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총기 난사 4명 사망]전우를 조준해 쐈다

입력 2011-07-05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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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해병대서 사병이 총격… 4명 사망-2명 부상
범행전 술마시고 “죽이겠다”… 수류탄 자살 기도

4일 오전 11시 50분경 인천 강화군 길상면 선두4리에 있는 해병 2사단 예하 해안경계 소초(소대급 부대)에서 김모 상병(19)이 K-2 소총 여러 발을 쏘아 이승훈 하사(26) 등 4명이 숨지고 김 상병을 포함한 2명이 부상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2005년 6월 경기 연천군 육군 모 부대 최전방관측소(GP)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사건으로 8명이 사망한 이후 군내 총기 사고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은 처음이다.

김태은 해병대 정훈공보실장(대령)은 이날 브리핑에서 “김 상병이 소초 생활관(내무반)에서 K-2 소총을 난사해 4명이 사망하고 권혁 이병(20)이 부상했다”며 “사망자 중 3명은 현장에서 숨졌고, 박치현 상병(21)은 응급처치 후 국군수도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다 사망했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사망자들의 시신은 현장에 보존하다가 최종 감식 결과가 나온 뒤 국군수도병원으로 옮길 예정이며 부상한 권혁 이병(20)은 생명에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김 상병은 이날 오전부터 “○○○(사망)을 죽이겠다”고 주변에 말했으며 술까지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김 상병은 총기를 관리하는 조장과 사병이 자리를 비운 틈에 소초 상황실과 탄약보관대에서 소총과 탄약을 훔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된다고 해병대는 설명했다.

김 상병은 소초 생활관으로 들어가 야간근무를 마치고 취침 중이던 동료 장병 2명에게 K-2 소총 실탄 여러 발을 발사하고 총소리에 놀라 뛰쳐나오는 2명을 조준해 쐈다. 김 상병은 이어 소초 옆 창고로 가서 수류탄을 터뜨려 자살을 기도했지만 부상을 입은 채 현장에서 체포됐다. 군 소식통은 “김 상병은 가슴 파편상과 무릎 관통상을 입어 인공호흡기를 하고 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해병대 관계자는 “소초 근무자에게 지급된 K-2 소총의 탄창엔 공포탄과 실탄을 포함해 20발이 장전된다”며 “사건 당시 총기에서 몇 발이 발사됐는지, 소초에 몇 명의 근무자가 있었는지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건 직후 유낙준 해병대사령관을 반장으로 한 사고조사반이 현장에 파견돼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이 사건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에게 즉시 보고됐으나 이 대통령은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총기 난사사건 사상자 명단


▽사망=이승훈 하사(26), 이승렬 상병(21), 박치현 상병(21), 권승혁 일병(21) ▽부상=김모 상병(총기 난사자), 권혁 이병(20)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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