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조작 기소 선수 A의 고백

입력 2011-07-08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안하면 죽이겠다
조폭들 살해협박
선수생활 불가능”
창원지검 공식브리핑 전날인 6일, 인천 출신 미드필더 A의 전화를 받았다. A는 승부조작 사건 몸통으로 알려졌다. A가 검찰에 구속돼 인천 출신 선수들이 줄 소환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A는 억울함을 호소했다. “승부조작은 했지만 몸통은 아니다”고 항변했다. 실제 그는 구속되지 않았다. 7일 검찰발표 결과 A는 500만원을 받고 2차례 승부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A를 통해 전해들은 승부조작 가담 동기와 과정은 충격적이었다. 브로커들의 접근 방식은 치밀했고 조직폭력배들의 협박은 끈질겼다.


○치밀한 접근, 계속된 협박

A는 지난해 7월 24일 인천-제주전을 사흘 앞두고 선수출신 친구 B와 밥을 먹다가 승부조작을 제의받았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A가 주저하자 B는 “경기시작 1∼2시간 전까지 거절하면 된다”며 안심시켰다. A는 2000만원을 받고 팀 동료 C와 승부조작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경기당일 C는 선발, A는 교체멤버였다. A는 B에게 “승부조작은 힘들 것 같다”며 전화를 걸었다. 돌아온 대답은 뜻밖이었다. B와 함께 있던 폭력배들은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하며 “지금 들어간 돈이 얼마인지 아느냐. 당장 실행하라”고 을러댔다.

A는 출전하지 못했고 C는 하프타임에 교체됐다. 경기는 패했지만 이들 때문에 승부조작에 성공한 것은 아니었다. 경기 후 폭력배들은 A와 C에게 “2000만원을 갖고 당장 서울로 올라오라”고 협박했다.

돈은 토해냈지만 협박은 계속됐다. 폭력배들은 “7월 31일 인천-경남 전에서 또 승부조작을 하라. 안 하면 소문을 내겠다”고 옥죄었다. A와 C는 동료 3명에게 부탁을 해 승부조작을 했고 인천은 2-3으로 졌다. A는 사례비로 500만원을 받았다.

이후 A는 정상적인 선수생활이 불가능했다. “승부조작을 하라”는 전화가 계속됐다. 살해협박도 여러 번 받았다. 수차례 휴대폰 번호를 바꿨지만 소용없었다. 운동에 집중하지 못했고 계약을 해지 당했다.

A는 해외로 나갔다. 국내에는 더 이상 있을 수 없었다. 골목길도 무서워서 혼자 못 다닐 정도였다. 벨기에의 한 팀에서 입단테스트를 받던 도중 오른 발가락이 부러져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수술을 받았다.

5월 말 승부조작 사건이 터졌고 7월 초, A는 창원지검에 소환됐다. 그는 “한 번 발을 들여놓으면 안 된다. 나중에는 협박에 안 할 수 없다. 처음에 거절하지 못한 게 천추의 한이다”며 뒤늦게 후회했다.

윤태석 기자 (트위터@Bergkamp08)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