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 여대생'에게 전하는 '아는 오빠'의 구매 가이드 - 노트북편

입력 2012-06-13 18: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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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입학한 ‘새내기 여대생’인데요~ 이번에 노트북 살 건데 ‘아는 오빠’가 컴퓨터 박사에요. 전 아무것도 모르니 이 오빠한테 뭘 살지 물어보려고요. 데헷!”

IT관련 매체에 근무하는 한 사람으로서, 세상에는 위와 같은 두 가지 타입의 사람, 즉 ‘새내기 여대생’과 ‘아는 오빠’만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위에서 말한 새내기 여대생이란 IT 기기에 대한 정보와 사용 경험이 적은 사람을 상징하며, 아는 오빠란 반대로 이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많은 사람을 상징한다.

물론, IT 관련 지식이 많은 새내기 여대생, 혹은 IT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아는 오빠들 역시 세상에 다수 존재하며, 위에서 말한 새내기 여대생의 자리에 ‘부모님’ 이라던가 ‘친척 어르신’, 그리고 아는 오빠 대신 ‘컴퓨터 공학과에 다니는 선배’라던가 ‘IT관련 기업에 다니는 지인’을 대입해도 문제는 없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이 사회는 ‘상대적’으로 IT에 대한 지식이 많은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으로 나뉘며, 전자는 후자의 IT 기기 선택을 도와주는 역할을 할 때가 많다는 것이다.

IT동아를 비롯한 관련 매체들은 주로 위에서 언급한 ‘새내기 여대생들’을 위한 구매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IT동아 편집부에 직접 전화를 걸거나 메일을 보내 어떤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을 구매하면 좋을 것인지 문의하는 독자들이 상당히 많다. 하지만, IT동아의 시간과 인력은 한정되어 있으며, 이 때문에 모든 독자들에게 만족할만한 응대를 해주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 안타깝다.


따라서 IT동아에서는 새내기 여대생들뿐 아니라 ‘아는 오빠’들을 위한 가이드라인도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 이에 관련한 기사를 작성하고자 한다. 이 기사를 읽고 더욱 많은 아는 오빠들이 세상에 뿌리내려 만족할만한 가이드를 새내기 여대생들에게 제공하게 되었으면 한다. 첫 번째는 ‘노트북’편이다.

단계 1 - 예산은 얼마나?

어떤 물건을 구매하건, 돈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몇몇 새내기 여대생들은 성능도 좋고, 디자인도 멋지며, 휴대성도 높은데다 A/S까지 확실한 유명 브랜드의 저렴한 제품을 추천해 달라고 한다. 그런데, 사실 세상에 그런 노트북은 없다. 물론 예산이 200 ~ 300만원 이상 확보되어 있다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새내기 여대생으로 상징되는 IT 초보자들의 기기 활용능력을 생각해 본다면 그 정도까지 비싼 노트북은 효용성이 그다지 높다고 할 수 없다. 무엇보다도 이는 새내기 여대생의 경제 사정을 전혀 배려 하지 않은 무책임한 태도이기도 하다.

따라서 위에서 언급한 여러 조건 중 2가지 정도를 포기하고 100만원 대 초~중반의 노트북을 추천해 주도록 하자. 이정도 가격대의 노트북이라면 ‘완벽’ 까지는 아니더라도 전반적으로 양호한 성능을 발휘하며, 제품에 다소 맘에 안 드는 구석이 있더라도 싼 맛(?)에 참고 써줄 것이다. 물론 이보다 저렴한 노트북도 없지 않지만 이런 제품들은 ‘넷북’과 같이 기본적인 성능이 극히 낮은 것들이 대부분이다. 아는 오빠 입장에서는 이런 제품도 나름의 활용법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그건 당신만의 착각이다.

단계 2 - 어떤 브랜드를 택할 것인가?

노트북 활용 능력이 높은 아는 오빠라면 사소한 고장 정도는 스스로 고칠 수 있고, 생소한 기능 역시 사용 설명서를 정독하거나 관련 사이트를 검색해서 활용법을 알아내겠지만 새내기 여대생들에게 이것은 다소 무리다. 따라서 이들에게는 반드시 전국 A/S 망과 출장 수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대기업의 제품을 추천해 주도록 하자.

