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올림픽 D-1]여유만만 자신충만… 태극전사 金사냥 발길 가볍다

입력 2012-07-26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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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전 앞둔 그들에게 이런 모습이…
2012년 런던 올림픽을 준비하는 태극전사들의 속마음은 타들어 간다. 머나먼 타향에서 경쟁자를 누르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상대방은 물론이고 자신을 이겨야 하는 치열한 싸움이다.

그 사이에도 한국 선수단에는 웃음과 여유가 있다. 바나나를 입에 넣으며 인터뷰에 응하고 립스틱을 짙게 바르며 잠시 여자로 돌아간다.

동아일보 런던 올림픽 특별취재팀은 각 훈련장을 돌아다니며 선수들의 진솔하고 이색적인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극도의 긴장 속에서도 한국의 자존심을 지키겠다는 한국 선수단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우리 선수들, 파이팅!

■ 바나나는 나의 힘 (박태환·수영)

뽀빠이는 시금치, 마린보이는 바나나? 박태환이 런던 올림픽파크 안에 있는 아쿠아틱스센터에서 훈련을 마친 뒤 바나나로 허기를 달래고 있다. 박태환은 아침 일찍부터 50m 풀을 22차례나 왕복하면서 1시간가량 물살을 가르고 물 밖으로 나와서는 바나나부터 찾았다. 박태환은 훈련 뒤 가진 한국 언론과의 스탠딩 인터뷰 때도 이 바나나를 마이크처럼 들고서 얘기하는 장난기를 보였다. 박태환은 29일 오전 3시 51분(한국시간) 남자 자유형 400m에서 올림픽 2연패에 도전한다.
■ 기대해, 남친 (정미라·사격)


‘얼짱 여자 소총수’인 정미라와 나윤경의 휴대전화 케이스는 미모만큼 화려하다. 정미라는 휴대전화 케이스 뒷면에 자신의 이름 이니셜인 ‘MR’와 남자친구의 이니셜 ‘CBG’를 새겨 넣었다. CBG가 누구냐고? 사격 선수인 추병길이다. 나윤경의 분홍색 토끼 귀 모양 케이스는 ‘승리의 V’를 연상시킨다. 나윤경의 남편 역시 사격 스키트 국가대표인 황정수다. 올림픽에 나오지 못한 남편 몫까지 해내겠다는 각오다. 사격계엔 사랑이 꽃핀다.

■ 매니큐어 男(오진혁·양궁)

어떤 광고에선 그랬다. “세상에 오직 (야구의) 포수만이 손 화장을 한다”고. 천만의 말씀이다. 남자 양궁의 오진혁도 매니큐어를 바른다. 오진혁은 유독 오른손 새끼손가락이 자주 갈라지는 편이다. 그냥 투명 매니큐어를 발라도 되건만 눈에 띄는 하늘색을 발랐다. 큰 덩치에 다소 어울리지 않는 귀여운 색이다. 남자 대표팀 3명 가운데 맏형인 오진혁은 단체전에서 3번 사수를 맡아 후배들의 뒤를 받친다. 사상 첫 남자 개인전 금메달에도 도전한다.

■ 립스틱 바른 우생순(정지해·핸드볼)

‘선수이기 이전에 우리도 여자랍니다.’ 핸드볼 여자 대표팀의 정지해가 24일 한국 선수단의 훈련캠프가 차려진 브루넬대 체육관에서 열린 훈련에 진한 립스틱을 바르고 나타났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즐겁게 훈련하자는 강재원 핸드볼 여자 대표팀 감독의 뜻에 따른 것. 메달권 진입을 목표로 잡은 여자 핸드볼 대표팀은 28일 스페인과 조별리그 첫 경기에 나선다. 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여, 런던에서 다시 한 번.

■ 나도 헤드셋 마니아(양학선·체조)

옆집 동생 같은 친근하고 소박한 외모를 자랑하는 양학선. 그가 오렌지색 헤드셋을 끼고 23일 영국 런던 노스그리니치 경기장 부근 체조 훈련장에 나타났다. 어찌 보면 귀엽고 어찌 보면 어색한 모습. 하지만 금빛 연기를 앞둔 1인자의 여유를 보여주는 것 같은 느낌. 그는 이렇게 말하려는 게 아닐까. “헤드셋은 ‘마린보이’ 박태환만 하는 게 아닙니다. 저도 헤드셋 끼고 금메달 따면 되잖아요.”

■ 부모님의 이름으로(김재경·복싱)

어릴 때 좀 놀았다. 방황도 했다. 그러다 문득 정신을 차렸다. “항상 부모님을 생각하자”는 마음으로 문신을 했다. 오른쪽 가슴엔 엄마 얼굴을, 왼쪽 가슴엔 아빠의 한자 이름을 새겼다. 그는 이번 올림픽의 주인공이 아니다. 24년 만에 복싱 올림픽 금메달을 노리는 신종훈의 훈련 파트너다. 그는 훈련 파트너로 런던에 온 게 “절대 부끄럽지 않다”고 했다. 그에게는 한국 복싱을 되살리고 미래의 금메달리스트가 되는 초석을 놓는 영광스러운 무대다.

<런던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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