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과학 속에도 마법이 있다, 리처드 도킨스의 ‘현실, 그 가슴 뛰는 마법’

입력 2012-06-22 18: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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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세계에도 마법이 있다? 생소한 말이다. 이미 산타클로스가 가상의 인물임을 아는 세상이다(물론 아직 아이들은 산타클로스를 믿는다). 그런데 리처드 도킨스는 현실에도 마법이 있다고 분명히 말하고 있다. 리처드 도킨스는 현실, 즉 과학에도 마법 같은 연결고리가 있다고 한다. 그는 ‘현실이란 존재하는 모든 것이다’라는 다소 어려운 명제를 던진다. 그리고 이 책은 그것을 마치 마법이라도 부리듯 증명해 나간다. 우리는 종종 눈에 보이거나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것을 현실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예를 들어 전파 같은 우리가 즉각 알아챌 수 없는 존재는 어떤가? 그것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없다. 우리는 이미 그로부터 영향을 받고 있고 그것을 현실로 간주한다. 이러한 현상들은 얼마든지 주변에 널려 있다.

그가 책을 써 내려가는 방법 중 하나는 ‘질문’이다. 그는 독자들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책의 소제목은 모조리 질문으로 이루어져 있다. 예를 들어 “최초의 인간은 누구였을까?”하는 식이다. 이런 질문들을 그는 조리 있게 해석해 나간다. 신화와 미스터리, 그리고 과학적 증거들 모두가 그의 해석 방식이다. 책의 모든 페이지에 그려진 삽화들도 인상 깊다. 그래서 독자들에겐 더할 나위 없이 읽기 ‘쉬운’ 책이다. 책의 구석구석을 살펴 보면 작가의 ‘지식 전달’의 욕구가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물론 지식 전달만으로 쓴 책이 아니라는 것을 밝혀 둔다).

그는 책의 각 장마다 현실의 한 가지 측면들을 다룬다. 그는 생명과학, 지구과학 등 여러 가지 분야를 총망라해서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한다. 앞서 말했듯이, 그는 ‘마법’이라는 단어도 아끼지 않는다. 그는 첫 번째를 ‘초자연적 마법’, 두 번째를 ‘무대마법’, 세 번째를 ‘시적 마법’이라고 언급한다. 그가 말하는 초자연적 마법은 신화나 동화에 등장하는 마법이고 무대마법은 실제로 벌어지는(마술쇼 같은)마법이다. 그가 이 책에서 쓰고자 한 마법은 세번째, 즉 시적 마법이다. 시적 마법이란 현실을 바라보면서 진정으로 감동받고 어떠한 현실적 사실에 대해서 배우고 감탄하게 되는 마법이다. 그는 독자들이 현상적인 것을 단순한 사실로만 받아들이지 말고 진정으로 탐구하기를 바란다. 그래서 책의 제목도 ‘현실, 그 가슴 뛰는 마법’이다.

이 책에는 많은 신화와 전설들이 등장한다. 그가 전해 주는 이 이야기들은 독자들이 쉽게 빠져들기에 충분히 재밌고 흥미롭다. 그러나 저자가 의도하는 것은 그저 독자들이 이 이야기들에 흥미를 가지는 것에 있지 않다. 저자는 책 전반에 걸쳐서, ‘과학’으로 현실을 이해시키려 노력한다. 그가 말하는 현실의 마법은 초자연적 현상도 아니고 속임수도 아니다.


어떤 내용이 있나 살펴볼까?

앞서 말했듯이 이 책의 주된 형식은 질문과 답이다.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지금부터 책에 실려 있는 몇 가지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첫 번째 질문은 ‘우주에는 우리뿐일까’ 다. 이 부분을 요약하자면 대략적으로 이러하다.

과학자들이 지구가 태양을 돈다는 것을 관찰한 것은 1500년대가 되어서였다. 물론 다른 은하의 존재를 아는 것에는 더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 있을 수도 있는 낯선 생명체에 대한 전설과 믿음은 이전에도 무수히 많았다. 이런 믿음은 현대 사회에서 훨씬 많다. 가령, 자신이 외계인에게 납치되어 생체 실험을 당했다던지 외계인을 실제로 목격했다던지 하는 사람들의 수가 꽤 많다는 것. 이것이 헛된 믿음인지 아닌 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저자는 여기서 ‘정말로, 다른 행성에 생명이 있을까?’라는 질문을 한 번 더 던진다. 저자의 답은 ‘네’ 이다. 비록 그 답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는 없지만 답을 모르는 것은 답을 찾으려는 흥미로운 도전이 있기 때문에 더 가치 있다고 그는 대답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최근까지도 우리는 우리 태양계의 행성들이 유일하다고 믿을 뻔했다. 그러나 지금의 우리는 많은 별들이 행성을 거느리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고, 태양이 아닌 다른 별을 도는 새로운 행성들도 계속 발견되고 있다.

