요’와 ‘부부만세’ 등에 출연하며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배삼룡을 스카우트하려 했다. ‘웃으면 복이와요’를 연출한 코미디 프로그램의 달인 김경태 PD가 TBC로 옮기면서 준비한 프로그램 ‘좋았군 좋았어’가 배삼룡을 내세워 12월9일부터 방송할 무대였다.

배삼룡은 일단 TBC 측의 출연 제안을 받아들였지만, 그 생각을 쉽게 실천으로 옮겨지지 못했다. 이런 결심에는 자신을 ‘2등 대우’하는 MBC의 처사에 대한 반발도 작용했다고 배삼룡은 훗날 털어놓기도 했다.

녹화 전날부터 배삼룡과 연락이 닿지 않은 TBC측은 MBC가 그를 빼돌린 것으로 오해했다. MBC 측이 놀란 것은 당연한 일. 여기에 KBS가 가세했다. MBC의 동의 아래 신설 프로그램인 ‘토요만세’에 배삼룡을 출연시켰다.

녹화 당일 MBC는 배삼룡에게 2명의 직원을 붙여줬고 TBC 역시 녹화장인 KBS 스튜디오로 직원을 ‘급파’했다. 녹화가 진행되는 동안 1차 설전을 벌인 양측은 배삼룡이 DBS(동아방송)의 ‘명랑스테이지’ 공개방송을 위해 서울 을지로 5가 수도예식장에 당도할 때까지 추격전을 벌였다.

결국 두 방송사 직원들은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공개방송을 끝내고 나오는 배삼룡을 ‘납치’하기 위해 무려 30여명의 양측 직원들이 달라붙었다. 이런 다툼 속에서 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배삼룡은 졸도하고 말았고 방송사 직원들은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양측의 압력과 설득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TBC는 ‘백지수표’를 제시했다. 심지어 MBC는 정치권을 들먹이며 압력을 행사했다는 소문까지 퍼졌다. 배삼룡은 당황했고 결국 연예활동의 ‘고향’인 MBC를 택했다.

1946년 어머니의 쌈짓돈을 훔쳐 가출한 뒤 유랑극단 민협의 밀린 여관비와 식대를 대신 갚아주며 데뷔한 배삼룡.

‘저질’의 ‘누명’ 속에서도 오늘날 코미디의 전형적 소재가 된 ‘바보 연기’의 원형으로서 그는, 예전엔 톱스타급 코미디언으로, 오늘에는 향수 가득한 웃음의 주인공으로 영원히 기억되고 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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