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그때 이런 일이] PC통신서 룰라 표절 제기된 날, 결국 해체…

입력 2011-01-1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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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절정에서 표절 논란으로 해체한 그룹 룰라. 스포츠동아DB

SBS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 ‘한류스타’ 오스카가 난데없는 표절 시비로 곤욕을 치르는 이야기가 등장했다. 지난해 이효리가 맞닥뜨린 상황을 연상케 한 에피소드였다. 이효리는 당시 “해외 유명 가수와 작업했던 작곡가”라는 바누스 바큠으로부터 곡을 받아 새 앨범에 수록했다. 하지만 바누스가 만든 노래는 이미 표절곡이었고 결국 그는 사기 등 혐의로 형사처벌됐다.

가요계 표절 논란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창작자들은 늘 표절의 유혹에 놓이며 거기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우를 범하기도 한다. 이를 ‘감시’하는 사람들은 이제 누리꾼이다. 인터넷을 통해 세계 각국의 다양한 음악을 접하는 누리꾼은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들의 의견과 주장으로 영향력을 발휘하곤 한다. 1990년대 중반에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그 공간은 PC통신이었다.

1996년 오늘, PC통신을 통해 제기된 표절 논란으로 그룹 룰라가 모든 활동을 전면 중단했다. 1995년 말 발표한 3집 타이틀곡 ‘천상유애’가 일본 그룹 닌자의 1991년 노래 ‘오마쓰리 닌자’의 구성과 멜로디 등이 유사하다는 의혹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PC통신에서 처음 제기된 논란은 언론 보도를 거쳐 강한 표절 의혹으로 번져갔다. PC통신의 토론방에서는 표절 반대 서명운동까지 일어났다. 방송사도 표절 여부가 가려진 뒤 노래를 방송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결국 룰라의 김지현과 고영욱, 그리고 입대한 신정환의 빈자리를 채운 채리나는 1월12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무기한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그때까지 80만 장이 팔려나간 새 앨범의 판매도 중단했다. 당시 이들은 “열심히 노래한 죄밖에 없다”며 항변했지만 대중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기자회견에 리더 이상민이 빠졌던 것도 시선을 집중시켰다. 이상민은 기자회견 전날 ‘천상유애’뿐 아니라 다른 곡까지 표절 의혹을 받자 손목을 자해하는 소동을 벌였다. 생명에는 큰 지장이 없었지만 이들과 대중이 가슴에 안은 상처는 쉽게 씻기지 않았다.

이 사건을 계기로 1994년 5월 팀을 결성해 ‘백일째 만남’, ‘날개잃은 천사’ 등 히트곡을 불렀던 룰라는 해체 순서을 밟았다. 이 사건으로 공륜 표절 심의기준의 모호함, 표절 관행과 풍토, 신세대 그룹에 대한 대중적 시선, 기획사의 맹목적 상업주의 등 가요계 전반의 문제점이 새롭게 주목받았다.

하지만 그해 10월 김민종이 ‘귀천도애’ 표절 논란으로 역시 가수 은퇴를 선언하는 등 이후에도 표절 시비는 해소되지 않고 있다.

룰라는 그해 6월 4집을 내고 돌아왔지만 대중의 시선은 싸늘했다. 표절이 남긴 아픔은 그만큼 큰 것이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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