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커버스토리]박상민 인터뷰<2>“고문 받는 성모가 섹시하다고요?”

입력 2010-11-04 11:5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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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문 장면 찍기 전 정보석과 장난 삼매경
● "1000억대 부자? 그런 돈 있으면 방송사 사장한다"
● '장군의 아들' 호칭, 평생 영광
(1편에 이어서)

최근에는 박상민이 대통령의 비자금 장부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중앙정보부(현 국가정보원) 요원들에 고문을 당하는 장면이 화제가 됐다. 물고문 전기고문에 거짓말 탐지기까지 동원됐지만, 끝까지 버티는 이성모와 기어이 자백을 받아내려는 조필연(정보석 분)의 카리스마 대결로 '자이언트'는 정점을 향해 내달았다.

-고문당하는 장면 찍을 때 실제로도 긴장감이 넘쳤나요?

"극중 상황은 되게 긴박한데 실제로는 웃겨요. 리허설 하면서 '흐흐흐' 하고 웃고, '메롱~ 총알은 거기 없지, 여기 있는데?'하면 정보석 선배는 과장되게 놀란 표정을 짓고. 손가락 권총으로 이러 쿡쿡 쑤시고 장난치고…. 반전의 반전이 우리 드라마의 묘미죠."

-극중 '원수' 정보석 씨와는 친한가요?

"보석이 형은 '장군의 아들' 찍을 때 같은 (태원) 영화사에 있어서 워낙 친하게 지냈어요. 같이 연기하는 건 처음이지만 익숙하죠. 게다가 연기를 참 잘해요. 그래서 필연과 성모가 대결하는 신이 더 돋보인 거죠. '대왕세종'을 찍을 때도 최명길, 김갑수, 최종원 같은 엄청난 선배들이 제 연기를 받쳐주었어요. 감사할 따름이죠. '자이언트'도 이문식, 송경철, 최규철 선배 등등 연기 잘하는 분 천지라서, 다 제 복인 거죠."

방송 관계자에 따르면 박상민은 애교도 많고 장난도 잘 쳐 촬영장에서 인기가 많은 편이라고 한다. 새까만 후배들과도 헤드 록(프로레슬링 기술)을 걸며 논다고.


▶쿨하게 '가슴 털' 인증

-얼마 전 '자이언트' 팬들이 촬영 현장에 간식을 싸 가지고 응원 갔는데, 박상민 씨만 못 만나고 왔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어허, 예전에 얘들 전남 순천에서 촬영할 때는 봤는데, 최근에는 못 봤어요."

-팬들 사이에선 고문 장면에서 언뜻 보인 '가슴 털'의 진위가 화제였어요.

"에이, 옛날 작품 드라마 보면 다 나오는걸 뭐. 맞아요. 있어요. 이러다 '박상민 고문 연기' 연관 검색어로 '박상민 가슴 털'이 나오는 거 아니에요?"

-고문 장면을 실감 나게 찍는 노하우가 있다면?

"싸워서 코뼈도 부러지고 다리도 다치고 촬영하다 전후방 십자 인대 망가져서 군대까지 면제받았기 때문에 그런 고통을 잘 알아요. 너무 아픈 데 사지가 묶여 움직일 수 없는, 아파 죽겠는데 어쩌지 못하는 그런 순간을 알아요."

-'자이언트 폐인'들은 "고문 받는 성모가 섹시하다"고 해요.

"참 변태네. 고문 받는 걸 가지고. 그래도 애들이 보는 눈은 있네. 크크"

강모(이범수 분)에게 쏟는 진한 형제애도 맏형 성모를 돋보이게 하는 요소 중 하나다. 사진제공 SBS.


-제일 인상 깊은 장면은 어떤 건가요?

"고문 받기 전에 미주(황정음 분)의 아파트로 가서 축하 파티를 하면서 침실 벽에 달라붙고 춤추는 거요. 주변에서는 성모가 아니라 상민이가 튀어나왔다고 해요."

-어린 시절 해외 입양 보낸 막내 준모는 언제 나오나요?

"모르겠어요. 60회로 끝내기엔 너무 해야 할 일이 많은데, 어떻게 갈 건지. 64회나 66회 정도면 짜임새 있게 끝날 텐데. '자이언트' 후속작인 '아테나: 전쟁의 여신'을 올해 안에 무조건 방영해야 한다니까. 우리 장 작가가 잘 마무리 하는 분이니 믿어야죠."


▶인기가 많아서 죽지도 못하는 몸

원래 대본에 따르면 성모는 이미 죽은 목숨이다. 처음 50부로 예정된 대본에서 성모는 40부 즈음에 죽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성모를 이대로 죽이면 안 된다"는 민원이 빗발쳤다. 덕분에 60부로 늘어난 드라마에서 성모는 거의 막바지까지 나올 전망이다. 그를 멀리서 짝사랑하는 여자 중정 요원도 곧 등장한다.

-성모가 예정보다 오래 살아남았어요.

