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올림픽 D-1]웃으면 金이 와요… 23세 신종훈 즐거운 훈련

입력 2012-07-26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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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만의 복싱金무거운 짐 “밝게 자신있게 치열하게”
카메라를 보더니 엄지를 세워 올린다. 뛰어다니면서 승리의 V도 그려보고, 기자들을 향해 “사랑합니다”라는 말까지 날린다. 올림픽 출전을 일주일 앞둔 선수로는 안 보인다. 그래도 감독은 무서운지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는 도중에 고개를 힐끔힐끔 돌린다. 멀리서 보고 있던 감독은 못 본 척해 준다.

올림픽에서 24년 만의 금메달에 도전하는 남자 복싱의 신종훈(23·인천시청). 런던 올림픽에 출전하는 한국 선수단 훈련 캠프가 차려진 런던 브루넬대에서 24일 만난 그는 자신의 이런 행동을 “자신감의 표현”이라는 한마디로 간단하게 정리했다.

라이트 플라이급(49kg급) 세계 1위인 신종훈은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끊긴 복싱의 금맥을 다시 이어줄 것으로 기대되는 한국 복싱의 희망이다. 2009년 세계선수권에서 3위를 하면서 이름을 알렸고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는 2위를 했다.

그는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 때 지나친 자신감 탓에 쓴맛을 봤기에 이번에는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는 자세로 경기에 나설 생각이다, “아무리 약한 상대가 올라와도 라이벌이라 생각하고 있는 힘을 다 쏟을 겁니다.” 2년 전 아시아경기 때 금메달은 떼어놓은 당상인 줄 알았지만 신종훈은 8강에서 떨어졌다.

복싱 국가대표 이승배 감독이 대회를 코앞에 두고 가장 염려하는 건 심리적인 부분이다. 체력이나 기술적인 부분은 별 걱정이 없다. “경기를 하다 한 대 맞으면 ‘내가 왜 맞았나’ 하고 생각도 좀 하면서 돌아갈 줄 알아야 한다. 그런데 종훈이는 한 대 맞으면 만회하려고 더 달려들다 점수를 더 잃는다. 마인드 컨트롤이 안 돼서 그렇다.” 강한 승부욕 탓에 맞고는 못 참는 성격이 약점이란 걸 신종훈 자신도 잘 안다. 욱하는 성격을 다스리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 그는 부모님의 평소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런던에 올 때 챙겨 왔다. 자기 전에 이 동영상을 보면서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있다. 사격 국가대표 상비군 출신인 동갑내기 여자 친구 김혜인의 사진도 도움이 되고 있다.

“저는 아무리 먹어도 살이 안 찌는 체질이에요.” 장점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그는 “체중 감량 걱정이 없는 것”이라고 했다. 체급 경기인 복싱 선수가 감량에 대한 부담이 없다는 건 엄청난 복이다. 그는 “다른 선수들은 계체를 앞두고 적어도 5∼6kg을 감량하는데 저는 그럴 필요가 없어요. 상대는 감량하느라 힘이 빠진 상태에서 링에 오르지만 저는 그냥 올라가면 되는 거죠.” 신종훈이 출전하는 라이트 플라이급은 런던 올림픽 남자 복싱 10개 체급 중 가장 가볍다. 신종훈은 31일 예선 첫 경기를 치른다.


▽신종훈 프로필

△생년월일=1989년 5월 5일
△신체조건=168cm, 49kg
△학교=구미 광평초-경북체중-경북체고
△소속=인천시청
△경력=2010 광저우 아시아경기 대표
△성적=2009 세계선수권 3위
2011 아시아선수권 1위
2011 세계선수권 2위

런던=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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