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남의 집! 男기자가 가다] 미쓰에이 “이슬만 먹는 요정? 외로울 땐 와인 한 잔!”

입력 2011-06-2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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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의 숙소는 ‘금남의 집’이다. 여성 멤버들끼리 알콩달콩 아옹다옹 생활하며 우정을 쌓는다. 서울 청담동의 한 아파트에 숙소를 둔 미쓰에이 멤버 지아, 수지, 민, 페이(왼쪽부터)가 스포츠동아를 통해 처음으로 보금자리를 공개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 그것이 알고 싶다!…아이돌 숙소생활 A to Z

깔끔하다고요? 사흘동안 쓸고 닦았어요 하하
스케줄 바빠 청소는 주로 가사도우미에 맡겨


연습생 시절 땐 화장실 사용도 초를 다퉈요
데뷔 후 좋은 점은 멤버별 각 방 쓰는 것!
통제하는 매니저 언니 없어 외출도 맘대로


팬이라면 누구나 궁금해하지만 결코 찾아갈 수 없는 그 곳.

걸그룹 숙소를 하는 일은 은근히 설렌다. 대중문화의 아이콘이자 가요계의 꽃, 무대 위 요정들이 숙소에서 어떻게 사는지를 들여다보는 기회는 흔치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베일에 싸여 있는 ‘금남의 구역’을 찾아간다는 점에서 그 설렘은 더욱 컸다. 스포츠동아가 지령 1000호를 맞아 걸그룹의 숙소에 대한 여러 궁금증을 풀어보고자 직접 숙소를 방문했다. 주인공은 지난해 데뷔하자마자 최고의 한 해를 보낸 후 현재 여름에 발표할 새 음반을 준비 중인 여성 4인조 미쓰에이. 이들의 숙소는 언론에 단 한 번도 공개된 적 없었고, 소속사 직원이나 멤버의 가족이 아닌 ‘외부 남자’가 방문하기는 기자가 최초라고 했다.



● 30평형대 아파트서 오순도순…청소는 도우미

초여름의 햇살이 뜨겁던 날, 서울 청담동 한 30평형대 아파트. 문 옆의 초인종을 누르자 미쓰에이의 멤버 지아가 편안한 복장으로 기자를 맞았다.

어색한 미소를 띠고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자 거실 대형 TV 옆에 놓인 멤버들의 초상화가 눈에 먼저 들어온다. 팬들에게서 받은 것들이다.

미쓰 에이는 데뷔 한 달 전인 작년 6월부터 이 곳에서 살았다. 이 아파트는 방이 모두 세 개. 멤버 중 민을 제외한 세 명이 하나씩 방을 차지했다. 민은 서울 금호동 친가에서 가족과 함께 살고, 가끔 숙소에 ‘놀러’온다.

“집안이 깔끔하다”고 인사하자 지아는 “사실은 3일 전부터 청소했다”며 쑥스럽게 웃었다. 이에 민은 “청소해보니 집이 이렇게 넓은 줄 몰랐다. 이렇게 깨끗한 건 처음 본다”며 은근히 놀렸다.

그들의 숙소에는 일주일에 두 번 가사도우미가 찾아와 집안 청소를 한다.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일정이나 녹음 때문에 바쁘다보니, 숙소 청소는 대부분 이렇게 도우미에게 맡긴다.

큰 방은 막내 수지가 쓰고 있었다. 원래 수지는 지아와 함께 지냈다. 수지가 작년 말부터 드라마 ‘드림하이’에 출연하면서 생활패턴이 달라지면서 지아가 방을 옮겼다.

수지는 “어느 날 촬영하고 돌아와 보니 방을 옮겼더라. 새로 꾸며놓은 방이 너무 예뻤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 데뷔 전부터 숙소생활…입·퇴소는 자유의지

국내에서 활동하는 대부분의 그룹들은 연습생 시절부터 숙소에서 지낸다. 팀을 결성해 데뷔 1주일이나 한 달 정도 남기면 멤버들이 함께 합숙을 시작한다.

숙소는 소속 음반기획사의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중간급 규모의 기획사는 20평형대, 대형 기획사는 30평형대 아파트나 빌라를 운영한다. 팬들이 찾아와 소음과 쓰레기가 발생하는 등의 민원이 자주 발생해 숙소를 옮기는 경우도 잦다. 그래서 대개 전세는 없고, 월세나 ‘반 전세’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연습생들의 숙소는 ‘인구 밀도’가 좀 높다. 연습생 시절부터 함께 생활해온 지아와 페이는 8명이 한 집에 2층 침대를 두고 3년을 함께 살았다고 했다.

화장실이나 컴퓨터의 사용에서 경쟁률이 높다보니 상대방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1인당 허용시간을 정해두고 사용하기도 한다.

