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세 “배용준, 신 같은 존재” 얼굴 빨개져

입력 2011-09-10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보아를 보며 가수의 꿈을 키운 재일교포 4세 권리세는 자신이 한국인이기에 한국에서 가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트위터@binyfafa

■ 한국서 첫 추석 맞는 재일교포 4세 권리세

말 그대로 ‘눈 깜짝할 사이’다. 어린 시절 가수를 꿈꾸던 스무 살 재일교포 권리세(20)의 지금 모습을 설명하는 데는 이 말이 가장 적절하다. 그가 지난해 방송한 MBC 스타오디션 ‘위대한 탄생’의 일본 지역 예선 참가자로 참가한 지 불과 1년. 그의 삶은 1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달라졌다. 다른 신인들이 부러워할만한 주목과 기대를 받으며 연예계 활동을 하고 있고, 일찌감치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하는 행운도 얻었다. 어디 그뿐인가. ‘위대한 탄생’ 초기 일본식 어투 때문에 가수 활동의 한계를 지적받았던 우리말 실력도 크게 늘었다. 한국에서 맞는 추석, 어느 사람보다 기대와 소망, 그리고 감회가 남다를 권리세를 만났다. 언론과의 첫 인터뷰. 그는 또박또박, 그리고 차분하게 자신의 생각을 얘기하며 예비 스타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 권리세의 ‘똑똑한’ 한국 연예계 적응기

권리세의 스타 탄생은 어느 정도 예고돼 있었다. ‘위대한 탄생’ 일본 예선이 방송된 직후 그는 단아한 외모와 댄스 실력으로 단번에 포탈사이트 검색어 1위를 장식하며 스타성을 입증했다. 본선 과정에서 몇 차례의 패자부활전을 통해 극적으로 부활하는 동안 논란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권리세는 이런 시선에 대해 조급함을 내비치지 않았다. 대신 특유의 성실함과 끈기를 보여주며 외모가 아닌 실력으로 대중들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인기를 실감하느냐”고 묻자 권리세는 “여전히 꿈만 같다”며 웃었다. 갑자기 쏟아지는 관심에 대해서도 “그것들을 각오하고 시작한 일”이라는 대담한 대답이 돌아왔다.

“꿈을 이루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부족한 게 많은데 예쁘게 봐주시는 분들을 위해서 한국어 공부도, 노래 연습도 더 열심히 하고 있어요.”

자신의 가능성을 믿은 멘토 이은미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연락은 가끔 해요. 선생님이 ‘그냥 앞만 보고 달려’라고 시적이고 감동적인 문자들을 보내주세요. 우리 선생님 멋있죠.(웃음)”


● 열 살 소녀 권리세, 보아-비욘세를 보며 가수를 꿈꾸다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권리세는 가수 보아와 비욘세를 보면서 가수의 꿈을 키웠다. 보아가 일본에 진출했던 2001년 그는 10살이었다. 권리세는 작은 체구에 무대를 장악하는 보아의 모습을 보고 매료됐다. 음반을 접하며 동경하던 세계적인 팝스타 비욘세의 공연을 보기 위해서 용돈을 모아 한국에 오기도 했다.

“어린 저에게 충격적인 무대였어요. 그룹이 아닌 솔로 가수가 댄스와 노래를 완벽하게 소화하는 모습을 보고 나도 언젠가는 한국에서 저런 모습으로 무대에 서고 싶다고 다짐했어요.”


● “왜 일본 아닌 한국서 활동? 나는 한국인이니까“

권리세는 재일교포 4세다. 한국문화 보다 일본문화가 더 친숙할법하다. 그가 일본이 아닌 굳이 한국에서 가수가 되고 싶은 이유가 궁금했다.

“나는 한국인이니까요.”

짧지만 분명한 대답이 가슴 한 구석을 짠하게 만들었다. 많은 사람들은 그를 일본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권리세는 한 번도 자신이 한국인임을 잊은 적이 없다. 일본에서 초, 중, 고등학교를 다닐 때도 그는 조선학교를 다녔다. 이유는 간단했다. 한국인이고, 한국 문화를 잊고 싶지 않아서였다.

“일본에서 살았지만 마음 속에는 늘 한국이 있었어요. 애국심이라고 하면 너무 거창하지만 늘 한국 음식을 먹으며 지냈고, 한국 친구들과 어울리고 한국 문화를 공부했어요. 제사도 한국 전통식으로 지냈어요.”


● 배용준, 생각만 해도 가슴 설레이는 그 이름

권리세는 현재 한류 아이콘 배용준이 설립한 연예기획사 키이스트 소속이다. 그는 “아티스트의 다양한 가능성을 존중해주는 회사이고 한국에서 인정을 받은 후에 일본으로 진출하고 싶은 욕심도 있다”고 키이스트를 선택한 이유를 말했다.

“일본에서 절대적인 스타인 배용준의 존재가 선택의 큰 이유가 아니냐“고 짓궂게 추궁하자 권리세는 얼굴이 빨개지며 “배용준 선배는 신 같은 존재”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직 배용준을 만나지 못했다”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곧 만날 날이 오겠죠. 만나면 활동 포부를 얘기해야 하는데 아무 생각도 안날 것 같아요. 배용준 선배가 등장하면 드라마 ‘겨울연가’의 배경 음악이 흘러나올 것 같은 기분이에요. 엄마가 나중에 배용준 선배를 만나면 사인도 받고 사진도 찍으라고 했는데 엄마가 더 좋아하는 눈치예요.”


● 한국에서 처음 맞는 추석, 내년 추석은 ‘무대에서’

권리세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추석을 맞게 됐다. 조선 학교에서 송편 빚는 연습을 해보긴 했지만 실제로 맞는 한국의 추석 문화가 신기하기만 하다. “올 추석은 엄마와 보낼 것 같아요. 일본은 추석이라는 명절이 없어서 언니는 직장에 출근하거든요. 시간이 되면 엄마랑 지방에 가서 특별한 추석 문화를 한번 느껴보고 싶어요. 내년 추석에는 가수 권리세로 무대에서 바쁜 추석을 보냈으면 좋겠어요.”

김민정 기자 ricky33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icky337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