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가파 “신문 1면 나왔으니 연봉 좀…”

입력 2011-12-29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베테랑 담당자들에게 들어본 ‘연봉협상테이블 천태만상’

논리형은 논리로 제압…오히려 쉬워
백지위임파 인기 없고 침묵형 힘들어

요즘 고과 정밀…처음부터 액수 통보

구단은 아무리 후하게 줬다고 여겨도 선수는 ‘서운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연봉협상이다. 때문에 구단의 연봉협상 담당자는 매년 이맘때가 돌아오면 어김없이 ‘악역을 맡은 자의 슬픔’을 절감할 수밖에 없다. 복수의 프로야구단 베테랑 협상 담당자의 육성을 빌려서 연봉협상의 고뇌와 세태 변화를 청취해봤다.


● 천차만별 스타일

협상자의 관점에서 분류하는 선수의 협상 양태는 ▲막무가내형 ▲침묵형 ▲논리형 ▲읍소형으로 크게 분류된다. 저마다 다 도장을 꺼내놓기까지 큰 어려움이 따르지만 이 중에서 그나마 쉬운 쪽은 오히려 논리형이다. 논리로 들어올 경우 논리로 설복시키면 의외로 일이 간단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중에는 자체 고과를 자기가 매겨서 갖고 들어오는 치밀한 선수도 있다. 준비가 철저할수록 설득에 노고가 뒤따른다.

막무가내형은 이를테면 “스포츠신문 1면에 내가 몇 번 나왔다. 고로 그 광고비용에 해당하는 인상을 해 달라”는 식이다. A구단 협상자는 “스포츠신문이 서울판, 지방판이 따로 있다는 것도 모르고 주장하는 것”이라며 웃는다. 요즘은 이런 ‘신문 스크랩파’ 유형은 거의 없단다.

그래도 협상자는 말이 되든, 안되든 입을 여는 쪽이 편하다. 가장 힘든 쪽이 바로 침묵형이다. 뭘 원하는지 알 도리가 없으니 무조건 시간이 걸린다. 의외로 읍소형이나 백지위임파는 인기가 없다. 서로 할 얘기를 다하고 공감하는 소통형이 가장 고마운 유형이라고 말한다.

● 진화하는 협상술

협상 수법에는 크게 키신저식과 살라미식이 있다. 살라미식은 처음에 약하게 불러놓고 협상을 진행하며 조금씩 올려주는 방식이다. 키신저식은 처음부터 모든 패를 다 까서 보여주되 여기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방식이다. 옛날과 달리 요즘 구단들은 키신저식을 선호한다. 때문에 “이건 협상이 아니라 통보다”라는 볼멘소리도 나오지만 그만큼 고과가 정밀해졌다는 반증이다. 또 한번 굳어지면 선수와 구단이 신뢰가 쌓인다는 장점도 있다.

● 옛날보다 요즘이 낫다

베테랑 협상자들은 하나같이 “굳이 따지면 요즘 협상이 더 쉽다”고 말한다. 그 이유에 대해 “옛날에는 연봉 액수가 작다보니 10만원 단위까지 싸워야 됐다. 또 선수 입장에서도 연봉이 전부였으니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요즘 선수들은 1000만원 단위로 돈이 움직이니 몇 백 만원은 통 크게 양보한다. 가욋돈도 많은데다 FA에 신경을 많이 쓰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시간을 끌수록 소탐대실할 수 있다’는 선수들의 압박감도 작용한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tsri21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