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리그로 떨어지면 팀이 망한다고?

입력 2012-01-0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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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프로축구 K리그 경기모습. 스포츠동아DB

승강제 도입 앞둔 K리그의 2부리그 공포증…그 오해와 진실 사이

J리그 제프UTD 강등 후 지역 마케팅
관중 2배이상 늘어 재도약 발판 계기
도시민구단 “안된다” 공포심 버려야

‘2부 리그 탈락에 대한 공포심을 버려라.’

2012년 K리그 최대 화두는 승강제다. 6일 실무위원회에 이어 곧 이사회가 열려 1부 리그와 2부 리그 팀 숫자가 확정되면 추진에 본격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관건은 2부 리그다. 승강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2부 리그가 잘 운영돼야 한다. 물론 프로연맹 차원에서 철저한 준비가 전제돼야 한다. 그러나 또 하나 바뀌어야 할 게 있다. 대다수 구단들은 2부 리그 강등에 공포심을 갖고 있다.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승강제가 시작되면 강등 팀은 반드시 생긴다. 이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일본 J리그가 좋은 예다.


● 일본의 성공사례

J리그 최고 인기구단은 우라와 레즈다. 마케팅 부문에서 늘 벤치마킹 대상이다. 그러나 지역 밀착형 마케팅으로 가장 성공한 구단은 제프 유나이티드 이치하라 지바다.

제프 유나이티드는 J리그 최고 전통을 자랑한다. 1993년 J리그 출범 후 한 번도 2부 리그에 강등되지 않다가 2009년 꼴찌로 떨어졌다. 충격은 컸다. 메인스폰서가 재정지원을 끊겠다고 선언했다. 구단 창단 후 최대 위기였다.

2부로 내려간 제프 유나이티드는 지역 마케팅에 집중했다. 구단 사무국 내에 홈 타운 추진실을 뒀다. 유명 선수가 은퇴하면 반드시 이 부서에서 2∼3년 근무해야 한다. 지역 행사나 마라톤 대회에 감독,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참가했다. 연고지역 내 198개의 유소년 클럽이 있는데 선수단 무료 클리닉 횟수가 1년에 210일이었다. 모든 유소년 클럽을 한 번 이상 순회했다.

1부 리그보다 상대적으로 경기 수가 적어 여유 있는 시간을 지역 활동에 할애했다. 1부 리그에서 늘 하위권을 맴돌다가 2부 리그에서 상위권을 유지하자 지역민들의 자부심도 커졌다. 효과는 놀라웠다. 1부 리그 시절 평균 6000명이던 관중이 2부 리그에서 1만3000명으로 늘었다.

삿포로 콘사도레도 독특한 전략으로 살아남았다. 삿포로는 2003년, 향후 5년 간 1부 리그에 올라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스타급 선수 영입에 쓰는 비용을 줄이고 23세 이하 유소년 선수들로 5∼6년 팀을 꾸려 리빌딩하겠다는 계획이었다. 대신 홋카이도의 212개 지역 축구교실에 적극 참여하는 등 지역 커뮤니티 활동에 주력했다. 지역민들에게 사랑 받는 팀으로 거듭났다. 2008년 1부 리그에 오르며 인기와 성적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 생각을 바꿔라

일본의 사례가 정답은 아니지만 참고할 부분이 많다. 연맹 관계자는 “도시민구단의 경우 어떤 성적을 올리느냐보다 지역민들에게 체육 서비스를 펼칠 수 있는 매개체 중 하나를 축구단으로 여기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구단 고위층 생각부터 달라져야 한다. 승강제를 시작도 하기 전에 2부 리그 탈락이 실패라고 단정 지을 필요가 없다. 강등 시 팀 해체를 운운할 게 아니라 재도약의 발판으로 삼는 게 바람직하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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