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2012]빨간 리본 휘날리며… 요정의 날갯짓 런던 홀리다

입력 2012-08-11 03: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손연재, 한국 리듬체조 사상 첫 결선 진출
“사람들은 (손)연재를 스포츠 아이돌이나 연예인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연재는 운동 앞에서는 프로입니다. 그 누구보다 독하게 운동하지요.”

런던 올림픽 개막 전에 만난 손연재(18·세종고)의 어머니 윤현숙 씨는 기자에게 하소연을 했다. 운동선수로서의 면모가 아닌 겉모습에 대한 지나친 관심이 걱정스럽다는 거였다. 실제 손연재는 ‘실력보다 인기가 부풀려져 있다’는 일부 안티 팬들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했다.

하지만 올림픽이 끝나면 손연재 모녀의 걱정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손연재가 자신의 인기에 걸맞은 기량을 선보이며 한국 리듬체조 사상 최초로 올림픽 결선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리듬체조 변방의 소녀가 올림픽 결선 무대에 서게 된 원동력을 정리해 봤다.


○ 비네르 사단의 핵으로 성장한 연재


손연재의 성공은 훈련의 혁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기존 대표 선수들은 국내에 머물며 유럽 전지훈련을 실시해 왔다. 하지만 손연재는 시즌 내내 세계 최강 러시아 국가대표팀의 훈련소인 노보고르스크에 머물며 유럽 무대를 공략했다.

특히 러시아 리듬체조의 대모 이리나 비네르 사단의 핵으로 성장했다. 비네르 러시아 체조협회장은 세계무대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한 체조 관계자는 “리듬체조는 보이지 않는 심판의 영향력이 큰 종목이다. 연재가 비네르가 이끄는 러시아 대표팀과 동행한다는 것 자체만으로 심판들에게 눈도장을 받는 것이다”고 말했다. 손연재는 영국 입성 후에도 선수촌이 아닌 비네르 사단의 셰필드 캠프에서 훈련하며 컨디션을 조절해 왔다.


○ 언어능력을 겸비한 손연재

콧대 높은 리듬체조의 심장 러시아에서 적응하기 위해서는 운동만 잘해선 안 됐다. 손연재는 러시아 생활 2년 만에 일상 소통이 가능할 정도의 러시아어를 익혔다. 어릴 적 우상이던 ‘리듬체조 여왕’ 예브게니야 카나예바(러시아)와 스스럼없이 친구로 지낼 정도로 친화력도 발휘했다.

이런 배경에는 학창시절 딸에게 운동뿐 아니라 공부도 시킨 어머니의 교육 방식이 있었다. 손연재는 초등학교 시절 교내 수학경시대회, 영어듣기평가대회에서 상을 탈 정도로 영특했다. 일본, 뉴질랜드 등지에서 열리는 국제대회에 나갈 때면 아예 한두 달씩 현지에 체류하며 어학연수를 받기도 했다.


○ 멘털왕 손연재

가족, 친지와 떨어져 지낸 러시아에서의 2년은 손연재를 정신적으로 강하게 만들었다. 손연재는 러시아에서 부모와 전화할 때는 절대로 “아프다. 힘들다”는 말을 하지 않는단다. 어머니 윤현숙 씨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한 뒤에야 엄마에게 살짝 귀띔할 때마다 놀란다. 가끔은 내 딸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독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손연재는 큰 무대에서 유독 강했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에서는 단체전 4위에 그친 뒤 눈물을 쏟았지만 개인전 동메달로 곧바로 만회했다. 5월 소피아 월드컵에서는 곤봉에서 기구를 놓치는 실수로 7위에 그쳤지만 다음 날 마음을 가다듬고 리본 동메달을 따내기도 했다. 스포츠심리학자 조수경 박사는 “연재는 지난 결과를 잊고 다음 경기에 집중하는 전환 능력이 뛰어난 선수다. 연재보다 정신력이 강한 10대 선수를 본 적이 없다”고 평가할 정도다.

런던=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