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얗게 질린 ‘오렌지 군단’ 네덜란드, 덴마크에 충격패

입력 2012-06-11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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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조’서 탈락 걱정
독일은 포르투갈 울려
오렌지 군단의 슈퍼스타 베슬레이 스네이더르(인터 밀란)는 고개를 숙인 채 혼자 걸어갔다. 라커룸으로 향하는 그의 얼굴은 불만으로 가득했다. 경기장을 빠져 나가기 전 모여 있던 기자들에게 마침내 동료들에 대한 불평을 늘어놓았다. “공격수들이 좀 더 잘했어야 했다. 그들은 골 넣는 게 일인데 그걸 못했다.” 미드필더인 그는 작심한 듯 몇 마디 더 했다. “내가 하는 일은 전방 공격수들에게 좋은 공을 배급하는 것이다. 나는 제대로 했다.”

‘죽음의 조’에서 초반부터 이변이 일어났다. 우승 후보로 꼽히던 팀이 충격의 패배를 당하자 선수들은 서로를 비난하거나 변명했다. 유럽 축구 국가대항전인 유로 2012는 초반부터 강팀들에 불안한 조짐을 던지고 있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준우승팀인 ‘오렌지 군단’ 네덜란드가 첫 경기에서 최약체로 꼽히던 덴마크에 예상치 못한 패배를 당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로빈 판 페르시(아스널), 독일 분데스리가 득점왕 클라스 얀 휜텔라르(샬케 04)를 비롯해 수많은 특급스타들을 거느린 네덜란드는 10일 우크라이나 하르키프에서 열린 덴마크와의 B조 1차전에서 0-1로 졌다. 짠물 수비를 편 덴마크는 전반 24분 골키퍼 가랑이 사이를 파고드는 미샤엘 크론델리(브뢴비)의 선제골을 잘 지켜 45년 만에 네덜란드를 이겼다. 기대를 모았던 페르시는 전방에서 상대 수비에 막혀 고립됐다. 평소 불꽃같은 돌파력을 보이던 아르연 로번(바이에른 뮌헨)은 몇 차례 결정적인 찬스를 놓쳤다. 그는 “그동안 팬과 언론이 나보고 너무 이기적이라고 비난해 왔다. 그래서 오늘은 찬스에서 직접 해결하기보다 패스를 하려 했다”며 자신이 엉거주춤했던 이유를 말했다. 그러나 한편으론 “내가 찬 공이 골대를 맞히기도 했다. 운이 없었다. 그건 내 잘못이 아니다”라고 변명했다.

한편 같은 B조에서 독일은 포르투갈을 1-0으로 제압했다. 독일은 우크라이나 리비프에서 열린 경기에서 후반 27분 터진 마리오 고메스(바이에른 뮌헨)의 헤딩골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가 버틴 포르투갈을 무너뜨렸다. 지난 시즌 소속팀에서 60골을 넣으며 맹활약했던 호날두는 이날 침묵함으로써 국가대표팀에서의 활약을 기대했던 팬들을 실망시켰다. 강호 네덜란드와 포르투갈은 초반부터 탈락을 우려하는 상황으로 굴러떨어졌다.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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