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훈, 영화광 아버지의 첫 칭찬 “이제야 영화답네”

입력 2012-08-1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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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도둑들’의 1000만 관객 돌파가 눈앞에 보인다. 쏟아지는 흥행 축하 메시지에 연출자 최동훈 감독은 “멍하다”며 덤덤하게 웃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 영화 ‘도둑들’ 최동훈 감독

화투 영화만 만드냐 타박하던 아버지
‘본격적이다’ 첫 호평 듣고 흥행 예감

한국영화 6번째 1000만 관객 초읽기
2년 반 단위 인생…차기작은 경찰극

흥행에 가속이 붙었고 영화계는 1000만 영화가 탄생할 거라며 들떠 있다. 축하한다는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도 쇄도한다.

네 번째 연출작 ‘도둑들’이 1000만 관객을 향한 카운트다운을 시작했지만 정작 연출자 최동훈(41) 감독은 “멍하다”고 했다. 숫자의 압박 탓인지 이젠 여러 이야기를 하는 것도 조심스러운 눈치다.

700만 명을 넘을 때쯤 1박2일 동안 제주도에서 “머리를 식히고 왔다”는 최 감독은 “1000만이 된다면? 그냥 씨∼익 웃고 잊어야지 뭐…”라며 덤덤하게 웃었다. ‘범죄의 재구성’, ‘타짜’로 여러 상을 받았지만 “트로피들은 모두 보이지 않는 곳에 치웠다”는 말도 했다. “히죽히죽 웃으면 안 될 것 같다”는 마음에서다.

“스트레스는 제 친구거든요.”(웃음)


● 아버지로부터 처음으로 ‘호평’받은 영화

최동훈 감독이 ‘도둑들’의 흥행을 체감한 건 ‘어른들’의 반응을 접한 뒤다.

“영화광 아버지는 ‘본격적이다’고 하셨다. 영화답다는 의미였다. 아버지는 무릇 영화란 ‘나바론요새’나 ‘대탈출’ 정도는 돼야 한다고 생각하신다. ‘넌 왜 화투치는 그런 영화만 만드냐’고 하셨는데.(웃음) 70대인 장모님도 세 번이나 보셨고.”

최 감독에게 ‘도둑들’은 “재미있게 찍은 영화”이자 “새로운 경험”이었다.

“딱 떨어지는 이야기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도둑들’을 하면서 이야기를 넘어 정서적인 측면, 그러니까 뉘앙스나 매혹, 연민 같은 분위기를 내는 게 더 어렵다는 걸 느꼈다.”

김윤석·김혜수·전지현·이정재 등 배우들과 만든 시너지는 ‘도둑들’이 관객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선 원동력. 배우들은 약속한 듯 “최동훈이니까 참여했다”는 말을 꺼냈다. 대체 스타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매력은 뭘까.

“하하! 함께 고민하는 편이고 촬영 땐 무조건 즐겁게 하자는 주의다. 영화는 거친 요동이다. 집에 갈 때 누구나 ‘오늘 뭔가 한 것 같다’고 생각하길 원했다. 매일매일.”

그의 연출작에 모두 출연한 김윤석과 ‘타짜’에 이어 함께 한 김혜수에 대해서도 물었다.

그에게 김윤석은 “리 마빈이고 스티븐 매퀸”이다. “제가 생각하는 배우란 바로 그 사람. 멋있다. 모든 할 수 있는 배우. 2001년쯤, 연극을 보러 갔다 코미디 연기를 하는 김윤석을 처음 보고 너무 웃겨 ‘나중에 연출 데뷔하면 저 배우랑 꼭 해야지’ 했다. 사실 (조)승우 보러 갔던 건데.”(웃음)

그렇다면 김혜수는. “출연까지 가장 망설였다. 이후 만약 TV에서 이 영화를 본다면 아주 좋은 캐릭터로 기억될 거다.”

● “매일 밭에서 일하는 농부처럼”

2004년 ‘범죄의 재구성’(210만)으로 시작해 2006년 ‘타짜’(680만), 2009년 ‘전우치’(610만)까지 연속 흥행을 이룬 최동훈 감독은 편수가 늘어도 “매일 밭에서 일하는 농부처럼 살자”는 마음은 변함이 없다고 했다. ‘도둑들’ 제작자인 안수현 프로듀서와 부부여서 “집에서는 더 열심히 일하게 된다”고도 했다.

“아내에게 헤매고 버벅거리는 모습은 보여주고 싶지 않다. 난 아내에게 100을 다 얘기한다. 음…. 아내가 되게 똑똑하다.(웃음) 지적을 많이 받아도 저는 절대 방어하지 않는데 어느 순간 지적이 가슴에 탁 와 닿을 때가 있다. 그럼 ‘그만 합시다’ 하고 돌아와 열심히 (시나리오)쓴다.”

최 감독은 아내 얘기를 하다 고교 교과서에 나오는 유교 수양법이라며 “신독”이란 단어를 꺼냈다. “방 안에서도 누가 보는 것처럼 행동하라는 몸가짐 방법인데 집에서 늘 신독을 한다.”(웃음)

‘도둑들’은 이르면 13일께 1000만 관객을 넘어선다. 한국영화로는 여섯 번째. “2년 반 단위로 살고 있다”는 최 감독은 “다음 작품은 2년 반 동안 열정을 갖고 매달릴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했다.

물론 머릿속에서 구상은 끝났다. 경찰 이야기. “경찰을 다뤄 보고 싶다고 했다 일파만파 커져서 반드시 경찰 이야기를 해야 할 것처럼 돼 버렸다”고 말했다.

“대학교 4학년 때 처음 영화 스태프로 참여해 밤을 샌 날, ‘오케이! 나는 취직 안 한다’ 결정했다. 사실 그땐 IMF라 취직도 어려웠지만.(웃음) 점점 더 어려운데 점점 더 재미있다. 어찌 보면 저도 워커홀릭이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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