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중곤이 도대체 누구입니까?” 디오픈, 19세 청년에 홀리다

입력 2011-07-1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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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건’ 황중곤이 15일(한국시간) 잉글랜드 켄트주 샌드위치에 있는 로열 세인트 조지스 골프장에서 진행된 브리티시오픈 1라운드에서 날카로운 감각을 뽐내며 선두권에 랭크됐다.사진제공=KGT.

브리티시오픈 1R 깜짝 6위…무명 코리안의 골프스토리
유년기 허약한 몸 단련위해 운동 시작
아버지 직장 그만두고 아들 뒷바라지
고2때 세미프로 전향…일본 진출 성공
올 미즈노오픈 우승 이어 또다시 돌풍
제140회 브리티시오픈 첫날, 로열 세인트 조지 골프장을 들뜨게 한 주인공은 19살의 무명골퍼 황중곤이다. 그는 6월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미즈노오픈에서 우승하면서 브리티시오픈 출전권을 따냈다. 그는 미즈노오픈에서 우승하기 전까지 전혀 알려진 게 없었다.

○아버지, 회사 그만두고 아들 뒷바라지

황중곤은 수원 영일초등학교 6학년 때 골프를 시작했다. 그때도 본격적으로 선수가 되기 위해 골프채를 잡은 건 아니다. 방과 후 과외 수업을 받고 골프연습장에서 90분씩 공을 쳤다. 선수의 길로 접어든 건 중학교 3학년 때다. 수원 영일중학교에 다니다 여주의 세정중학교 골프부로 전학가면서 선수생활을 시작했다.

우연한 계기로 골프를 배웠다. 어머니 정영문(48)씨는 “2.5kg으로 태어나 몸이 약했다. 그런데 승부근성 하나만은 좋았다. 어릴 때 아빠와 가끔 테니스를 쳤는데, 아빠한테 ‘이기면 엄마랑 잘거야’라면서 내기를 했다. 그 모습을 테니스 코치가 ‘승부근성이 좋다. 뭐를 해도 잘 할 것 같다’고 해서 운동을 시키게 됐다. 하지만 테니스를 하기엔 체력이 약했고 그래서 체력이 좀 덜 필요한 골프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성격도 조용하다. 워낙에 말이 없다. 뭘 물어보면 웃는 게 대답일 정도다. 정 씨는 “솔직히 중곤이는 아직도 어린아이 같다. 어떨 때는 ‘머릿속에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며 “아직 한번도 부모 속을 썩이지 않은 착한아이다”고 너무 큰 기대에 부담스러워했다.

하지만 공부와 골프를 병행하다보니 이것도 저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 부친 황병원(52) 씨가 아들과 상의 끝에 골프를 선택했다.

늦게 시작하다보니 좋은 성적을 내지는 못했다. 고교 졸업 때까지 내세울 만한 성적을 거둔 적이 없었다. 프로 전향도 아버지의 결단이었다. 삼성전자에 다니던 황 씨는 아들 뒷바라지를 위해 과감히 사표를 던졌다. 고 2때다. 골프선수로 키우려면 돈이 많이 들었기에 퇴직금을 받아 아들 뒷바라지에 썼다.

정 씨는 “성적이 없었기에 대학에 진학하기 힘들었다. 또 당시엔 경제 사정도 좋지 않아 대학에 갈 엄두가 안 났다. 퇴직금 가지고 생활하다 바닥이 났다. 그래서 아빠가 프로로 전향하자고 했고 중곤이도 아빠의 뜻을 따랐다”고 말했다.

○국내 포기하고 선택한 일본서 우승

고2때 세미프로가 됐다. 1위로 통과했다. 3학년 때 국내와 일본 Q스쿨을 동시에 도전했다. 일본에서 2차와 3차 예선을 통과했고, 한국도 예선을 통과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한국과 일본의 Q스쿨 일정이 겹쳤다. 고민 끝에 일본을 선택했다.

정 씨는 “일본에서 2,3차 예선을 치르면서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 아빠와 중곤이가 버스를 타고 골프장을 찾아다녔고 끼니도 도시락으로 때우면서 예선전을 치렀다. 그렇게 고생하면서 최종 본선까지 올라갔기에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 일본에서 떨어지면 1년을 쉬어야 했지만 다행히 결과가 좋았다. 아빠가 국내를 포기하고 일본으로 가자고 했는데 옳은 선택이 됐다”고 말했다.

누구에게도 도움을 받지 않으면서 맨몸으로 부딪히면서 따낸 일본 시드권이기에 더 값졌다. 일본에서 적응도 빨랐다. 첫 대회에서 예선을 통과했고, 두 번째 대회에서 공동 15위에 올랐다. 이후 5개 대회에서 계속 컷을 통과하지 못했지만 8번째 출전한 미즈노오픈에서 일을 냈다.

정 씨는 “우리도 놀랐다. 중곤이가 우승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다. 우승 뒤에 중곤이가 전화로 ‘엄마 나 우승했어요’라고 했다. 그러면서 ‘엄마 나는 내가 우승할 줄 몰랐는데 실감이 안 나요’라고 응석을 부렸다. 지금 생각해도 미즈노오픈 우승은 실감이 나지 않는다. 솔직히 올해 성적이 나지 않으면 군대에 가려고 했는데 이렇게 잘 풀릴 줄은 정말 예상하지 못했다”며 아들의 우승을 자랑스러워했다.

처음 출전한 브리티시오픈에서도 황중곤은 또 한번 사고를 칠 준비를 하고 있다. 1라운드에서 공동 6위에 올랐다. 한국 선수 중 가장 좋은 성적으로 출발했다. 정 씨는 “새벽 4시가 넘을 때까지 경기를 봤다. 가슴 졸이면서 봤는데 너무 잘 쳤다. 그렇지만 아직 많이 남아 있으니 모르는 일이다. 중곤이가 예상 밖의 좋은 성적을 냈지만 아직 영글지 않았다. 남은 경기에서 실수를 할까봐 조마조마하다. 걱정이 되지만 끝까지 잘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황중곤은?

-생년월일 : 1992년 5월16일생
-신체조건 : 179cm 80kg
-학력: 세정중-낙생고
-드라이버 샷 평균거리: 264야드
-주요 성적 : 2011년 일본프로골프투어 진출, 미즈노오픈 우승
-일본프로골프투어 상금랭킹 13위(2411만엔)

주영로 기자 (트위터 @na1872)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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