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피플] 크리스티앙 말다메 “제주해녀와 잠수대결…가슴 떨려요”

입력 2012-07-1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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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호흡의 쾌감은 경험하지 않으면 모른다.” 프랑스의 프리다이버 스타 크리스티앙 말다메가 프리다이빙의 매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크리스티앙 말다메, 에이메릭 알라드 프랑스국가대표팀 코치, 통역을 맡은 방송인 이다도시(왼쪽부터).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 프리다이빙계의 ‘살아있는 전설’ 크리스티앙 말다메

잠수 7분08초…프리다이빙 세계기록 6개
“난 평범한 회사원…대회참가 위해 휴
가 내
무호흡 순간 어머니 양수 속 아기가 된다”

눈이 시리도록 푸른 바다 속을 고독한 얼굴의 남자가 한 마리 돌고래처럼 잠수하던 인상적인 장면의 영화 ‘그랑블루’(Le Grand Bleu)를 기억하시는지. 라이벌이자 친구인 두 프리다이버의 우정과 경쟁을 담은 ‘그랑불루’는 1988년 프랑스 뤽 베송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로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랑블루’에는 실존 모델이 있다. 시나리오 작업에도 참여한 자크 마욜로 당시 세계기록을 보유한 프리다이빙 1세대의 간판스타였다.

11일 서울 세종로 스포츠동아에서 만난 크리스티앙 말다메는 자크 마욜의 뒤를 잇는 프랑스 프리다이빙의 영웅이다. 2008년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 열린 월드챔피언십 우승자로 2007년부터 2009년까지 3년간 프리다이빙 6개 전 종목 세계기록을 보유한 살아있는 전설이다. 말다메와의 인터뷰 통역은 방송인 이다도시씨가 도와주었다.


- 한국에 온 적이 있는지.

“처음이다. 프랑스의 에너지 관리기업 슈나이더 일렉트릭사의 초청으로 강연을 위해 왔다. 주제는 ‘에너지의 극대화’인데 한 번의 호흡으로 오랫동안 잠수해야 하는 프리다이빙의 철학과 통하는 데가 있다고 생각한다.”


- 프리다이빙은 어떤 계기로 하게 됐나.

“남프랑스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물에서 노는 걸 워낙 좋아했는데, 다른 아이들과 달리 수영보다 잠수에 끌려 수영장에 가도 잠수만 하고 놀았다. 15세가 되었을 때는 30미터까지 들어가 3분 30초를 견딜 수 있게 됐다.”

2012년 이집트에서 프리다이빙 연습 도중 익살스런 포즈를 취한 크리스티앙 말다메. 사진촬영|W. Timmermans



- 현재 직업이 프리다이버인가.

“아니다. 프리다이빙 세계대회 출전 선수 대부분이 프로지만 나는 평범한 회사원이다. 컴퓨터 기업에서 기획 관련 일을 하고 있다. 대회에 나갈 때마다 무급휴가를 신청해야 한다. 사실 쉽지는 않다.”


- 프리다이빙 선수로 전 종목에 많은 기록을 세웠다.

“프리다이빙은 세부 종목이 6개다. 대부분 한, 두 종목에 치중하지만 나는 6개 종목을 모두 한다. 잠수는 7분08초가 개인 최고기록이다. 깊이는 101미터. 비공식으론 102미터까지 내려가 봤다. 핀(오리발)을 끼면 수영장 200미터, 핀 없이는 150미터를 호흡 한 번에 갈 수 있다.”


- 프리다이빙만의 매력을 소개한다면.

“설명할 수 있는 부분도, 없는 부분도 있다. 믿기 어렵겠지만 숨을 참는 무호흡 순간의 쾌감이 있다. 어머니 양수 속에 있는 아기가 느끼는 편안함이라고나 할까. 끝도 없이 물속으로 내려가다 보면 ‘깊음의 깊음’을 느끼는 순간이 온다.”


- ‘잠수는 그만. 이제 올라가자’하는 판단은 어떻게.

“누구나 하루 아침에 깊이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나. 몇 년씩 연습하면서 1센티, 1미터씩 늘려가는 것이다. 조금씩 늘려가다 보면 몸이 저절로 알 게 된다. 그리고 공식대회에서는 연습 기록보다 깊이 들어가지 않는다.


- 깊은 물속으로 잠수하는 것이 두렵지는 않나.

“가끔 두렵다. 그래서 두려움 관리가 중요하다. 살아가면서 누구나 두려울 때가 있지 않나. 그렇다고 도망갈 수도 없다. 정면으로 맞설 수밖에.”


- 수심 100미터 깊이에서 느끼는 수압은 엄청날 텐데.

“귀와 폐에 어마어마한 수압을 느낀다. 아무나 흉내낼 수는 없다. 나는 프리다이빙을 35년이나 한 베테랑이다. 보통사람은 4미터만 내려가도 귀에 압력을 느끼고, 심할 경우 5미터에서 고막에 손상이 올 수도 있다.”


- 한국 바닷 속도 구경해보고 싶지 않은지.

“모처럼 왔는데 서울에만 있다가 갈 수는 없지 않나. 얼른 바다를 보고 싶다. 14일 여수엑스포를 방문했다가 15일에 제주도로 간다. 해녀들과 함께 다이빙할 예정이다. 프랑스에는 해녀가 없다. 굉장히 기대하고 있다.”


■ ‘프리다이빙’이란?

아웃도어 스포츠인 프리다이빙은 장비의 도움없이 숨을 참고 입수하는 다이빙으로 무호흡잠수라고도 한다. 공식적으로 CWT(핀을 이용해 최대수심까지 하강 후 핀킥으로 상승), CNF(핀을 이용해 하강한 뒤 맨몸으로 상승), NLT(무게가 있는 하강기구를 이용해 빠르게 하강한 뒤 부력장비를 이용해 상승) 등 총 6개 종목이 있다. 국제프리다이빙협회는 스위스에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2000여 명의 회원이 있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an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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