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이상목 “다시 잡은 야구공…마구, 마구 던졌죠”

입력 2012-02-1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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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서울 대방동 성남고등학교 야구장에서의 이상목. 뒤쪽으로 사회인야구를 하고 있는 사람들. 정도원 기자 united97@donga.com 트위터 @united97intl

사회인야구 탑건설 에이스 이상목


○‘탑건설 대리’& 사회인야구 지도자 이상목


“이젠 인터뷰 같은 것 안하려 하는데….”

12일, 서울 대방동 성남고등학교 야구장에서 만난 이상목(41)은 이 말부터 꺼냈다. ‘전 프로야구선수 이상목’으로 보이고 싶지 않은 듯 했다. 그는 기자 쪽이 아니라 야구장에서 레슨을 받고 있는 사회인 선수들만 바라보고 있었다. 영하의 쌀쌀한 날씨에서 그가 입고 있는 ‘탑건설 마에스트로’ 야구 재킷이 눈에 띄었다.

지난해 KBO총재배 국민생활체육 전국야구클럽대회에서 사회인야구 ‘탑건설’팀이 우승했다. 그러면서 이 팀의 이상목이 화제에 올랐다. 프로 무대를 풍미했던 그가 사회인야구에서 뛰는 것에 흥미를 느끼고 있을까. 뜻밖에 “너무 흥미롭다”고 답했다. “똑같은 팀원 중 한 명으로 대우받고 있다. 현역에서 은퇴한지 4년이 지났는데 특별대우를 받았다면 부담스러웠을 거다. 타석에 들어서는 게 재미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그는 양천구 안양천변야구장에서 홈런을 쳤다.

그 말을 꺼내자 약간 부끄러워하며 “나이 제한이 풀려서 알루미늄 배트로 때리니 넘어가더라”며 “홈런을 쳐본 게 25년만인가, 30년만인가…”하더니 헤아려보는 것을 결국 포기했다. “감회가 새롭다. 프로 생활 19년을 해봤는데, 지금 타석에 들어가면 재밌다”며 어느새 웃고 있었다. 진심으로 사회인야구를 즐기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이상목은 현재 ‘탑건설 이상목 대리’다. 어쩌다 탑건설에 입사하게 됐을까. 프로 은퇴 직후에 대해 물었다. 그는 다시 고개를 들어 운동장을 응시했다. “프로를 그만두며 야구와 거리를 두려 했다. 너무 오래하기도 했고…. 야구와 관련 없는 일을 하려 했는데 생각만큼 쉽지 않더라. 사회에서 쓰라리고 아픈 경험들을 했다”고 털어놨다. 개인적인 일이라며 더 이상은 말하지 않으려 했다. 그는 “야구와 담쌓고 산지 2년여…. 하던 게 실패한 뒤 뭘 해야 할지 몰라 방황하고 있을 때, 둘도 없는 친구인 삼성 입단 동기 정경훈이 탑건설을 추천해줬다. 재작년에 회장님을 뵈었는데 정말 괜찮은 분이구나 싶었다. 확 와 닿았다”고 말을 이었다. 그는 가족적이고 인간적인 분위기에 지금도 그 선택에 전혀 후회가 없다고 했다. 탑건설 권중환 회장과 정경훈에겐 고마운 마음뿐이라고 덧붙였다.

이상목은 주말에 ‘탑건설’팀에서 뛰는 시간 외에는 성남고 야구장에서 사회인야구 지도를 하고 있다. 구단에 소속돼 코칭스태프, 동료 선수, 기자 등 제한된 사람들만 만나던 시절과는 크게 다른 생활이다. 그도 “프로 때는 정해진 테두리 안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다였다. 게다가 낯을 가려서, 인간관계가 원활치 못했다. 친했던 선수들하고도 연락이 안 된다. 하고 싶은 생각도 없었고, 2∼3년간 정말 괴로운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사회인야구를 하고, 또 지도하면서 성격이 좋아지고 있다. 레슨을 받으러 와서 사인을 부탁하기도 하고, 함께 사진을 찍어달라는 분들도 있다. 나로부터 하나라도 더 배우려 하고, 열의가 정말 대단하다. 워낙 초보자들이 많다보니 내가 타격을 다 가르친다”며 웃었다.

전성기 이상목은 ‘최고의 포크볼러’라 불렸다. 사회인 선수들이 그로부터 ‘마구’를 전수받으려 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는 “많이들 궁금해 하시는데, 하루아침에 던지는 거면 다 던진다”며 웃었다. “나도 5년 걸려 마스터했다. 매일 반복 훈련해야 하는 게 야구인데, 그 점이 프로와 동호인의 차이 아니겠나. 그립 잡는 법이야 알려주는데, 실전에서 던지긴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탑건설 동료이자 사회인야구를 함께 지도하는 김진율(1997년 현대 2차 7순위 지명)이 “상목이형, 밥 먹으러 가자”며 재촉했다. 프로 생활에 미련은 없는지 재빨리 물었다. 이상목은 “프로에서 목표했던 100승 달성을 했으니 큰 후회는 없다. 그런데 은퇴, 그만 두는 여건과 방식에 후회가 남는다. 잘하진 못했지만 제 기량에 비해 좋은 성적을 거뒀다. 99년엔 우승도 해봤고…. 생각해보면 좋은 추억도 많다”고 말했다. 다시 프로 이야기가 나와서 그런지 그의 표정이 굳어지며 물었다. “이거 야구면에 나가나? 야구면에는 안 나갔으면 좋겠는데….” 미안하게도 그 질문엔 답해줄 수 없었다.


한화·롯데·삼성 19년간 100승!
은퇴후 2년간 야구 담쌓고 방황

최고 포크볼러, 사회인무대 평정
30년만에 홈런 등 타석 재미 솔솔
초보자들 열의 보면 아픔 싹 잊죠



권중환 탑건설회장 “이상목, 모범적인 선수”


○탑건설 권중환 회장이 바라본 이상목 대리

12일, 성남고에 앞서 서울 목동 안양천변야구장을 찾았다. 마운드에서 내려온 선수가 모자를 벗으며 악수를 청했다. 권중환(50) 회장이 직접 사원들과 함께 팀을 이뤄 뛰고 있었다.
그는 탑건설에 이상목·정경훈 외에도 1989∼1991년 롯데에서 뛰었던 현남수 등 야구선수 출신 사원 6명을 더 고용하고 있다. 권 회장은 “운동하던 친구들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좋다. 열정적이고, 일을 하나라도 더 배우려 하고, 임원들도 다들 같은 생각이다”고 밝혔다.
그는 이상목에 대해서도 “야구장에서 잘난 척하거나 그런 것이 전혀 없다. 오히려 더 모범적이고 솔선수범한다”고 말했다. “평생 운동하던 프로 선수들이 처음엔 회사·사회·조직 생활에 적응하지 못할 수 있다. 운동을 병행하면서 녹아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면 얼마나 좋으냐”는 생각이다.


이상목은?
▲생년월일=1971년 4월 25일
▲출신교=대구수창초∼경복중∼성광고
▲키·몸무게=187cm·80kg(우투우타)
▲프로 경력=1990년 연고 지명으로 삼성 입단∼1994년 한화∼2004년 롯데∼2008년 삼성
▲프로 통산 성적=439경기 1830.2이닝 100승 122패 27세이브 방어율 4.30, 1231탈삼진


정도원 기자 united9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united97in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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