性風에 휩싸인 연예계 “내 딸도 혹시?” 엄마들이 떨고 있다

입력 2012-05-1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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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성그룹 룰라 출신 가수 고영욱. 스포츠동아DB

■ 고영욱, 미성년자 성폭행 일파만파

가요계 “전체 매도 부끄럽다” 한숨
기획사 “걸그룹 멤버 캐스팅 난항”

연예계 “종속관계 바뀌어야” 자성
경찰·문화부, 대대적 단속 팔걷어


9일 그룹 룰라 출신 가수 겸 방송인 고영욱(36)에 대해 경찰이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가운데 최근 들어 연예인 지망생 등에 대한 성폭행 및 사기 사건이 잇달아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이에 따라 연예계에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는 한편으로 그 원인을 찾아 예방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가고 있다.

● 연예계 잇단 성폭행 사건, 왜?

고영욱에 앞서 유명기획사 장 모 대표가 연예인 지망생 등을 자신의 사무실 등에서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또 8일에는 여성 연예인 지망생을 성추행한 혐의로 가짜 연예기획사 대표 등 2명이 경찰에 구속되기도 했다. 심지어 이들은 연예인 지망생을 모집해 연예인 데뷔를 미끼로 금품을 빼앗는 등 혐의까지 받고 있다.

이 같은 잇단 사건에 연예기획사 관계자들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특히 걸그룹 열풍 속에 가수 지망생들의 피해 사례가 많아지면서 가요계는 “극히 일부의 문제로 매니지먼트업계 전체가 매도당하고 있다, 부끄럽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걸그룹이 소속된 한 기획사 관계자는 “멤버 부모들이 ‘혹시 우리 딸도?’ 하는 의심 속에 멤버들의 스케줄에 대해 세세하게 묻고 따지는 일이 많아졌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런 상황은 신인 연예인을 발굴하는 데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 기획사 대표는 “요즘 걸그룹 멤버 캐스팅을 위해 대학 실용음악과 및 보컬 아카데미 수강생들을 만나고 있는데, 전과 다른 냉담한 반응에 캐스팅 계획을 보류했다”고 말했다. 이어 “유명기획사에서까지 이런 비행이 저질러져 비슷한 규모의 회사는 신인 캐스팅에 어려움이 많다. 이러다가는 일부 대형 기획사에만 지망생들이 몰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온다”고 말했다.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 홍종구 부회장은 “연예계 전체가 자성해야 한다”면서도 “매니저와 연예인 혹은 지망생은 동등한 사업 동반자 관계가 되어야 한다. 마치 종속의 관계로 인식되는 상황이 최근의 사건들을 만들어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정한 행위를 신고하고 상담할 수 있는 곳을 찾아 도움을 요청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예방은 물론 시스템 갖추는 노력 필요”

연예계 성폭행 사건을 수사해온 경찰은 9일 이와 관련해 지속적인 단속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도 연예제작자협회, 연예매니지먼트협회 등과 함께 연예기획사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부적격자를 퇴출하기로 했다. 문화부는 음반기획 제작 및 트레이닝, 매니지먼트 사업체를 대상으로 기획사 기본정보, 주요 사업 내용, 소속 대중예술인 현황을 조사·분석하기로 했다. 이후 이를 데이터베이스화할 계획이다.

또 올해 안에 ‘대중문화예술산업 발전지원법’을 추진해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청소년보호법’을 위반한 자는 원천적으로 기획사를 운영하거나 종사할 수 없도록 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홍종구 부회장은 “기획사 등록제도 추진하고 있다”면서 최근 시작한 신인연기자들에 대한 교육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성폭행 등 부정한 행위를 예방하기 위해 업계와 함께 연예인은 물론 지망생들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tadada11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zioda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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