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현 “메이저리그 안 간다”… 국내 잔류 선언

입력 2011-12-13 14: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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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현. 스포츠동아DB

미국 진출을 노렸던 ‘여왕벌’ 정대현(33)이 국내 프로야구 잔류를 선언했다.
정대현은 13일 야구 기자들 앞으로 보낸 이메일읕 통해 “그동안 추진했던 메이저리그 진출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며 “볼티모어 구단에 제 뜻을 전달했다. 이제 한국 팀 중 제가 뛸 팀을 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2011시즌이 끝난 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취득한 정대현은 일찌감치 원 소속구단 SK와의 협상 대신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 미국으로 향했다.

정대현은 메이저리그 볼티모어 오리올스로부터 2년간 320만 달러를 제시받아 입단을 눈앞에 두는 듯 했으나 정식 계약이 미뤄지면서 의문을 자아내게 했다. 정대현은 이메일에서 메디컬 체크에서의 간 수치 이상, 그리고 아이교육과 가정생활 등의 문제 등이 겹쳐 미국 진출의 꿈을 접었다고 설명했다.

정대현은 통산 방어율 1.93, 기량이 제 궤도에 오른 2006년 이후 6년간 총 24승 92세이브 46홀드를 거둔 리그 최고의 구원투수 중 한 명이다. 지난 해에는 54.2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1.48, 3승 3패 16세이브 11홀드를 기록했다.

정대현이 국내 복귀를 선언한 만큼, 원 소속팀 SK를 포함해 국내 구단 간의 영입 전쟁이 치열하게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동아닷컴 김영록 기자 bread425@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다음은 정대현이 보낸 이메일 전문

먼저 제 거취에 대한 결론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그동안 추진했던 메이저리그 진출을 13일, 중단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한국시간으로 13일 오전, 볼티모어 구단에 제 뜻을 전달했습니다. 이제 한국 팀 중 제가 뛸 팀을 정하게 됐습니다.

이유가 많이 궁금하실겁니다. 제가 설명드릴 수 있는 한도내에선 모든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우선 미국에 건너간 뒤 계약이 지연된 이유를 말씀드리겠습니다.추수감사절이 끼어 있었던 탓에 전체적으로 일정이 미뤄진 것이 첫 번째 이유입니다. 두 번째로는 메디컬 체크에서 이상이 발견됐습니다. 한국에서 알려진 바와는 다릅니다. 무릎이나 어깨, 팔꿈치에는 전혀 이상이 나오질 않았습니다. 다만 간 수치가 높게 나왔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문제는 이에 대한 치료 방법에서 이견이 있었다는 점입니다. 메이저리그 룰이 있어 보다 자세한 설명을 할 수 없는 점 양해 바랍니다.

처음 제가 볼티모어와 협상 과정에서 구단의 제시액을 밝힌 것은 저를 둘러싼 루머 기사들 때문이었습니다. 스플릿 제안 등 그릇된 내용이 알려져선 안된다는 생각에 덜컥 협상 내용을 밝히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이후 구단이 제 불찰 때문에 매우 곤란을 겪는 것을 보고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이후 제가 입을 닫게 된 이유입니다. 더 이상 볼티모어 구단에 부담을 주고 싶지 않습니다. 그건 메이저리그의 룰을 떠나 인간으로서 예의가 아닌 것 같습니다. 볼티모어 구단이 자세한 내용을 밝혀주지 않기를 바란 만큼 그 약속은 꼭 지키려 합니다.

볼티모어 구단은 진정으로 저를 대해주었습니다. 미국에 머물러 있는 동안 제게 베푼 호의는 영원히 잊지 못할 것입니다. 이래서 메이저리그구나... 라는 생각을 여러번 하게 됐습니다. 특히 메디컬 체크에서 작은문제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계약 내용을 수정하거나 연봉을 깎자는 제안을 하지 않고 기다려준다는 점에서 더욱 믿음이 갔습니다. 에이전트 역시 저와 함께 고민하고 걱정해주며 끝까지 최선을 다해주었습니다. 그 고마움을 언젠가는 꼭 갚으려 합니다. 다만 좀 전에 밝힌대로 치료 및 제반 문제에서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결국 계약까지 이르지 못하게 됐습니다. 마음 같아선 볼티모어 구단이 제게 했던 제안 등 있었던 일을 모두 공개하며 더욱 특별한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계약룰에 어긋난다며 공개를 원치 않았기에 끝까지 가슴에 묻고 가려 합니다.

물론 미국에 막상 건너가보니 생각 이상으로 어려운 일들이 많다는 것도 느끼게 됐습니다.

아내가 미국에 집과 환경 등을 알라보러 왔었는데 아이 교육과 생활 환경 등 아내가 현실적으로 느낀 벽은 상상 이상으로 높았습니다. 교육과 살곳을 보러왔던 아내는 저와 가족이 같은지역에서 지낼수 없고 떨어져 지내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듣고 미국행을 다시 생각해보자는 제안을 했습니다

여기까지가 지금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모든 것입니다. 제 진심이 잘 전달됐으면 좋겠습니다.

아, 그리고 또 한가지.

절대로 한국 구단의 오퍼 때문에 흔들린 것은 아닙니다. 일찌감치 미국행을 선언한 탓에 어느 구단으로부터도 구체적인 제안을 받지 못했습니다. 제가 한국에 남게 되면 어떤 대우를 받게될 지 저도 전혀 모르는 상태입니다. 미국행 추진이 몸값을 올리려는 액션이었다면 그 전에 뭔가 제안을 받아둔 뒤 움직였을 것입니다. 그래도 늦지 않았을테니 말입니다. 저 스스로도 그 정도 능력이 있는 선수는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동안 한국 프로야구 출신 첫 직행 메이저리거가 되는 꿈을 꾸며 행복했습니다. 이제 더 이상 꿈 꿀 수 없게 됐다는 사실에 너무나도 마음이 아픕니다. 정말 오랫동안 기다려왔고, 또 거의 제 손에 닿았었던 일이기에 마지막 결정을 내리는 것이 정말 힘들었습니다.

기대해주신 야구팬 여러분, 그리고 끝까지 제 결정을 기다려준 볼티모어 구단에 진심으로 죄송한 마음을 전합니다. 부디 제 진심이 전해지길 바랍니다.

앞으로 한국에서 못 다이룬 꿈을 이룬다는 각오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메이저리그 이상의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남은 힘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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