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폭도 잡고보니 11세소년-교사까지…

입력 2011-08-12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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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포된 1000여명 법정에… 계층-인종-연령대 다양
폭동 일단 진정국면에… 상가주민들 자경단 조직
20세기 후반 이래 최악의 폭동 기폭지인 영국 런던 북부 토트넘은 11일 불에 타거나 유리창이 깨진 건물들로 을씨년스러운 모습이었다. 비까지 내리면서 거리에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폭동은 멈췄지만 폭동에 놀란 주민들의 마음은 아직 평온을 되찾지 못한 듯했다. 폭동이 일어났던 하이로드에만 복구공사를 벌이는 트럭 수십 대와 인부들로 붐볐다. 대로변의 쓰레기통에는 ‘우리의 거리와 지역사회에 평화를 되돌려 달라’고 쓴 A4 종이들이 붙어 있었다. 하이로드 한중간의 식료품 상점 앞에서 만난 20대 아랍계 타릴 씨는 “토트넘은 이제 거의 정상으로 돌아왔다”면서 “조만간 도로공사가 끝나고 피해를 본 가게들이 수리를 마치고 다시 문을 열면 예전의 모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차량이 공격받고 상가가 약탈을 당한 런던 남부의 브릭스턴도 평온은 찾았지만 폭동의 상흔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흑인이 몰려 사는 이곳의 지하철역 주변에는 경찰 20여 명이 2, 3인조로 나뉘어 순찰을 하고 있었다. 역전 브릭스턴로드 오른쪽에 늘어선 환전소와 은행 지점들은 해가 지기 전에 셔터를 내렸다. 한 레스토랑 관계자는 “유리가 깨지는 피해를 봤지만 다음 날 바로 문을 열었다”면서 “정신적인 충격만 가라앉으면 다시 활기찬 브릭스턴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6일 저녁 토트넘에서 시작돼 마구잡이로 번지며 영국 전역을 공포와 충격에 몰아넣었던 폭동과 약탈 행위는 발생 닷새째인 10일 밤 전국에서 거의 자취를 감췄다. 이에 따라 폭동 사태가 물대포 사용과 경찰의 고무탄 발사 검토 등 정부의 강경대책에 밀려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8일 약탈과 방화가 벌어진 런던 북부 해크니 지역에서는 상가를 운영하는 터키인 수십 명이 10일 저녁부터 스스로 자경단을 조직해 시설 보호에 나섰다. 탄탄한 이민자 사회를 구축하고 있는 방글라데시인들도 카레 레스토랑이 많기로 유명한 런던 동부 브릭레인에서 집단으로 가게를 지켰다. 7일 폭도의 습격을 받은 런던 북부 엔필드에선 지역민 200여 명으로 구성된 자경단이 거리 곳곳에 배치됐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11일 의회 연설에서 “마스크나 복면 착용을 금지할 수 있는 권한을 경찰에 부여하고 비상시에는 SNS 사이트나 메신저 서비스를 중단시킬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10일 폭동에 가담해 체포된 피의자들의 법정 심리가 시작되면서 지금까지 가난하고 소외된 10, 20대가 중심이었을 것이라는 관측과 달리 다양한 계층과 인종, 연령대가 폭도에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폭동 혐의로 체포된 1000여 명 중 처음으로 법정에 모습을 드러낸 사람들은 교사, 요리사, 관리인 등 직업도 다양했다. 전자용품점을 약탈하다 체포된 알렉스 베일리 씨(31)는 초등학교 교사로 형편이 힘든 아이들을 담당했다. 해당 학교 홈페이지에는 어려운 아이들을 도우면서 환하게 웃는 그의 사진이 올라 있다. 상점을 약탈한 혐의로 체포돼 법정에 나선 배리 나인 씨(42)는 런던 루이 섬 노숙인 쉼터의 자원봉사자다. 50파운드 정도의 개사료 통조림을 훔쳐 나오다 체포된 열한 살 소년, 매니큐어 제품 6개를 훔쳐 체포된 28세 여성도 법정에 나왔다. 가디언지는 “누가 폭도냐에 대한 간단한 대답은 없다”고 지적했다.

런던=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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