우리 은하에서는 살펴본 별들의 대다수가 행성을 가지고 있었다. 만약 우리 은하를 보편적인 경우라고 칭한다면 우주의 거의 모든 별이 행성을 거느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그는 우주 어딘가에는 우리와 비슷한 조건과 환경을 가진 행성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따라서 생명체의 재발견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지금 이와 관련된 내용을 다 소개할 순 없지만, 정리하자면 그러하다.

책에서 볼 수 있는 이야기 중 하나를 더 골라 보았다. ‘지진’에 관한 내용이다. 저자는 ‘지진이란 무엇일까?’ 라는 질문을 던진다. 흔들리는 대지, 우왕좌왕하는 사람들. 이렇게 지진은 인간에게 위협적인 존재다.

저자는 판 구조론을 예로 들어 지진이 진짜로 왜 일어나는지를 설명한다. 일부 사람들은 비록 국경이 변해도 대륙 자체의 윤곽은 고정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가 않다. 그 속도는 느리더라도 대륙은 움직이고 있다. 오늘날의 지도를 보면 남아메리카의 동해안과 아프리카의 서해안이 교묘하게 닮아 있음을 알 수 있다. 마치 퍼즐 같다. 학자들은 이것으로 미루어 보아 약 1억 5,000만년 전에는 대륙이 하나로 붙어 있었다고 말한다. 한편, 저자는 대륙들이 서로 멀어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부딪힌다고 말한다. 대륙은 덜컥거리면서 움직인다. 한 번 덜컥했다가 100년쯤 잠잠한 식이다. 지진이란 대륙이 그렇게 덜컥거릴 때 우리가 느끼는 현상이다.

어렸을 적 무지개를 보며 신기해하던 적이 있을 것이다. 물론 지금도 무지개의 존재는 신비롭다. 색색의 띠가 분명히 눈에 보이기는 하는데 손에 도무지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무지개에 대해 알기 위해서는 먼저 ‘빛’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무지개의 빛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스펙트럼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가. 스펙트럼을 발견한 사람은 아이작 뉴턴으로, 뉴턴은 흰빛이 여러 가지 색이 혼합된 것임을 알아차렸다. 그는 빛이 전혀 새어 들지 못하도록 방을 캄캄하게 만들고, 커튼을 조금만 열어 좁은 틈으로 가느다란 흰 햇살이 들어와 프리즘이라는 삼각형 유리를 통과하도록 실험 준비를 했다. 프리즘은 백색광을 퍼뜨린다. 그러나 프리즘을 통과한 빛은 우리가 알고 있는 무지개 색이다. 이것이 바로 무지개의 시초다. 빛은 유리나 물을 만나면 휜다. 게다가 빛의 색에 따라 휘는 각도가 조금씩 다르다. 붉은빛은 푸른빛보다 얕게 휜다. 이런 식으로 빛이 다르게 휘기 때문에 빨주노초파남보의 색이 무지개와 같은 순서로 나열되는 것이다.

‘현실, 그 가슴 뛰는 마법’은 지금까지의 과학책과는 사뭇 다르다. 단순히 과학적 사실만을 나열하는 책은 이제 독자들에게는 지겹다. 어렵기도 하고, 빽빽하게 들어선 글자에 반감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책에는 분명 읽는 재미가 있다. 어딘지 모르게 마법을 눈으로 볼 수 있게 담아낸 듯한 그림과, 때로는 실제 사진에 가까운 정밀한 삽화는 읽는 이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게다가, 마치 옛날 이야기를 하듯 들려 주는 신화 또한 과학적 증명에 앞서서 전채요리와 같은 역할을 한다.

과학 지식을 늘리고 싶은데 과학 도서 삼매경에 빠지기에 너무 벅차진 않은가? 바로 이런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이 책은 갓 글을 뗀 아이들의 동화책처럼, 막 과학에 눈을 뜬 독자들에게는 유용한 책이 아닐까 싶다.

저자 : 리처드 도킨스, 출판사: 김영사, 가격: 22,000원

글 / IT동아 허미혜(wowmihye@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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