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민·안성기 주연 ‘페이스 메이커’ 그 현장을 가다

입력 2011-05-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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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명배우의 만남.’ 영화 ‘페이스 메이커’에서 마라토너로 변신한 김명민(왼쪽)과 국가대표 감독을 맡은 안성기가 충남 보은의 촬영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 김명민 “뛰고 또 뛰고…두달째 마라톤” 안성기 “난 냉정한 감독…편해서 미안해”

김명민
달리는 폼이 그럴싸 한가요?
이봉주 선수한테 배웠죠

안성기
이번엔 웃음기 거둔 냉철남
친절한 역할은 자신있는데…
안성기와 김명민이 만났다.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대표하는 두 사람이 만난 무대는 영화 ‘페이스 메이커’(감독 김달중·제작 스튜디오드림캡쳐)다. 마라톤을 소재로 한 이 영화에서 안성기는 냉정한 국가대표 감독으로, 김명민은 30km까지만 잘 뛰는 마라토너이자 에이스 선수의 기록을 돕는 ‘페이스 메이커’ 역으로 나섰다.

기온이 30도에 육박하며 초여름 날씨를 방불케 했던 24일 오후, 충청남도 보은군 보은공설운동장 ‘페이스 메이커’ 촬영 현장에서 두 배우를 만났다. 이날 촬영은 2014년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 만호(김명민)가 에이스 마라토너 윤기(최태준)와 트랙 훈련을 하는 장면.



● 트랙 위 두 남자…‘열정’ 대 ‘냉정’

3시간 남짓 진행된 이날 촬영에서 김명민은 운동장 트랙을 10여 차례 반복해 뛰었다. 긴장을 풀려는 듯 웃다가도 감독의 ‘슛’ 소리가 나오면 어깨를 펴고 달리는 폼이 영락없는 마라토너다. 그의 폼은 금메달리스트 이봉주 선수에게 전수받은 ‘명품 자세’다.

“촬영 초반 찍은 마라톤 장면에 이봉주 선수가 출연했어요. 같이 뛰는데 제가 마치 마라토너가 된 기분이었어요. 이봉주 선수가 뛰는 폼을 유심히 보고 따라한 덕분에 좋아진 것 같아요.”

올해 1월 코믹사극 ‘조선명탐정’으로 500만 관객을 동원한 흥행스타이자 연기력에 있어 자타가 인정하는 김명민에게 ‘페이스 메이커’의 만호는 능력보다 열정이 앞선 인물. 진짜 마라토너가 돼 42.195 km를 완주하기 위해 훈련을 계속하지만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없어 번번이 좌절한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는다. “마라톤이나 연기 모두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그는 “열정을 갖고 페이스를 잃지 않으며 완주하는 게 배우로서도 중요하다. 연기할 때 마치 마라톤을 하는 심정으로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선배 안성기는 반대로 ‘냉정’을 앞세웠다.

“제가 맡은 박 감독은 평소 힘들어하던 캐릭터예요. 웃음도 없고 감정도 드러내지 않고. 연기하기 쉬워 보이지만 이런 역이 더 힘들어요. 많이 웃고 친절한 영화를 좋아하니까요.”



● ‘의치’ 대 ‘운동화’

김명민과 안성기의 다른 개성은 영화 속 모습에서도 드러난다. 이날 촬영에서 가장 눈에 띈 건 김명민이 착용한 인공 치아. 불우한 어린 시절과 순탄하지 않은 선수 생활을 표현하기 위해 그가 아이디어를 냈다.

“소년가장으로 자라 오직 동생만 바라보고 산 만호는 돈도 없고 외모도 신경 쓰지 않아요. 고집스러운 성격도 인공 치아로 표현할 수 있고요.”

문제는 발음이었다. “발음이 어색하면 안 하느니 못하다는 생각에 인공치아를 끼우고 밥을 먹고 잠도 잤다”는 그는 “오디오 감독의 까다로운 심사를 통과했다”고 말했다.

두 달째 트랙을 돌고 있는 탓에 몸무게가 줄면서 외모도 바뀌었다. 이날 촬영에서 보여준 예사롭지 않은 마라톤 실력의 비법을 묻자 그는 “2000년 일산 호수공원을 여덟 바퀴 도는 마라톤을 다섯 시간 만에 완주한 기록을 갖고 있다”고 숨은 실력을 공개했다.

이렇게 김명민은 매일 뛰지만 안성기는 트랙 위에 마냥 서 있는다. “땀 한 방울 흘리지 않는 상황이 미안할 정도”라고 안성기는 말했다. “운동화를 신고 있지만 선수들 기록만 재는 설정이라 땡볕에서 땀 흘리는 (김)명민이를 볼 때마다 미안해요. 저는 아직 뛸 나이잖아요. 하하. 서서 초침이나 재고 있으니….”

촬영 내내 서로 다른 지점에 서 있는 두 배우는 감독의 ‘컷’ 소리와 함께 다시 눈을 마주치고 웃었다. 안성기는 “영화에서는 반목하는 상황이 많은데 ‘컷’ 뒤에는 서로에게 미안한 감정이 생길 만큼 잘 지낸다”며 촬영 분위기를 설명했다.

현재 약 40%의 촬영을 마친 ‘페이스 메이커’는 부산과 제주, 보은을 오가며 7월까지 촬영을 한다.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런던 올림픽 장면을 위해 영국 로케도 준비 중이다. 안성기는 “앞서 마라톤을 다룬 ‘말아톤’이나 ‘맨발의 기봉이’가 아마추어의 도전기였다면 ‘페이스 메이커’는 프로들의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보은(충북)|이해리 기자 (트위터 @madeinharry)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임진환 기자 (트위터 @binyfafa) photoli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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