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모 “2% 부족한 리얼리티…난, 제대로 망가지고 싶다”

입력 2012-03-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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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가비’를 통해 2년 만에 관객들에게 돌아온 주진모. 그는 “틀에 갇힌 연기를 깨고 살아있는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 영화 ‘가비’로 돌아온 주진모

고난도 액션 등 소화했지만 여전히 틀에 갇힌 기분

정형화된 캐릭터 벗어나 살아있는 역할 하고 싶어


“살아있는 역할, 리얼리티가 절실해요. 좀 망가지면 어때요? 갈증을 느껴요.” 주진모(38)는 거침없이 이야기를 풀어냈다. 한동안 완벽하게 짜인 상황 안에서 감정을 폭발하지 못한 역을 주로 연기한 탓인지 그는 “앞으론 말랑말랑하게 풀어지고 싶다”고 했다. 한 편의 영화를 끝낸 배우는 ‘반전’을 꿈꾸기 마련. 주진모도 다르지 않았다. 15일 개봉하는 영화 ‘가비’(감독 장윤현·제작 오션필름)에서 조선 말 격랑의 소용돌이에 휩싸인 주인공 일리치를 맡은 주진모는 끝내 사랑을 지켜냈지만 그 여운을 즐기기보다 “풀어지겠다”고 말했다. ‘가비’는 주진모가 ‘무적자’ 이후 2년 만에 출연한 영화다. 전작보다는 ‘멋’을 덜 내지만 은은하게 풍기는 향이 느낌은 더 깊은 법이다. 영화에서 주진모는 연인(김소연)을 위해 신분을 속이고 일본군 장교를 맡아 고종(박희순)의 암살 작전을 주도한다.


● “신뢰 하고 찍은 영화…그래도 소설 밖으로 나왔으면”

“어느 영화 보다 책임감을 크게 느꼈어요. 감독님이 제게 전적인 신뢰를 보냈고 그래서 제 의견이 많이 반영됐어요. 이 영화의 성과 중 하나는 고종황제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강조했다는 거죠. 제가 봐도 매력적이에요.”

영화의 초반부 러시아 장면은 주진모가 이끈다. 벌판을 달리는 기차 안에서 벌이는 고난도 액션 장면은 대역 없이 모두 소화했다. “제작진이 처음엔 ‘아저씨’처럼 합이 딱딱 맞는 액션을 원했는데 열차에서 그건 아닌 것 같고(웃음). 최대한 자연스럽게 하자고 했어요. 운동을 워낙 좋아하고 액션 경험도 있는 편이라 어렵지 않게 찍었죠.”

주진모는 멜로 ‘해피엔드’부터 로맨틱 코미디 ‘미녀는 괴로워’, 사극 ‘쌍화점’과 ‘무사’까지 장르의 구분 없이 자유롭게 스크린을 누빈 배우다. 이런 그가 영화에서는 사실상 신인인 김소연과 호흡을 맞춘 기분은 어땠을까. “둘이 감정을 잡는 장면을 찍을 땐 대사를 우리끼리 만들었어요. 소연이가 처음엔 ‘대본대로 해야 하지 않느냐’고 겁을 냈는데 차츰 익숙해졌습니다. 긍정적인 시너지였죠. 더 솔직한 마음은 ‘가비’로 소연이가 신인상을 받았으면…. 하하.”

새 영화의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주진모는 “이제 소설 밖으로 나오고 싶다”고 했다. 최근 3∼4년 동안 연기한 캐릭터들이 하나같이 일상에서 만나기 어려운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정형화된 것 같고, 뭔가 틀에 맞춰 있는 기분이에요. 운신하기에도 약간 답답하고. 그런 제 모습을 깨트리고 부수고 싶어요. 살아있는 남자, 어디 없나요. 하하.”

주진모는 인터뷰 도중 몇 번이나 “리얼리티”, “깨트리고 싶다”는 말을 꺼냈다. 그러면서 “진짜 마음의 준비는 돼 있다”고도 말했다.


● “배우가 회사 운영까지, 딴 생각하면 힘들어요”

그는 자신의 이름 이니셜을 딴 연예기획사(JM컴퍼니)를 운영하고 있다. 대개 투자를 받아 회사를 차리는 경우가 많지만 주진모는 “전부 내 돈”이라며 웃었다. “큰 회사는 아니지만 배우가 다른 생각을 해야 하니까 좀 힘들어요. 세무, 회계까지 신경 써야 하죠. 아후…, 전문 경영인이 아니니 어떤 때는 오히려 어리숙해질 때도 있어요. 그럴 땐 그냥 연기만 하자, 싶어요.”

머릿속이 복잡할 때 찾는 취미는 낚시. 혼자 강원도의 한 낚시터를 주로 간다. 그는 “붕어 낚시에 관한한 실력파라고 자랑할 수 있다”며 “나만의 낚시 도구를 만들어 쓰고, 탐내는 사람이 있으면 가끔 만들어 선물한다”고 ‘낚시광’다운 면모를 보였다.

주진모와 낚시 이야기에 빠져 있을 때 즈음 그의 휴대전화가 몇 차례 울렸다. 화면을 보더니 주진모가 “(장)동건이 형이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고 했다. “동건 형과 작품이나 일하는 부분에서 때론 겹치기도 해요. 그런 사실이 알려지면 어떤 사람들은 ‘좀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알아요. 그래도 우린 서로 프리해요. 하하.”

더 많은 작품에서 더 다양한 변신을 하고 싶다는 주진모는 “잘하는 것 보다 잘되는 게 중요하다”고 자신의 현 상황을 ‘정확히’ 진단했다. “영화 흥행에서 제 주기는 3년 인 것 같아요. 이제 좀 잘 될 때가 됐는데. 하하. 한 때 ‘여배우 띄워 주는 배우’란 소리도 들었는데 이제는 ‘주진모가 살아났다’는 이야기 들어야죠.”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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