만약 아는 오빠가 평소에 선호하던 대로 최저한의 가격으로 최대한의 성능을 발휘하는 중소기업 제품, 혹은 국내 제품에는 없는 신기한 기능이 많은 외국 브랜드의 노트북을 추천했다가는 나중에 본의 아니게 그 새내기 여대생의 원망을 들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IT 지식이 많지 않은 사용자들은 제품 사용 중 오류가 발생(제품 이상인지 혹은 사용자 실수인지 관계 없이) 하면 ‘역시 광고 많이 하는 그걸 사야 했어’ 라는 식의 패턴을 보이곤 하는 것도 염두 해 두자.

단계 3 - 화면 크기는 어느 정도?

노트북의 전반적인 성격을 좌우하는 기본적인 사양은 바로 화면의 크기다. 대개 13인치 급 이하의 제품은 휴대용으로, 15인치 급 이상의 제품은 거치용(데스크탑 대용)으로 쓰기에 적합하다. 13인치 급 이하의 제품들은 무게가 1.5Kg 이하인 경우가 많으며, 15인치 급 이상의 제품들은 2Kg을 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예외가 없지 않으니 구매를 추천하기 전에 제조사에서 제공하는 제품 제원을 잘 살펴보는 것은 기본이다.

다만, 요즘은 기존에 이미 데스크탑을 갖춘 상태에서 이를 보조할 목적으로 노트북을 사는 경우가 많으니 15인치 급 이상의 제품은 추천하기가 조심스럽다. 따라서 이런 상황에선 13인치 급 이하의 제품을 추천하는 것이 좋은 반응을 얻는 경우가 많다. 만약 그 새내기 여대생이 휴대용으로도, 거치용으로도 함께 쓸 수 있는 이른바 ‘만능 노트북’을 원한다고 한다면 그 중간에 있는 14인치 급 제품을 추천해 주도록 하자. 14인치 급 노트북은 조금 애매한 것이 아니냐고 물을 수 있겠으나, 실제로 노트북 시장을 살펴보면 의외로 14인치 급 제품을 주력으로 판매하는 브랜드가 상당히 많고, 선택의 폭도 넓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역시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은 거의 비슷한 법이다.

단계 4 - 내부 사양은 어느 정도로?

노트북을 비롯한 PC의 작업 처리 능력은 CPU(중앙처치장치)와 램(주기억장치), 하드디스크(보조기억장치), 그리고 GPU(그래픽처리장치)와 같은 핵심 부품들에 의해 정해진다. 이들 부품들이 전부 고사양이라면 당연히 어떤 작업이라도 빠르게 처리할 수 있겠지만, 그래서야 가격이 크게 뛸 것이고 덤으로 배터리 소모도 심해져서 휴대용으로 활용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 최저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율을 얻고자 한다면 사용자의 이용패턴을 분석해 그에 맞는 부분에 투자를 해야 할 것이다.

만약 새내기 여대생이 인터넷이나 문서작성과 같은 일상적인 용도로만 노트북을 쓰고자 한다면 하드디스크 대신 SSD(반도체 기반의 보조기억장치)를 탑재한 노트북을 추천해 주는 것이 좋다. 물론 CPU나 램도 PC 전반의 처리 속도에 영향을 미치지만, 고속 SSD를 탑재하는 것이 체감적인 처리 속도는 훨씬 빠르기 때문이다. 특히 인터넷이나 문서작성은 고사양의 CPU나 램을 그다지 필요로 하지 않으므로 다른 사양을 약간 낮추더라도 SSD 만큼은 양보하지 않도록 하자.

