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땐 윤석민, 포스팅땐 류현진이 꿈의 무대 선착!

입력 2012-09-04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윤석민(왼쪽)-류현진. 스포츠동아DB

한국프로야구→ML직행 1호는?

선순환 구조의 가장 이상적인 예 큰 의미
류현진, 작년 윤석민 처럼 감독교체 암초
日 투수와 다른 잣대·포스팅 금액차 확연
FA 빠른 윤석민…류현진 구단 허락 변수


한국인으로 프로야구 꿈의 무대인 메이저리그에 첫 도전을 한 주인공은 1968년 이원국이었다. 그리고 그 꿈을 이뤄 새 역사를 쓴 주인공은 1994년 박찬호다. 이후 수많은 유망주들이 태평양을 건넜다. 그러나 아직까지 한국프로야구에서 메이저리그로 직행한 선수는 없다. 한국프로야구 출신으로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선수는 이상훈과 구대성이 있지만 모두 일본프로야구를 거쳤다. 지난해 정대현이 볼티모어와 입단에 합의해 새 역사가 실현되는 듯 했지만 마지막 계약단계에서 틀어졌다. 과연 한국프로야구 출신으로 메이저리그에 직행하는 첫 주인공을 누구일까. 그 새 역사에 가장 근접한 선수는 KIA 윤석민(26)과 한화 류현진(25)이다.


○묘한 공통점, 해외진출 자격획득과 감독 경질

한국 최고 오른손과 왼손 투수인 윤석민과 류현진은 묘한 공통점을 갖고 있다. 윤석민은 프로 데뷔 7시즌째인 지난해 투수 4관왕과 함께 시즌 MVP에 오른 동시에 해외진출 자격을 갖게 됐다. 프로 9시즌이 지나야 자격을 얻는 완전 FA(프리에이전트)가 아니지만, 구단 동의 하에 포스팅시스템(공개입찰제도)을 거쳐 해외에 진출할 수 있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구단에 가능성을 물었다. 사실 KIA는 윤석민의 해외진출에 대해 그동안 알려진 것보다 훨씬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글로벌 자동차 톱5로 도약한 모그룹의 위상을 생각했을 때 더 큰 무대로 보내주자는 목소리도 있었다. 그러나 4강에 성공한 KIA는 갑자기 감독이 교체됐다. 우승을 위해 선동열 감독을 영입한 시점에서 윤석민을 해외에 보낼 수는 없었다.

2006년 데뷔한 한화 류현진도 올 시즌 후 역시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자격을 얻는다. 류현진은 최근 공개적으로 한화 구단을 향해 “시즌 후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고 싶다. 제발 보내달라”고 말했다. 최악의 팀 전력 속에서 외로운 싸움을 계속했던 류현진이지만 공교롭게 한화도 한대화 감독을 경질했다. 새 감독을 영입하고 팀을 재건해야 하는 한화로서는 앞으로 2년 동안 류현진이 있는 것과 없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이윤을 추구하기보다는 성적을 포함해 그룹 이미지를 더 생각하는 한국프로야구 풍토에서 선수 한 명의 꿈을 존중하기 위해 전력을 포기하기는 쉽지 않다.


○메이저리그가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메이저리그는 그동안 일본인 마쓰자카(보스턴)와 다르빗슈(텍사스)를 영입하면서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가 한국과 일본을 바라보는 시각에는 매우 큰 차이가 있다. 한 한국인 에이전트는 “스카우트들이 최근 립 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일본 에이스들은 즉시 전력, 한국 투수들은 검증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분명하다. 일본 투수들은 미국 내 FA와 비슷한 액수에 신인지명권을 양도할 필요가 없어 오히려 경제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국프로야구 출신은 아직 메이저리그에서 검증되지 않았다”고 분명히 말했다. 실제로 윤석민의 경우 지난해 몇몇 빅 마켓 구단에서 관심을 보였지만 현재 거론되고 있는 포스팅 금액과는 차이가 컸다. 금전적인 면에서는 한국에서 FA를 선언하거나 일본에 진출했을 때와 비교해 큰 매력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구단 동의가 필요한 포스팅의 실현 가능성은 매우 낮아진다.


○FA 윤석민, 포스팅 류현진

윤석민은 2013시즌이 끝나면 완전 FA가 된다. 본인 선택에 따라 태평양을 건널 수 있다.

류현진은 올 시즌 후 포스팅을 통한 기회를 먼저 갖게 된다. 한국프로야구 출신으로 메이저리그에 직행하는 길을 누가 처음으로 개척할지는 소속팀 상황과 메이저리그의 시장 환경 등 많은 변수가 존재한다. 객관적인 시각에서 윤석민이 그 꿈을 더 빨리 이룰 가능성이 더 높다. 그러나 류현진이 극적으로 앞설 수도 있다. 류현진은 “최근 메이저리그 하이라이트를 자주 보고 있다”고 했다. 미국 도전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는 윤석민은 “메이저리그의 동양 선수들을 응원하고 있다”는 말로 자신의 목표를 에둘러 표현했다. 메이저리그 첫 입성을 경쟁하고 있는 두 명 모두 평탄한 길이 아닌 오직 꿈을 위해 험난한 길을 택하고 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ushlkh




뉴스스탠드