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수, 그 열기의 현장을 가다] 이것이 ‘나가수’다

입력 2011-07-0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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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와 관객 사이에 감도는 긴장 속에 MBC ‘나는 가수다’가 집중도 높은 공연을 완성하고 있다. 4일 일산 MBC 드림센터 공개홀에서 진행된 공개 녹화에서 가수 박정현이 ‘이브의 경고’를 열창하고 있다. 사진제공|MBC

■ 열창의 향연 ‘나가수’ 그 열기의 현장을 가다

일곱번의 무대, 여섯번의 기립박수

소음도 없다 오직 음악만이 있을 뿐…

대중음악에 새롭게 눈뜨게 해준…


1000석 규모의 MBC 일산 드림센터 2층 공개홀에는 냉방이 풀가동되고 있었지만 관객들의 얼굴에서는 땀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일곱 명의 가수가 꾸미는 무대가 차례로 펼쳐질수록 객석의 온도는 수직 상승했다. 뜨거운 열기에도 객석은 녹화 내내 작은 동요도 없이 고요했다. 청중평가단과 방청객 1000여 명의 눈은 흐트러지지 않고 무대 중앙을 향해 있었다.

4일 오후 8시부터 한 시간 반 동안 진행된
MBC 예능 프로그램 ‘우리들의 일밤’의 코너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 녹화 현장의 분위기다.

● 소음도, 요동도 없는 색다른 공개녹화


일산에 사는 40대 주부 한정란 씨는 이날까지 벌써 네 번째 ‘나가수’ 청중평가단에 참여했다. 그는 남편과 함께 월요일 저녁마다 드림센터 공개홀을 찾아 가수들의 무대를 감상한 뒤 신중하게 투표용지를 받아들고 세 명의 가수를 뽑고 있다.

4일 녹화 현장에서 만난 한 씨는 “여러 번 봤지만 항상 흥분된다”며 “오늘은 어떤 가수가 우리 부부를 흥분시킬까 설레고 그 매력에 빠져 매번 온라인으로 청중평가단을 신청한다”고 말했다.

평범한 주부인 한 씨는 ‘나가수’를 통해 “대중음악에 새롭게 눈을 떴다”고 했다. 박정현이나 이날 경연에 새로 가세한 김조한은 그동안 한 씨 부부가 몰랐던 가수였다. 하지만 지금은 이들의 팬이다.

이날 녹화에서 일곱 명의 가수는 ‘무대에서 도전하고 싶은 노래’를 주제로 4라운드 1차 경연을 벌였다. 옥주현의 ‘유 고 걸’(이효리)부터 YB밴드의 ‘빗속에서’(이문세), 조관우의 ‘남행열차’(김수희)까지 의외의 선정곡이 쏟아졌다. 일곱 번의 무대 동안 기립박수만 여섯 번 터졌다.

김제동은 녹화 도중 무대에 올라 “나 혼자 있다 생각하고 춤을 추든 소리를 지르든 마음대로 하라”고 관객을 부추겼다.

박정현이 ‘이브의 경고’(박미경)로 무대에 오를 땐 10·20대 남성 팬들이 일제히 “예쁘다”는 환호를 쏟아 냈고 김범수가 ‘외톨이야’(씨앤블루)를 부를 땐 중년 여성 팬들의 박수가 이어졌다.

녹화 내내 작은 소음이나 객석을 이동하는 관객의 모습은 보기 어려웠다. 흔히 공개 녹화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NG 역시 ‘나가수’에서는 예외다.

MBC ‘우리들의 일밤’의 코너 ‘나는 가수다’ 출연 중인 가수 김범수, 장혜진, 김조한, 윤도현, 옥주현, 조관우. 사진제공|MBC


● 윤도현 vs 1000명 관객 ‘만담’ 수준의 대화

무대를 향한 객석의 집중도가 높은 만큼 진행자와 관객의 대화도 자유롭게 이뤄진다. 평균 5분 정도가 소요되는 가수별 준비 시간동안 진행자 윤도현은 무대에서 관객과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눈다. 이 대화 대부분은 편집에서 잘려나가 방송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윤도현은 현장의 분위기를 이끌기 위해 ‘만담’에 가까운 대화를 관객과 주고받는다.

4일 녹화 때는 김범수와 객석에 앉은 21세 여대생의 소개팅을 즉석에서 주선했다. “김범수가 요즘 굉장히 연애를 하고 싶어 하는데 사실 연애할 나이도 지났다”는 윤도현의 말에 한 여대생 관객이 관심을 보이자 “괜한 말 하고 싶지 않다”며 트위터 주소를 남겨달라고 주문해 눈길을 끌었다.

일곱 명의 무대가 끝난 뒤 투표 방법을 설명하던 윤도현이 “어려우면 꼴찌로 우리 밴드를 찍어 달라”고 엄살 섞인 주문을 하자, 한 남성 관객은 “그럼 진행은 누가 하느냐”고 되물었다. 잠시 정적이 흐른 뒤 나온 답변. “당신이 하실래요?”

● 14대 이상의 카메라에 연주자 등만 30여명 “상상초월 제작비”

‘나가수’ 녹화에 동원되는 카메라는 열 네 대가 넘는다. 4일 녹화에서도 무대를 잡는 중앙 카메라 세 대, 공중 촬영이 가능한 지미짚 두 대를 비롯해 보조 카메라가 서너 대를 비롯해 1, 2층 객석에 앉은 관객의 표정을 잡아내는 카메라가 각층마다 두 대 씩 배치됐다.

연주자들의 실력도 수준급. 이날 녹화에만 피아노 연주자부터 바이올린, 첼로, 기타 등 30여 명의 연주자와 코러스가 등장했다.

규모가 이렇다보니 연출자 신정수 PD가 “회당 제작비는 상상을 초월한다”고 인정할 정도. MBC 생방송 음악프로그램 ‘음악중심’이나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과 비교해 ‘나가수’의 제작비가 월등히 높다. 신정수 PD는 구체적인 금액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어떤 제약도 없이 제작비를 쓰며 완벽한 무대를 꾸미고 있다”고 규모를 설명했다.

고양|이해리 기자 (트위터 @mcdeinharry)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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