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니’의 열풍 ○○○○○○에 있다

입력 2011-05-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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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있으면 두렵지 않다’는 어느 영화의 카피처럼 ‘써니’는 ‘7공주’의 이름으로 뭉쳤던, 그래서 더욱 찬란했던 여고시절의 한 추억을 되새기며 한창 관객의 입소문을 타고 있다.

■ 입소문 타고 벌써 270만명 발길, ‘써니’엔 특별한 것이 있다
21세기 소녀들의 80년대 여고생 연기
중장년층엔 향수, 젊은층엔 신선한 충격

여고생들의 맛깔스러운 ‘욕 퍼레이드’
패싸움으로 코믹하게 터치한 시위현장
80년대 히트작 ‘라붐’ 패러디 배꼽잡아


복고가 대세다.

올 초 세시봉 열풍으로 시작된 7080 세대를 추억하는 복고 문화가 이제 영화 흥행으로 이어지고 있다.

4일 개봉한 영화 ‘써니’(감독 강형철)가 23일 현재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 결과 관객 264만 명을 넘었다. 순제작비 60억 원이 든 ‘써니’는 손익분기점인 200만을 일찌감치 넘겼다. 특히 개봉 첫 주보다 3주째에 관객이 더 늘어나는 등 입소문의 효과가 커지고 있다.

‘써니’는 흔히 말하는 티켓 파워를 지닌 스타가 없다. 화려한 영상효과나 정교한 복선과 반전이 있는 영화도 아니다. 하지만 영화 곳곳에 배어 있는 아련한 추억을 적절하게 자극하는 다양한 코드가 보는 이를 80년대의 학창시절로 돌아가게 하는 즐거운 경험을 주고 있다.


● 10대들이 만드는 80년대의 풍경

‘써니’는 ‘칠공주’파 여고생들이 25년이 흐른 뒤 다시 만나 학창시절을 추억하는 이야기다. 유호정·진희경 등 성인들의 사연도 나오지만 이야기의 중심은 심은경·강소라 등 여고생들이 꾸미는 80년대 이야기다.

아이돌 스타로 상징되는 10대 연기자들이 과거로 돌아가 80년대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써니’가 가진 가장 차별화된 매력이다. 요즘 유행하는 스키니진의 ‘원조’ 격인 원색의 청바지를 입고 ‘각’을 맞춰 춤을 추는 모습은 중·장년 관객에겐 향수를, 젊은 관객에게는 신선한 충격을 준다. 세대 차이를 뛰어넘는 소통이기도 하다.

사실 이런 재미는 ‘써니’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다. 요즘 유행인 오디션 프로그램 MBC ‘위대한 탄생’에서도 자주 만난다. 백청강, 이태권 등 오디션 참가자들은 조용필 등이 불렀던 80년대 노래를 불러 시청률은 물론 자신들의 인지도까지 단숨에 끌어올렸다.

‘칠공주’파로 출연한 20대 연기자 민효린 역시 80년대 문화를 겪은 적이 없다. 그는 “비록 연기이지만 그 속에 들어가보니 지금과는 전혀 다른 매력을 느꼈다”며 “내가 매개체가 돼 그 때의 문화와 모습을 표현하는 건 흥미로운 경험이었다”고 했다.

● 추억 속 학창시절…가볍게 가볍게

‘써니’는 2008년 코미디 ‘과속스캔들’로 데뷔한 강형철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이다. 그는 ‘과속스캔들’에서 미혼모, 10대의 일탈 등 결코 가볍지 않은 이야기를 부담스럽지 않은 경쾌함으로 풀어내 830만 명 관객을 동원했다.

이런 입담은 ‘써니’에서도 여전해 80 년대 여고생의 모습을 순정만화의 한 장면처럼 경쾌하게 그려냈다.

영화는 80년대 말이 배경. 전남 벌교에서 서울로 전학 온 여고 2학년생 나미(심은경)가 일종의 불량 서클인 ‘써니’를 만들고 우정을 나누는 이야기다.

영화는 여고 시절과 현재의 모습이 자주 교차하지만 전혀 복잡하지 않다. 가볍게 이야기를 풀어가며 웃음을 만든다. 각목을 들고 상대 클럽과 싸우는 모습이나 여고생 입에서는 나오기 어려운 ‘욕 세리모니’ 등 조금 유치해보이는 에피소드들이 천연덕스럽게 이어지는 것도 ‘써니’의 흥행 이유다.

심지어 영화는 80년대의 대표적인 시대상인 시위 현장의 모습도 대학생과 여고생들이 한 데 얽힌 코믹한 패싸움으로 살짝 비틀어 보여준다.

80년대 영화 속 장면을 패러디한 것도 ‘써니’의 볼거리. 특히 그 시절의 아이콘인 소피 마르소 주연의 히트작 ‘라붐’ 속 한 장면을 그대로 옮겨 남자주인공 김시후가 심은경에게 몰래 헤드폰을 씌워주고 노래를 들려주는 장면은 가장 큰 웃음을 이끌어낸다.


답: 추억·웃음·음악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이해리 기자 (트위터 @madeinharry)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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