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효진 “여배우가 겨털녀? 그게 뭐 어때서…”

입력 2012-02-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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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러브 픽션’에서 겨드랑이 털을 기르는 ‘겨털녀’ 역을 맡은 공효진은 여배우로서 꺼릴 만도 한 캐릭터지만 ‘되게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고 한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 영화 러브픽션’ 겨털녀 공효진 과의 화끈 미팅

찌질남? 어우 최고 밥밧!
난 소심한 A형 남자랑 절대 연애 못해
하정우보다 이선균 스타일이 좋다


“그러게요, 왜 걱정스러운지 저는 잘 모르겠어요.”

공효진(32)에게 “‘겨털녀’ 역할을 어떤 여배우가 거절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대뜸 돌아온 대답이다.

“우와. 되게 재미있겠다. ‘겨털녀’ 매력적인데? 새로운 로맨틱 나오겠구나.” 이것이 그가 영화 ‘러브픽션’(감독 전계수·29일 개봉)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받은 첫 느낌이었다.

영화는 슬럼프에 빠진 30대 소설가와 쿨한 여자의 연애담. 시원하고 솔직한 사랑 이야기이지만 여주인공이 겨드랑이 털을 기른다는 설정 탓에 몇 여배우들이 역할을 거절했다.

공효진은 어떤 역할을 맡든 자신에게 잘 어울리게 만드는 특별한 재주를 가진 연기자다. ‘러브픽션’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섹시한 여주인공 희진을 맡아 겨드랑이 털까지도 매력적인 인물로 표현했다.

“제가 절세미녀도 아니고 이상한 헤어 스타일이 공개되는 걸 꺼리는 여배우는 아니에요. 공개 연애를 선택한 것처럼 감추지 않아 얻는 자유가 더 많아요.”

● “절대 A형 남자랑은 연애 못해요”

시사회 이후 ‘러브픽션’은 “신선하다”는 호응을 얻고 있다. 하정우와 공효진의 만남이 일으킨 시너지 효과도 상당하다. 기대가 높아지는 것에 대해 공효진은 “관객이 배신감을 느낄까 오히려 걱정스럽다”고 했다.

“대놓고 웃긴 영화가 아니고 할리우드식의 로맨틱 코미디도 아니에요. 뭔가 예상하고 극장에 오면 당황하지 않을까요. 물론 의도대로 반응하지 않는 게 관객의 마음이긴 한데…. 하긴 예상대로 흘러가면 그게 영화가 아니라 그냥 꿈이죠 꿈.”

‘러브픽션’은 쿨하고 싶지만 ‘찌질한’ 남자와 뼛속까지 쿨한 여자가 만나 사랑하고 이별했다가 다시 만나는 이야기다. 큰 사건도 설렘도 없이 흘러가지만 둘은 실제 연인 못지않은 궁합을 자랑한다.

“(하)정우 오빠랑 잘 어울린다고요? 저는 유부남인 (이)선균 오빠와도 잘 어울렸어요. 제가 워낙 잘 어울려요. 하하. 정우 오빠나 저나 ‘내 과’인 사람은 빨리 알아봐요. 맥주 광고를 함께 찍은 전초전도 있었고요.”

상대 배우를 호평하는 것이 예의일수도 있지만 공효진은 달랐다. 그는 하정우 이야기가 나오자 “나는 A형 남자랑은 절대 연애 못한다”며 “B형 남자가 좋다”고 했다. 하정우는 A형, 공효진의 연인인 배우 류승범은 B형 남자다.

“제가 직설적으로 말하는 편인데 정우 오빠가 가끔 상처 받아요. 오빠 앞에서 말조심해야 해요. 너무 지각을 해서 대놓고 한 마디 했더니 발끈하면서 얼굴까지 빨개졌어요. (류)승범이 빼고 제일 많이 놀리는 두 남자가 공유와 하정우인데 둘이 비슷해요.”


● “남자 팬들은 다 아이돌한테 갔으니…”

공효진은 그동안 ‘미쓰 홍당무’,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처럼 이색 소재의 저예산 영화를 주로 택해왔다. 그에게 흥행 욕심을 물었다.

“이제 좀 해야죠. 그런데 상업영화 마지노선은 딱 ‘러브픽션’ 정도에요. 더 나아가는 영화는 못 하겠어요. 취향이 맞고 좋아하는 걸 찾다보니 전우애나 동지애가 생기는 것 같아요.”

폭넓은 대중의 코드에 부합하는 영화를 의도적으로 비켜가다 보니 혹시 ‘비주류 시나리오’만 받고 있는 건 아닐까. 그는 시원하게 “아직은 괜찮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에는 “기다리지 말고 내가 써볼까”라는 생각도 하는 중이다. 여러 프로젝트를 직접 기획해 완성하는 하정우로부터 받은 영향이다.

“독특한 시나리오인데 몇 년 동안 투자가 안 돼 정체 상태인 이야기들이 있어요. 직접 각색하면 어떨까. 세월 다 보내고 후회하는 것 보다 낫잖아요.”

공효진이 욕심나는 역은 ‘비키 크리스티나 바로셀로나’의 페넬로페 크루즈, ‘나를 책임져 알피’의 시에나 밀러처럼 남녀 관계에 구속받지 않는 자유분방한 여자들이다. 그래서일까, 그는 여자 팬이 더 많다.

“저도 알아요. 지금은 아이돌 시대니까요. 하하. 남자 팬들은 다 아이돌한테 가 있겠죠. ‘러브픽션’으로 저도 남자 팬 좀 생기겠죠.”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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