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그때 이런 일이] 한석규·최민식 스타덤…‘서울의 달’ 첫방

입력 2011-01-0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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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최고의 드라마 ‘서울의 달’의 한 장면. 지금은 정상에 우뚝 선 세 연기자의 17년 전 모습이 추억을 되새기게 한다.(왼쪽부터) 최민식, 채시라, 한석규. 스포츠동아DB

‘아무래도 난 돌아가야겠어/이 곳은 나에게 어울리지 않아/화려한 유혹 속에서 웃고 있지만/모든 것이 낯설기만 해…’.

가수 장철웅이 만들어 직접 부른 노래 ‘서울, 이 곳은’이다. 이 노래는 1994년 MBC 주말극 ‘서울의 달’에 삽입돼 큰 인기를 얻었다. 노래는 드라마 속 ‘제비족’으로 허황한 성공을 꿈꾸던 홍식(한석규)과 우직한 시골 청년 춘섭(최민식)의 모습과 함께 흐르며 시청자의 사랑을 받았다.

1994년 오늘, MBC 주말극 ‘서울의 달’이 첫 전파를 탔다. 그해 10월16일 82회를 끝으로 막을 내린 ’서울의 달’은 방송 내내 50% 에 가까운 시청률로 인기를 모았다.

‘서울의 달’은 ‘서울뚝배기’와 ‘형’ 등의 극본을 쓴 김운경 작가의 작품. 저마다 인생의 성공을 꿈꾸며 서울을 찾은 두 시골 청년의 이야기를 통해 서울 변두리 산동네 소시민들의 남루하고 고단한 세상살이와 애환을 그렸다.

김운경 작가 특유의 익살스럽고도 맛깔스러운 대사와 함께 때로 각 등장인물들이 정색의 표정으로 내뱉는 어이없는 표현이 웃음을 자아내며 장안의 화제를 모았다. 대사 속에는 피곤한 일상 속에서도 나름대로 자신들의 삶을 가꾸어나가려는 우리네 가난한 이웃의 모습이 녹아 들었다.

한때 한석규 등이 ‘제비족’으로 출연해 ‘인생 한방’을 꿈꾸는 모습에 일부 시청자 단체들은 반발하기도 했다. “열심히 살아가는 서민들에게 한탕주의를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서울의 달’은 한석규와 최민식 등 젊은 연기자들에 대한 시청자의 시선을 모으게 했다. 김용건과 백윤식 등 중견 연기자들의 엉뚱한 모습은 시청자의 웃음을 자아내며 드라마 보는 재미를 더해줬다. 결혼에 대한 환상을 지닌 채시라의 이미지 변신을 바라보는 재미도 있었다. 극중 춘섭을 짝사랑하는 김원희의 어눌한 충청도 사투리 연기도 제법 시청자의 눈길을 끌었다.

특히 한석규와 최민식에게 ‘서울의 달’은 아마도 지금의 그들이 있게 한 가장 유력한 첫 출발점이다. 1991년 MBC 공채 탤런트 20기 출신인 한석규는 1992년 MBC 주말극 ‘아들과 딸’에서 김희애의 연인으로 등장해 주목받으며 성장하던 때였고, 1990년 KBS 2TV 주말극 ‘야망의 세월’의 ‘꾸숑’역으로 혜성 같이 나타난 최민식은 한동안의 침묵을 깨고 ‘서울의 달’에서 진가를 다시 알렸다.

홍식의 허황한 욕망과 춘섭의 고지식한 꿈. 드라마 속 인물들이 보여주는 소시민의 삶과 꿈은 시청자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바, 재벌 캐릭터들이 ‘속출’하는 요즘 드라마와 ‘서울의 달’의 거리는 얼마나 될까.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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