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포커스] 강우석 감독 “처음처럼 유쾌하게…그러나 찍는 나도 울었다”

입력 2011-01-2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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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불패 강우석의 웃음 지난 해 영화 ‘이끼’로 스릴러에도 강한 면모를 보인 강우석 감독이 이번에는 진한 휴머니즘을 그린 ‘글러브’로 또 한번 ‘강우석=흥행불패’ 공식에 도전한다.

■ 이번엔 휴먼드라마!…영화 ‘글러브’ 메가폰

시나리오 스무장만 읽고 느낌 팍
‘투캅스’ 때처럼 즐겁게 현장지휘

신인들 수화연기 눈만 보고 OK!
‘글러브’는 자기몫 충분히 할 영화
말을 아껴도 표정과 말투까지 숨겨지지는 않았다.

강우석(51) 감독은 “조심스럽다”면서도 “영화의 영향인지 요즘엔 뭘 해도 웃게 된다”며 “자기의 몫은 충분히 해줄 영화라고 믿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지난해 ‘이끼’로 음산한 스릴러에 도전했던 강우석 감독이 새해에는 분위기를 바꿨다. 진한 휴머니즘의 ‘글러브’로 찾아온 그는 94년 연출했던 ‘마누라 죽이기’를 예로 들었다.

“그 때처럼 좋은 이야기가 하늘에서 툭 떨어진 것 같다.”

강우석 감독의 신작 ‘글러브’에서 또 한번 감독과 배우로 호흡을 맞춘 정재영. 사진은 ‘글러브’의 한 장면.


‘글러브’는 청각장애인 고교 야구부가 1승을 목표로 야구대회에 출전하는 과정을 담았다. 강우석 감독은 2009년 처음 ‘글러브’의 시나리오를 접했다.

“시나리오를 차에 두고 한동안 잊고 있었다. ‘이끼’ 촬영하러 무주로 가는 길에 잠이나 자자는 마음에 읽기 시작했는데 스무 장쯤 읽다가 ‘아, 이건 뭐지’ 싶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 차를 세우고 조감독과 PD에게 이 작품 해야겠다고 했다.”

강 감독은 시나리오를 복사해 ‘이끼’의 주인공인 정재영과 유선에게 각각 건넸다. “읽어보고 나랑 하자”고 제안하자, 두 배우는 그 자리에서 받아들였다.

승리를 향해 건강한 땀방울을 흘리는 영화답게 촬영 현장도 어느 때보다 밝았다.

“‘이끼’ 때는 제가 하도 인상을 쓰니까 옆에 누구도 오지 않았는데 이번엔 초기 연출작이던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처럼 찍었다.”

‘글러브’에는 야구부원으로 등장하는 10여 명의 신인들도 출연한다. 청각장애인 역을 맡은 이들은 말 대신 표정과 눈빛으로만 감정을 표출한다.

“마치 백지에 그림을 그리는 느낌이었다고 할까. 신인 연기자들에게 ‘하고 싶은 대로 다 해보라’고 했고 수화 연기에서는 오직 그들의 눈만 보고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대사하는 연기보다 더 어려웠다지만 잘 해줬다.”

‘글러브’는 강우석 감독에게도 깊은 잔향을 남겼다. 특히 정재영과 아이들이 처음으로 소통하며 “가슴 속의 소리를 질러라”고 외치는 장면에서는 현장을 지휘하던 그도 울었다.

“‘오케이’ 하고 나서 아무 소리도 못 내겠더라고. 옆에서 스크립터는 엉엉 울고 촬영감독은 눈물때문에 초점을 놓칠 뻔 했다고 하고….”

영화를 본 가족들의 반응은 어떨까. 아내는 자주 웃는 강우석 감독을 향해 “요즘 좋은 일 있느냐”고 묻고, 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은 “나쁘지 않은데”라는 반응을 보였다.

“‘글러브’를 찍으면서 즐겁게 영화를 찍던 옛날로 돌아가고 싶어졌다. ‘투캅스’ 만들 때는 관객들이 발을 동동 구르며 웃었는데 이후 그런 모습은 쉽게 보지 못한 것 같다. 코미디에 대한 갈망은 간절하다. 저급하지 않은 코미디, 소셜 코미디를 하고 싶다.”

‘글러브’는 대규모 배급을 통해 일본 전역에서 개봉할 예정이다. “일본을 제대로 울려보고 싶다”는 그는 “단순한 돈벌이로서 한류의 힘을 받지 않고 일본을 넘어 넓게는 동남아까지 개봉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시네마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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