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이현승 뒤늦은 면사포 그리고 군입대… 미안한 마음뿐

입력 2011-11-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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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이현승은 결혼식을 올린 뒤 상무에 입대한다. 그래서 신부 박태영 씨에게 더 애틋한 마음이다. 사진제공|드남웨딩컨설팅

■ 두산 이현승


사랑이 꽃피는 스토브리그…우리 결혼했어요


혼인신고 마친 정식부부
올 6월엔 딸 효주도 태어나

팬들 질타에 아내 혼자 눈물도
내달 결혼직후 상무입대…
평범하게 못 해줘 항상 미안


두산 이현승(28)이 다음달 18일 오후 5시 서울 청담동 호텔 리베라에서 동갑내기 아내 박태영(28) 씨와 백년가약을 맺는다.

사실 두 사람은 아직 식만 올리지 못했을 뿐, 이미 지난해 혼인신고를 마친 정식 부부다. 올 6월에는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딸 효주가 태어났다. 딸이 태어나자 아빠는 힘을 얻었다. 전반기 좌완선발로서는 아쉬운 모습을 보였지만 후반기 팀의 핵심좌완불펜으로 역투를 펼치기 시작했다. 그는 호투의 비결로 “아내와 딸에게 자랑스러운 남편, 아빠가 되고 싶어서”라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다. 하지만 늘 마음 한 구석에 미안함이 자리 잡고 있었다. 친구처럼 장난을 치다가도 때로는 엄마처럼 감싸주는 인생의 동반자, 박 씨에게 아직까지 순백의 웨딩드레스를 입혀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많이 미안했죠. 원래 지난해 결혼식을 올리려고 했는데요. 군 문제도 있었고 야구도 맘대로 안 되고 효주도 태어나고 차일피일 미루다보니 지금까지 왔네요.”

이현승과 박 씨의 인연은 대학(인하대)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처음에는 친구로만 알고 지내는 사이였다. 하지만 이따금 밥을 먹는 사이 점점 순수하고 착한 박 씨의 모습에 끌렸고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사귀기 시작했다. 그녀는 그의 표현 그대로 “복덩이”였다. 박 씨를 만나면서 갑자기 야구가 잘 됐다. 2009년에는 당시 넥센 유니폼을 입고 13승(10패)을 달성, 프로 데뷔 이후 첫 10승을 신고하게 됐다.

그는 모든 공을 박 씨에게 돌렸다. 야구가 안 풀릴 때 일부러 다른 화제로 분위기를 띄워주는 재치만점 여자친구. 항상 “존경한다”며 기를 살려주고 2010년 두산 유니폼을 입고 낯설어할 때도 “할 수 있다. 괜찮다”고 등을 두드려주던 아내. 연애사실을 숨기지 않은 탓(?)에 남편이 혹 잘 던지지 못하는 날이면 비난의 화살이 자신에게 돌아왔지만 모든 것을 감내한 박 씨가 있었기에 지금의 이현승이 있을 수 있었다.

두산 베어스 김현승. 스포츠동아DB


“제가 선발등판한 날은 항상 아내가 구장에 왔거든요. 잘 던지는 날도 있지만 못 던지는 날도 있잖아요. 제 잘못인데 자꾸 이 친구가 질타를 받는 거예요. 저 때문에 많이 울었습니다.”

이뿐만 아니다. 이현승은 결혼과 동시에 26일 육군훈련소로 입소해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2년간 복무한다. 시간적으로, 심적으로 신혼여행을 갈 여유도 없는 빡빡한 일정. 하지만 박 씨는 모든 걸 이해했다. 그게 더 고맙고 미안한 남편이다.

“가야하니까, 해야 하는 거니까 이해해주지만 속상해하죠. 저도 아내와 딸이 정말 보고 싶을 것 같아요. 신혼여행을 결혼 전에 갈까도 고민 중이에요. 가장 미안한 점이요? 남들처럼 평범하게 못 해주는 거요. 그래도 앞으로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책임감을 가지고 상무에서도, 제대 후에도 더 열심히 야구하겠습니다. 지켜봐주세요.”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hong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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