"멋지게 죽는 걸로 돼 있는데 이게 10회 연장을 하면서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니까 저도 즐겁지는 않아요. 처음 구상안대로 가야지 여론에 따라 줄거리를 바꾸는 건 바람직하지 않죠. 시청자 마음도 이해하지만. 예전에 '여인천하'가 50부작이 150부작으로 늘어나면서 제가 했던 길상이 배역이 완전히 망가진 기억이 있어서 더 그래요."

-그런가 하면 연기 외적인 것도 화제가 됐어요. 재산이 1000억 원이라는 설이 나왔어요.

"내가 진짜 1000억 있었으면 진짜 방송국 하나 차린다.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풀 빌라 사업을 해서 1000억을 벌면 제가 도중하차라는 말에 왜 신경 쓰겠어요? 전 원래 '개김성'(반항심)이 많아서 아니다 싶으면 잘 따져요. 그런데 '이 새끼, 돈 많으니까 이런다'고 해요. 앞으로 누가 나를 캐스팅하겠어요? 배우가 천직인데 그걸 못하게 하는 건 범죄죠."

-정말 사업하지 않았나요?

"무슨 사업을 해요? 아는 사람에게 조금 투자해서 조금 재미 봤어요. 그 형은 1000억을 벌었는지 나도 몰라요. 그 기사 때문에 이상한 전화만 잔뜩 받았어요. 생전 전화도 안 하던 인간들이 연락해서는 '상민아, 난 네가 한탕할 줄 알았어'라고. 내가 진짜 휴대전화 바꿀 뻔했어요. 아마 바꾸면 내가 진짜로 돈 벌고 '잠수' 탔다고 할 거야. 다 돈 때문에 전화한 거예요. 내가 1000명 까지 휴대전화에 저장했는데 태반이 필요 없는 XX들이라니까."


▶"내가 재벌? 아니거든요!"

-집에 10억대 자동차 람보르기니 디아블로가 있다고….

"있는데 가격은 과장 보도예요. 전에 다른 인터뷰에서 저희 집 전망이 좋아서 올림픽 공원이 보여서 '내 집 정원이 50만평이야. 국가에서 관리해주지'라고 농을 쳤더니 떡하니 헤드 카피로 나왔어요. 내 차가 10억이 아니라고 광고할 수도 없고. 그리고 옛날부터 차는 많았는데 왜 인제 와서 이게 이슈가 되냐고? 네가 데뷔한 지가 몇 년인데! 이런 쪽으로만 부각되는 게 싫단 말이에요. '10억? 그래, 10억해. 귀찮아' 이런 거죠."

박상민의 데뷔작은 '주먹' 김두한의 일대기를 그린 임권택 감독의 '장군의 아들'이다. 데뷔 22년 차 배우로 많은 역할을 했지만, '장군의 아들'이라는 타이틀은 여전히 그의 이름 맨 앞에 붙는다. 영화는 1990년 서울 단성사 한 곳에서만 개봉해 68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신드롬을 만들었다.

박상민의 데뷔작은 임권택 감독의 ‘장군의 아들’이다. ‘장군의 아들’이라는 타이틀은 여전히 그의 이름 맨 앞에 붙는다. 사진제공 SBS.


-'장군의 아들'이라는 칭호가 평생 갈 텐데 싫진 않나요?

"한 배우가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는 건 명예이고 영광이죠. 신성일 선생님은 '맨발의 청춘'이 평생 갑니다. 박중훈 선배 하면 '투캅스'가 떠오르고요. 그렇다고 두 분이 국민배우가 아닌 건 아니잖아요?"

-아버지와 두 형님이 모두 의사라고 들었어요. 어떻게 의사 집안에서 연기자의 길을 걸을 생각을 했나요?

"의사 집안에서 의사만 나온다는 게 꽉 막힌 생각이죠. '너희 집안에서 너 같은 별종이 나왔니?'라고 하면 저는 그냥 씩 웃고 말아요. 원래는 영화 연출을 하고 싶었어요. '자이언트'를 안했으면 내년쯤 공부하러 미국 AFI(American Film Institute)에 유학 갈 계획이었어요. 3~4년 전부터 차근차근 준비해왔는데 자이언트를 할 운명이었나 봐요."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연기나 장르가 있나요?

"사극 장르나 심리미스터리 공포연기, 잔잔한 휴먼 드라마도 해보고 싶어요. 아주 디테일을 살릴 수 있는 걸로요. 저 보기보다 되게 시나리오에 까다로워요."

-끝으로 시청자들께 한 말씀 부탁합니다.

"고맙다는 말 밖에는 할 게 없어요. 저를 좋게 봐줘서 고마워요. 실은 전 팬도 시청자들도 안 믿고 신경 안 씁니다. 너무 어린 나이에 인기의 단맛 쓴맛을 다 봐서…. 연기로 보여줘야지 뭘 고맙다는 걸 말로 표현해요. 내 역할만 잘하면 되는 거고. '자이언트' 시청률은 다 복인 거죠. 덕분에 기자님도 만나게 되고, 개인사도 말하고. 에이, 이혼이 무슨 대수야. 이혼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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