지아는 “미쓰에이로 데뷔한 후 가장 좋았던 것은 각자 자기 방을 쓸 수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연습생들의 경우 숙소 입소는 자유의지에 따라 숙소에 살거나 자신의 집 혹은 별도 거주지에 머물기도 한다.

원래 아이돌 그룹의 숙소는 집이 외국이거나 지방이어서 서울에 별도의 거주지가 필요한 멤버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려는 목적으로 마련됐다. 하지만 스케줄 이동이나 ‘관리’에 용이하기 위해 숙소생활을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숙소에 머물고 안머물고는 본인의 자유다.

수지는 새로 꾸민 지 얼마 되지 않는 자신의 방에 들어서면 음악을 듣기 위해 가장 먼저 스마트폰을 켠다. 화장품(아래사진 왼쪽)과 커튼, 수납상자 등(아래사진 오른쪽)은 ‘핑크공주’ 수지의 취향을 보여준다.



휴대폰 반납 NO!…남친 빼곤 다 있어요

끼니는 밖에서 해결…냉장고는 간식창고
요리담당 페이, 웬만한 중국음식은 뚝딱!
생활비? 소속사에서 ㅎㅎ…돈 쓸 일이 없죠



● 걸그룹 숙소엔 여직원 함께 생활…휴대폰은 대부분 반납

통상 걸그룹의 경우 대부분 여성 매니저가 함께 숙소에 거주하며 ‘관리’한다. 하지만 미쓰에이는 올해 들어 직원 없이 멤버들끼리만 산다.

외출엔 제약이 없다. 지아와 페이는 “친구가 별로 없고 갈 곳도 마땅치 않아” 숙소에서 주로 시간을 보낸다. 두 사람이 외출하면 주로 서울 삼성동 코엑스를 찾는다. 지아는 “한 100번은 간 것 같다”고 한다.

가끔씩 숙소를 찾아오는 외부인은 멤버들의 가족이나 친구들. 중국인 멤버 페이와 수지는 가족과 친구가 너무 멀리 떨어져 있고, 수지의 부모가 가끔 광주에서 올라와 자고 가기도 한다. 아주 드물게 친구가 찾아오기도 한다고.

라니아, 에이핑크, 치치, 보이프렌드 등 요즘 데뷔한 신인 아이돌 그룹은 남녀를 불문하고 휴대전화를 소속사에 반납한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무대마다 늘 아쉬움만 남는 신인들은 음반활동에 집중하기 위해 자의반 타의반으로 휴대전화를 반납한다. 남성그룹인 씨엔블루의 경우 지금도 휴대전화가 없다. 다만 리더인 정용화가 긴급한 일에 대비해 공용 휴대전화를 들고 다닌다. 이와 달리 미쓰에이는 전화를 반납한 적이 없다. 오히려 데뷔 후에는 스마트폰으로 바꾸고 지금은 아이패드까지 각자 갖고 있다. 중국인인 지아와 페이에게 스마트폰은 향수와 외로움을 달랠 수 있는 유용한 도구다.



● 식사보다는 간식…생활비는 ‘경비’로 처리

이들이 숙소에서 취사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 간식을 간단히 조리해 먹는 수준이다. 미쓰에이의 냉장고를 열어보니 케이크와 아이스크림, 커피, 우유, 주스, 떠먹는 요구르트 등 간식거리와 햄, 김치 등 반찬류도 있었다.

김치는 주로 슈퍼에서 구입한 것으로, 라면 등 간단한 요리를 할 때 먹는다. 레드와인과 샴페인도 냉장고 한 켠을 차지하고 있다. 지아와 페이는 가끔 와인을 마신다고 했다.

눈에 띄는 것은 겨자처럼 보이는 소스였다. 중국 하이난 출신인 페이의 가족이 보내준 하이난 고유의 소스 ‘황고추장’이다. 다른 멤버도 즐겨 먹는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싱크대 위 찬장에는 중국의 과자와 라면, 말린 과일 등 간식거리가 많았다.

보통 끼니를 위한 요리는 하지 않지만 요리에 뛰어난 소질을 가진 페이는 자신의 생일에 중국 음식을 만들어 소속사 식구들을 초대해 파티를 열기도 했다. 웬만한 고급 중국요리점 음식 못지않다는 평가다. 페이는 연습생 시절에도 도시락을 만들어 나눠주기도 했다. 이에 자극받은 지아도 요즘 요리 연습에 한창이다.

숙소생활에 드는 생활비는 대개 식사비, 차량유지비 등과 함께 ‘경비’로 처리돼, 가수들과 소속사가 수익금을 정산할 때 우선 공제시키는 항목이다. 하지만 가수들이 수입이 없을 땐 변제의 의무를 지우지 않는다.

김원겸 기자 (트위터 @ziodadi)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박화용 기자 (트위터 @seven7sola) inphot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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