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 주지사 출마 검토… 안한게 다행” 전기 쓴 아이작슨 인터뷰

입력 2011-11-10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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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 그 못다한 얘기”

《“스티브가 정치를 했다면 소름끼치도록 냉정한(horrible) 정치인이 됐을 겁니다. 한때 캘리포니아 주지사에 출마하겠다고 몇 사람에게 얘기했는데 나는 그게 미친 짓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정치인은 참을 줄 알아야 하는데 스티브는 참을 줄 모르고 타협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애플의 공동창업주인 스티브 잡스의 공식 전기를 쓴 월터 아이작슨 아스펜연구소 회장은 8일 미국 워싱턴 사무실에서 한국 언론과 인터뷰를 갖고 “스티브는 워싱턴 정치가 모두 망가졌기 때문에 이를 정상으로 되돌려놔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타임 편집장을 거쳐 CNN 최고경영자를 지낸 아이작슨 회장은 2009년 전기 집필을 시작한 후 40여 차례 스티브 잡스와 만났으며 100여 명 이상의 주변 사람을 인터뷰했다.

아이작슨 회장은 “스티브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지지했지만 강한 리더가 아니라고 비판했다”며 “오바마 대통령이 지도자로서 충분히 비열하지 못하고 사람들을 열광하도록 만들지 못하는 점을 단점으로 꼽았다. 스티브는 빌 클린턴과 오바마를 찍은 민주당파였지만 정치에 적극 간여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삼성과 구글에 대해선 “스티브는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좋아하지 않았다”며 “삼성과 HTC 등 하드웨어를 만드는 많은 기업이 구글의 운영체제를 채택해 스티브를 화나게 만들었다. 구글 안드로이드 시스템은 모두 애플에서 도난당한 것이고 복제된 것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완벽주의자이자 예술가였던 스티브는 동반자 관계인 삼성에 대해서는 아주 존경했지만 그가 좋아하지 않은 제품을 만드는 삼성을 라이벌로 생각했다”고 전했다.

아이작슨 회장은 “스티브는 애플의 아이디어를 훔친 구글의 에릭 슈밋 회장에게 항상 욕을 했다”며 “나중에 래리 페이지가 구글을 인수해 CEO로서 애플을 방문하고 싶다고 얘기했을 때 스티브의 반응은 ‘불쾌하다’는 것이었다. 스티브는 래리에게 수백 개의 제품을 만들지 말고 한곳에 집중하라고 충고했다”고 말했다.

아이작슨 회장은 “스티브는 이 책을 쓰는 나에게 ‘솔직해야 한다’ ‘정직해야 한다’며 내 인생 전부를 기록한 이 책은 잔인할 정도로 정직하기를 원했으며 이 책에 대해 토론하는 것을 아주 즐겼다”고 밝혔다.

잡스는 계속 변화를 추구하고 무언가를 재창조하는 위대한 예술가를 존경했다고 한다. 아이작슨 회장은 “스티브는 비틀스와 딜런처럼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창조하는 예술가와 위대한 첼리스트인 요요마, 픽사의 창조적인 감독 존 레스터, 애플의 산업디자이너조니 아이브를 존경했다”고 밝혔다.

잡스가 인생에서 후회한 대목이 무엇이었느냐는 질문에 아이작슨 회장은 “젊은 시절 여자친구(크리산 브레넌)의 임신과 그녀에게서 태어난 딸(리사) 문제에 대처한 방식을 아주 후회했다”며 “암 치료를 질질 끌고 가족에게 좀 더 집중하지 못한 것도 후회했다”고 전했다.

잡스가 자신의 벤츠 승용차에 차량번호판을 달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권위에 대한 반역이었다”며 “차량번호판을 달고 다니는 것은 권위에 복종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으며 왜 많은 사람이 자기를 따라 하지 않는지 궁금해 했다”고 말했다.

아이작슨 회장은 책 이름을 ‘i-Steve’로 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지만 스티브는 “너무 어리석은 짓”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아이작슨 회장은 인기를 끌고 있는 스티브 잡스 전기의 수익금은 미국의 교육시스템을 개혁하는 데 투자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Walter Isaacson’의 한국어 이름 표기를 정부·언론외래어심의공동위원회 실무소위원회 심의(2011년 11월 6일) 결정에 따라 ‘월터 아이작슨’으로 표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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