곪아 터진 배구협 뒤엔 이춘표 전무 있다

입력 2011-12-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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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표 전무이사. 스포츠동아DB

공금횡령·성추행·선수폭행 등 사건 릴레이
협회 행정 총괄하는 이전무 독단이 큰 문제
사퇴 요구 귀막고 KOVO 새총장 까지 눈독


대한배구협회가 벌집을 쑤셔놓은 듯 하다. 대학교수 신분인 이 모 심판이사에 이어 김 모 남자국가대표 코치가 공금횡령으로 최근 검찰에 구속됐다. 2009년 초등학교 감독이 선수들을 성추행했던 사실이 국정감사를 통해 9월에 뒤늦게 밝혀지기도 했다. 협회는 2010년 1월 해당 감독을 영구제명하고도 이 사실을 쉬쉬했다. 2009년 9월 남자국가대표 코치가 선수를 폭행하는 사건도 있었다.

배구인들은 이런 상황을 예측이라도 했다는 듯 “곪을 대로 곪은 게 터졌다”며 씁쓸한 표정이다. ‘곪을 대로 곪은’ 중심부에는 협회 이춘표 전무이사(사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 전무이사는 2008년 말 취임했다. 전무이사는 협회 행정의 모든 일을 총괄한다. 특히 임태희 협회장이 2010년 7월 대통령 비서실장이 된 뒤에는 그가 전권을 쥐었다. 그리고 그 사이 신문 헤드라인을 장식할 만한 악재가 줄줄이 터졌다.

당장 집행부부터 삐걱거렸다. 이 전무이사와 함께 임명됐던 여자대표팀 강화이사(현 관리이사), 유소년 이사, 홍보이사 등 핵심 임원들이 모두 물러났다. 이들은 개인사유라고 밝혔지만 이 전무이사의 독단적 행동에 대한 반발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상식적으로 봤을 때 이 전무이사가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게 옳다. 그러나 오히려 그 반대다. 이 전무이사가 한국배구연맹(KOVO)을 통해 돌파구를 찾고 있다는 소문이 배구 계에 파다하다. 이 전무이사가 KOVO 사무총장 자리를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KOVO는 협회로부터 독립된 기관이다. KOVO 관계자들은 결사반대하고 있다. 모 구단 사무국장은 “말도 안 되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고 손을 내저었다. 다른 배구인의 지적은 좀 더 구체적이다. 그는 “프로배구가 최근 시청률이 괜찮게 나오고 소위 잘 나가니 떡 고물이라도 떨어질까 싶어 접근하는 것 아니냐. 부패와 비리의 온상 협회를 좌지우지하던 인사가 프로배구로 오면 다 같이 공멸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배구협회는 1946년 창립됐다. “협회 창립 60여년 만에 이런 치욕은 처음이다”며 착잡해 하는 배구인들의 심정을 이 전무이사가 알고 있을까.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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