반면, ‘포토샵’이나 ‘일러스트레이터’ 같은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을 이용한 작업을 주로 할 목적으로 노트북을 구매하는 새내기 여대생이라면 CPU와 램의 사양이 높은 제품을 구매할 것을 추천하자. 최근 출시되는 CPU는 내장된 코어(CPU의 핵심 처리 회로)의 수에 따라 등급이 나뉘는 경우가 많은데, 2개의 코어를 갖춘 ‘듀얼코어’ CPU는 이미 대중화되었고, 그 이상의 성능을 원하는 사용자를 위한 ‘쿼드코어’ CPU도 시장에 나와있으니 이를 추천해보자. 그리고 이 경우에는 램 역시 8GB 이상의 넉넉한 용량을 갖춘 제품이 적절하다. 참고로 CPU와 달리 램은 비교적 자유롭게 확장이 가능하므로 저용량 램을 갖춘 노트북을 사서 나중에 램을 추가해 사용하도록 하는 것도 하나의 팁이다.

마지막으로, ‘디아블로3’와 같은 최신 게임을 원활하게 즐기고 싶다는 새내기 여대생이 있다면 다른 그 어떤 부분보다 GPU에 신경을 써줘야 한다. CPU나 램, SSD 등의 사양이 아무리 좋아도 GPU의 성능이 낮다면 게임 구동 능력은 현저히 낮아진다. 게임 성능이 중요하다면 인텔의 ‘HD 그래픽스’나 ‘GMA’ 시리즈와 같은 저전력 GPU 보다는 엔비디아의 ‘지포스’나 AMD의 ‘라데온’과 같은 고성능 GPU를 갖춘 노트북을 추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같은 지포스나 라데온 시리즈라도 모델번호에 따라 그래픽 성능이 달라지곤 하므로 주의하자. 특히 지포스나 라데온 시리즈는 모델번호에서 앞에서 두 번째 자리 수의 숫자가 성능 등급을 의미한다(무조건 전체 숫자가 크다고 좋은 GPU가 아니다). 예를 들어 ‘라데온 HD6200’ 보다는 ‘라데온 HD5600’이 더 고성능이다.

단계 5 - 구매 후에도 조언 한마디

위와 같은 과정을 거쳐 새내기 여대생이 적절한 노트북을 구매한 후에도 아는 오빠의 역할은 끝이 아니다. 노트북을 비롯한 PC는 하드웨어적인 성능도 중요하지만, 구매 이후에 어떻게 소프트웨어적인 관리를 해 주느냐에 따라 체감 성능이 큰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는 오빠는 새내기 여대생이 처음 사용을 시작하기 전에 몇 가지 조언을 해 주는 것을 잊지 말자.

특히 각종 바이러스나 악성코드의 침입을 막는 백신 등의 보안 소프트웨어가 제대로 설치되었는지를 확인하도록 해야 할 것이며, 각종 윈도우 보안 패치 역시 자동으로 업데이트 되도록 설정되었는지 역시 중요한 체크 사항이다. 또한, 주기적으로 제어판의 ‘프로그램 설치/제거’ 메뉴를 확인하여 툴바와 같이 PC의 전반적인 구동 성능을 크게 저하시키는 소프트웨어가 2개, 3개씩 설치된 것은 아닌지 확인해 불필요한 항목은 삭제하도록 조언하는 것 역시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단계 6 - 아는 오빠는 평생 무료 A/S 기사가 아님을 상기시키자

그리고 마지막으로, ‘새내기 여대생’의 자세 역시 중요하다. 노트북 구매를 생각했다면 너무 ‘아는 오빠’에게만 의존하지 말고 스스로 최대한의 정보를 찾아보며 자신의 용도와 예산 등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과정을 거쳐야 아는 오빠 역시 적절한 구매 가이드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구매한 제품이 다소 맘에 들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불만이나 서운함을 표현하는 것은 최대한 자제하도록 하고, 제품의 사용방법이나 특성을 파악하는데 최선을 다하도록 하자. 그리고 문제점이나 의문점은 되도록 스스로 해결하거나 제조사의 A/S를 이용하도록 하자. 단지 구매에 조언을 해 줬다는 죄(?)로 평생 무료 A/S 기사가 되어버린 아는 오빠가 상당히 많기 때문이다.

참고로 위 기사의 내용은 노트북을 중심으로 다루었지만 데스크탑 PC와 같은 다른 컴퓨터 제품에도 거의 비슷하게 적용할 수 있음을 기억하자. 다음 기사에서는 주변 사람들에게 스마트폰 구매에 대한 문의를 받을 때의 팁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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