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포커스] “KBO총재 공모제 도입 시기상조” 62%

입력 2011-06-0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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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계 일각에서 거론되고 있는 KBO 총재 공모제 주장에 찬성보다는 유보 또는 반대 의견을 가진 응답자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영구 전 총재 재임 시절 열렸던 KBO 이사회.스포츠동아 DB

“총재 공모제 도입…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야구계 파워엘리트 50명 설문

찬성 38% -검증절차 거치면 낙하산 차단 효과
야구계 다양한 목소리 반영 가능성

유보 34% -취지엔 공감…현실적으로 아직은…

반대 28% -적합후보 진입장벽…파벌싸움 우려
이사회 등서 추대하는 편이 효율적
‘총재 공모제’는 대안이 될 수 있을까.

5월 초 한국야구위원회(KBO) 유영구 총재가 사퇴한 뒤 5월17일 이용일 총재직무대행 체제가 출범했다. 각 구단 사장들로 구성된 KBO 이사회는 새 총재 선출이전까지 초대 KBO 사무총장을 지낸 이 총재직무대행체제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 총재직무대행은 “하루라도 빨리 능력 있는 새 총재를 모셔오는 게 내가 할 일”이라고 밝혔지만, 아직 이렇다할 결과물이 나온 것은 아니다. 각 구단들도 눈치 보기에 바빠 새 총재를 영입하거나 추대하려는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다.

스포츠동아는 영입이나 추대가 아닌 공모제를 통해 KBO 총재를 뽑자는 야구계 일각의 제안을 반영해 야구계 파워엘리트 50명에게 KBO 총재 공모제 도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새 총재의 제1 덕목으로 ‘비즈니스 마인드’를 강조하고 있는 이용일 KBO 총재직무대행. 야구계 파워엘리트들도 새 총재의 덕목으로 비즈니스 마인드와 함께 야구에 대한 열정과 사랑을 꼽았다.스포츠동아DB




○공모제 도입, 대안이 될 수 없다=찬성 38%에 불과

한국농구연맹(KBL)은 1일 사상 최초로 3명의 입후보자들이 나선 가운데 총재 경선을 실시했다. 야구에서도 공모제를 통한 선출 또는 경선이 진행될 수 있을까. 현 KBO 정관은 ‘총재는 이사회에서 재적이사 4분의 3 이상의 동의를 얻어 추천하며, 총회에서 재적회원 4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선출한다’고 정해 놓고 있다.

50명 응답자 중 공모제 도입에 대해 명확한 찬성 입장을 밝힌 이는 총 19명(38%)이었다. 반대 의견은 이보다 적은 14명(28%)이었고, 유보적 입장을 취한 응답자는 17명(34%)에 이르렀다. ‘찬반’을 명확히 표현하지 않은 17명의 대답을 보면 ‘공모제 도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현실적으로 적잖은 불협화음을 빚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즉, 공모제가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응답자를 감독 및 선수, 구단프런트, 야구인 등 세 집단으로 분류했을 때, 공모제 도입 찬성 비율이 가장 높은 응답군은 야구인(10명 중 5명)이었고, 찬성 비율이 가장 낮은 응답군은 구단 프런트(16명 중 4명)였다.


○공모제 도입에 왜 찬성하는가

SK 진상봉 운영팀장은 “확실한 자격요건을 만들어 놓으면 전문성 없는 ‘낙하산’을 차단할 수 있다. 어느 정도 문을 열어 놓고 뽑는 것이 좋다”고 했고, 이용철 KBS 해설위원은 “검증 절차를 거칠 수 있다는데 의미를 두고 싶다”며 공모제 찬성 뜻을 밝혔다. 전용배 동명대 교수는 “총재 추천위원회 등을 통한 공정한, 개방적인 선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넥센 노건 운영홍보이사도 “여러 분야의 분들이 공개모집에 참여한다면 인재풀의 다양성 측면에서도 충분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경현 SBS-ESPN 해설위원은 “공모제의 성공 여부는 공모제를 통해 모인 후보군을 심사하는 기구가 어떻게 구성되느냐에 달려있다”면서 “KBO와 각 구단 뿐만 아니라 선수 등 야구계를 구성하는 여러 집단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는 심사위원회가 구성되는 게 더 우선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몇몇 사람의 주도로 결정되는 현 총재선출의 경우, 절차상의 문제점은 물론이고 능력 검증이라는 면에서 부담감을 느낄 수 있어 공모제 도입을 충분히 검토해 볼 만하다는 주장이 가장 많았다.


○공모제 도입에 왜 반대하는가


반면 한양대 교수인 김종 야구발전연구원장은 “사외이사를 포함해 15∼20명이 논의하는 것이라면 다르게 볼 수 있겠지만, 구단주 8명이 최종 결정하는 현 선출 시스템에서 공모제는 의미가 없다고 본다”면서 “적합한 총재 후보에 대한 진입장벽이 될 수도 있고, 때론 야구계 내의 파벌 싸움을 조장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야구관계자 역시 “KBO 이사회 등에서 정한 범주 안에서 추대하는 편이 효율적이다. 또한 공모시에는 함량 미달의 인사들도 신청할 수 있고, 외부압력과 로비 등이 횡행할 우려도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모 구단 단장 또한 “덕망 있는 분이 KBO 총재를 맡아야하는데, 현실적으로 검증하기 어려운 처지에서 공모를 실시할 경우 함량 미달에 사회적으로 문제의 소지가 있는 인사들이 몰려들 수 있다”고 조심스런 입장을 밝혔다.

모 구단 감독은 “공모제를 실시하면 총재를 욕심내는 유력 정치인이 나섰을 경우, 다른 사람들이 공모에 응하지 못하도록 분위기를 조장할 가능성도 있다”면서 “공모제에 대한 부작용이 장점보다 더 많을 수 있어 아직까지는 시기상조라고 본다”고 했다.


○미·일은 어떻게 뽑나

메이저리그의 경우 8대 페이 빈센트 커미셔너가 사퇴한 이후, 조지 부시 같은 거물급 정치인 뿐만 아니라 싯코프라는 중학생도 커미셔너에 입후보한 적이 있었다.

메이저리그 커미셔너는 최종적으로 30개 구단의 구단주 투표에 의해 결정되지만, ‘커미셔너 선출위원회’를 통해 후보자를 공개모집한다. 현 버드 셀리그 커미셔너는 구단주 출신이다.

일본 역시 구단주 투표를 통해 총재를 선출하고, 공모제를 거치지 않지만 굳이 총재 후보를 야구인으로 국한하지 않는다. 초대 모리타 커미셔너부터 현재 가토 커미셔너에 이르기까지 모두 추대를 통해 선출했는데, 정치인보다는 전직 대학총장, 헌법재판소 판사, 검찰총장, 외교관 등 대체로 법과 행정에 정통한 사람들이 커미셔너 역할을 맡았다.

메이저리그 커미셔너가 막강한 권한을 휘두르는데 비해, 일본 프로야구 커미셔너의 실제 권한은 그렇게 많지 않다. 일본 프로야구의 커미셔너는 이사회에 소속되지 않고, 이사회의 결정에 거부권만 행사할 수 있다. 이사회는 물론 총회에도 참석하는 KBO 총재와 다르다. 권한 측면에서 보면 KBO 총재는 일본보다는 메이저리그쪽에 가까운 셈이다.

김도헌 기자 (트위터 @kimdohoney)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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